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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Jan 20. 2025

26화 카지노 쿠폰

정신 줄 꽉 잡아. 그리고 두 손을 놔. 할 수 있어

원강이가 갚은 돈으로 다음 달 결제를 틀어막고,성우(의)형에게 받은 천만 원을 사이트에 입금했다. 그리고 지금 돈이 계속떨어지고 있다.대체 어디까지 떨어져야 다시 올라가는 것일까?


자훈이와 함께 타던 미끄럼틀, 뱅뱅이... 그 놀이터가 그립다. 오늘따라 그와 카지노 쿠폰를 탔었던 때가 그리워진다. 우리가함께 했던 시간들,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따뜻함이 내려앉았던 그런 카지노 쿠폰를 다시 타고 싶다. 쾌락과 고통이 반복되는 이 도박이라는 카지노 쿠폰를 뛰어내리고 싶은데, 이 두 줄을 놓는 것이 안된다. 그리고 자훈이처럼 뛰어내리라 말하는 이도 이젠 곁에 아무도 없다. 이미 난 그런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산산조각 깨뜨려 떠나가게 만들었다.


#01 정신줄 꽉 잡아


"도중아, 카지노 쿠폰 타러 가자. 타봐. 내가 밀어줄게."


"그래."


자훈이가 카지노 쿠폰를 밀어줄 때마다, 나는 점점 더 높이 떠오르는 느낌에 빠져들었다.


"재밌어?"


"어, 더 세게 밀어줘."


"괜찮겠어? 오케이, 그럼 세게 민다. 꽉 잡아."


자훈이가 힘껏 밀어주자, 카지노 쿠폰는 나를 하늘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뛰었다.


#02 최고점에 다다르다


“와아아!”


손끝까지땀이 맺히고, 마우스를 손이 떨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입에서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갑자기 PC방 구석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순간, 손님들이 나를 일제히 응시했다. 날카로운 시선들에 재빨리 가벼운 목례를 하면서 앉았다. 전율이끝없이 내 몸을 휘감는다. 온몸의 세포가 뛰는 이 기분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500만 원. 처음으로 건액수였다. 심장이 터질 것만다. 카지노 쿠폰는 쾌락을 향해 내가 상상도 못 한 곳까지 떠올랐다. 아무도 나를 밀어주지 않는데, 내가 한 번도 올라본 없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마우스의 땀을 닦아내,끓어오른 흥분을 닦아 내리며다음 판을 준비하였다.


플레이어냐, 뱅커냐.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뿐이다. 도박의 세계에서 가장 빠른 템포를 자랑하는 바카라는 베팅을 하고 나면 1분도 채 되지 않아 결판이 난다.


이 빠른 속도의 게임을 하루 수백 판을 하며, 내 감정은하루 종일카지노 쿠폰처럼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를 쉴 틈 없이 빠르게 움직인다. 많은감정들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카지노 쿠폰는 때로는 잔잔하게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 최고점에 다다르고 빠르게 추락한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정신줄을 꽉 잡았어야 했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이 빠른 속도의 카지노 쿠폰에서 내리는 방법은 오직 하나,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03 두 손을 놔


"도중아, 이번엔 누가 더 멀리 뛰는지 해보자. 오늘은 꼭 뛰어내려봐."


자훈이는 카지노 쿠폰에서 두 손을 놓고 하늘로 날아갔다. 카지노 쿠폰를 타고 높이 올라갔을 때, 손을 떼고 내딛는 그의 발걸음은 언제나 경쾌하고 자신감에 넘쳤다. 땅에 착지해 한 바퀴 구르는 모습은 그저 멋져 보였다.


"하하하. 이제 네 차례야."


나는 카지노 쿠폰를 더 높이 띄우고 나서, 두 손을 놓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두 손을 놓는 게 무서워서 한참 망설였다. 그때마다두려움이 내 마음을 압도했다. 손을 놓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그 순간이 공포로 다가왔다. 자훈이는 그런 나를 응원하며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안 뛸 거야? 도중아, 할 수 있어. 두 손을 놔."


나는 더 이상 겁쟁이이고 싶지 않았다. 두려움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두 손을 그냥 놓아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 착지를 잘못했고나는 발을 헛디디고 쓰러졌다.


"괜찮아?...거봐, 할 수 있잖아. 되잖아. 멋지다, 내 친구."


자훈이의 진심 어린 격려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내가 숨기고 있던 불안과 두려움이 자훈이 앞에서는 민낯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하하, 고마워. 그런데 발목이 아파."


"봐봐, 윽. 피가 나네. 괜찮아?"


"어, 괜찮아. 하하하."


같이 놀다가 집에 갈 때, 내가 기분이 상하고 삐쳐서 서로 말없이 멀리 떨어져 걸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훈이와 오랜만에 나란히 걸었다. 발목은 아프지만, 자훈이가 옆에 있어 버팀목이 되어 괜찮았다.


"들어가, 도중아. 발목은 괜찮아?"


"약간 아프긴 한데 괜찮아. 잘 가, 자훈아."


"다녀왔습니다."


"넌 엄마 빨래 하시기 힘들게 옷이 그게 뭐냐? 온통 흙투성이네.털고 들어와"


"응. 알았어. 형. 다신 안 그럴게"


형의 말에 기계처럼 대답을 하고 흙을 털었다. 자훈이와 헤어지고 나니, 발목이 더욱 아파왔다.


#04 빠르게 떨어지다


"아~!"


하지만 10분 후, 800만 원을 베팅했다가 틀렸다. 카지노 쿠폰는 올라간 높이가 높을수록,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나는 그 속도에 정신줄을 놓고, 카지노 쿠폰의 두 줄을 꼭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쾌락은 순식간에 깨졌고 온몸의 세포들은 분노로 가득 찼다.


올라가는 쾌락에 취해서 계속 타고 싶었던 건지, 이 빠르게 떨어지는 속도에서 뛰어내리면 발목이 부러질 것 같아 무서웠던 건지. 나는 매 순간 내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도박을 할수록 카지노 쿠폰의 줄을 더 강하게 쥐게 되었다는 것이다.


#05 고락의 반복


"하~아!"


난 땅바닥에 떨어진 사채 일수 찌라시명함을 집어 들었다.


'생전 쳐다보지도 않던 것이었는데...'


도박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카드론 대출을 받은 돈을 다 날렸다. 심하게 머리를 박고 쥐어뜯다가 단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많은 글들을 읽다 보면 더 한 사람들의 글이 나를 위로해 줄 때가 있어서 가끔 접속하곤 했었다. 여전히 단도박 모임에 나갈 발걸음은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물론 정신병원도 생각만 가끔 날 뿐이었다.


'이 카지노 쿠폰를 언제까지 탈 것인가?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이 카지노 쿠폰를 대체 언제까지 타야 하는 거지? 이 고락의 반복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음날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잠시만요, 방금 손님이 나갔는데, 자리 얼른 치워드릴게요."


결국 다음날 내가 앉은자리는, 병원도 단도박 모임도 아닌, 단골 PC방 구석 자리였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늘 타던 카지노 쿠폰에 홀로 올라탔다. 조금 기력이 회복되었다고 어제의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지다 못해 돈을 딸 생각에 희망을 품고 미소마저 띠고 있었다.


#06 위험한 생각


난 이후 도박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난 이미 불법행위를 하면서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산산조각 깨뜨린 범죄자이다. 더 망가지고 떨어져 봐야 어디까지 가겠냐 하던어느 날, 이런위험한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기계가 되어야겠다'


이 생각만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생각이 얼마나 위험했던 것인지 그땐 몰랐다.도박은바닥의 끝이 없어 계속 떨어진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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