*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얼마 전에 넷플릭스를 통해 <블랙 미러의 일곱 번째 시즌 이야기. <블랙 미러는 텀을 두고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옴니버스 형식의 시리즈로, 새로운 시즌의 공개는 지난 시즌 6 이후 2년 만이다. 이곳을 통해 <블랙 미러 시리즈를 꾸준히 소개해왔는데, 시즌 초반에 느꼈던 독특하고 기괴하며 신선한 반전을 가지고 있는 소재들에 비해 2010년대에 제작된 시즌들인 4, 5 시즌부터는 같은 서사를 답습하는 느낌이 다분해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블랙 미러는 시즌 6을 발판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기 시작했는데, 시즌 5의 참담함을 딛고 발전한 시즌 6 이후에 새롭게 내놓는 시리즈인 만큼, 새로운 시즌 7의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모두 고르게 만족스러웠다.
<블랙 미러는 제작 기간 자체도 길거니와 짧은 텀을 두고 공개되는 작품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블랙 미러 시즌 6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호러와 스릴러에 치중되었다면, 새로운 시즌 7은 보다 더 디스토피아적이고, 보다 더 미래지향적 소재를 차용하나 그와 대비되는 노스탤지어의 정서를 전반적인 기조로 가져가고 있다. 마지막 시즌 이후 더욱 확고히 대두된 AI 관련 기술과 인간과의 괴리를 적극 차용하면서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함과 기이함을 잡아내려 노력하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블랙 미러 시리즈가 가진 특유의 반전 흐름 때문에 서사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좀 어렵다. 다만 이번 시즌 중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는 단연코 <호텔 레버리인데,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아주 오래전 고전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그 안에서 현재 살고 있는 배우가 주연을 맡아 차원 이동을 하는, 이를테면 아주 먼 미래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AI가 당연해진 요즈음의 시대에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라 흥미로웠고, 또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매력을 느낄 만한 주제와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였다. <블랙 미러의 새 시즌 자체에 흥미가 없다고 해도, 이 시즌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호텔 레버리 만큼은 필관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