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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Dec 30. 2024

카지노 게임 참혹했습니다.

2024년 연간 회고록


"카지노 게임만큼 악재인 해가 있을까."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그간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저의 순간의 어리석음이 활자가 되어 생각과 신념이 돼버릴까 무서웠습니다. 물론 제가 이 플랫폼 안에서 쓴 글 중에 그렇지 않은 글은 없지요. 그러나 제 안의 심연이 활자화가 된다면 어떤 폭풍을 불러일으킬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의 카지노 게임을 정리해야 합니다. 오늘은 가장 괴로운 회고록을 남기고자 합니다.




항상 그 해가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카지노 게임스러운 해를 생각한다면 저는 올해를 떠올릴 것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미화되고 잊히기 마련이지만, 제 20대와 30대 중 가장 카지노 게임스러웠던 한 해입니다. 작년에 휘몰아쳤던 일들이 나비의 날개가 되어, 올해까지도 큰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그중에는 제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수많은 사건을 견뎌야 했고, 제 첫째 오라비의 죽음도 감당해야 했습니다. 체감상 8년이 흐른 것 같아요. 제 시간은 올해 상반기에 멈춰져 있습니다. 괜찮지 않은데 글 안의 제 자아는 부단히 괜찮은 척을 하고 있더군요. 그만큼 올해는 저에게 참혹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하지 않았습니다. 제 원래 배터리는 한 개짜리인데, 언제부턴가 배터리가 5개인 줄 알고 열심히 움직인 보람이 이렇게 소용돌이가 되어 왔네요. 제 본연의 에너지를 무시한 탓일까요?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사람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지만, 폭풍은 제 돛을 부숴버리고, 멋대로 흘러가기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오롯이 저만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었고, 또 그렇다고 제가 믿는 신에게 잘못을 따지려 하기엔, 제 자신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어디에 화풀이도 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십자가에 대고 울부짖어야 하는 제 모습이 가여웠습니다. 작년처럼 그렇게 울부짖기 싫었습니다.




정신과도10중순 이후로는가지않았습니다. 마음대로단약을하면되지만, 3주마다병원에가서의사선생님께괜찮다고거짓말해야하는순간들이싫었습니다. 그리고비참했죠. 여전히저는오라비의죽음에허덕여야했고, 지금도받아들이는중이고, 이따금씩예상치못한순간에주변사람들의죽음을떠올리며오열합니다. (단약한변명을대보자면, 정신과약을복용중에감정이폭발하는순간들이많았습니다. 정식으로매듭짓기위해다시예정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말을 본 적 있습니다. 신은 사람에게 감당할 수 있는 카지노 게임을 준다고요. 그 말이 억울하게 느껴지면서도, 맞는 듯합니다. 갑자기 뒤에서 시야를 가려버리는 급습에 정신 못 차리고 있다가, 잠시 숨을 돌리며 마주하는 빛은 눈부시기 그지없습니다. 올해까지는 저에게 삶이 어두움이었지만, 내년에는 빛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 어둠 속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인생은 비참하고 카지노 게임해져야 비로소 보이는 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보다도 절망할 수가 있을까 싶을 때에 찾아오는 폭풍이란, 더 어두운 심연을 구경시켜 주지요. 그 심연들을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달빛이 비쳐주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 달빛을 불안하게 발만 동동거리며 보고 있었다면, 카지노 게임부터는 그 달빛을 즐겨보려 합니다.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한다는 말처럼, 빛을 맞이할 수 있을 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카지노 게임 속에서 서랍 한 칸 정도의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의 저는 카지노 게임 속에서

빛을 맞이하는 제가 되기를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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