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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Dec 31. 2020

연말정산

2020년을 보내며

끓는 물을 텀블러에 붓고 녹차 티백을 넣었다. 한 김 식은 녹차를 마시고 귤을 까먹으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2020년 마지막 날.


요즘은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 미래는 계획하기보다는 짐작하는 것이다. ‘뭘 해야지’보다는 ‘뭘 하겠지’가 됐달까. 계획하지 않음. 과연 좋은 일인가? 나는 내 미래를 애써 개척하기보다는 관성에 맡겨 두는 게으른 사람이 된 걸까? 아니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토록 원하던 어떤 ‘궤도’에 드디어 진입해서, 이제는 힘을 덜 들이고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원하는 방향의 삶에 다가갈 수 있게 된 걸까? 둘 다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둘 다 틀리게 될 수도 있다.


올해는내가20대가된이후가장우울하지않은해였다. 퇴사덕분인지도모른다. 지난3년간나를가장괴롭힌건퇴사하고싶다는생각이었으니까. 예전에정희진의강의에서‘어느쪽도선택하지못하는상황이가장괴롭고둘중어느하나라도선택하면덜괴롭다’라는이야기를들었다.


그때나는정희진의말을회사를받아들이거나퇴사를하거나, 둘중하나를선택해야덜괴로워진다는말로받아들였다. 지금생각해보면회사를받아들이는것은존재하지않는선택지였다. 그런일은일어나지않았을테니까. 내게남은선택지는‘퇴사를고민하는것’과‘퇴사하는것’뿐이었다.


직장도수입도없는백수였지만온라인 카지노 게임밉지않았다. 올한해만큼은죽을쑤든밥을해먹든내꺼라고여기기로했다. 여행을가려던계획이전염병으로틀어졌지만새로운계획을세우지않았다. 집에서책을만들고운동을하고국에밥을말아먹으며지냈다. 이게가능했던건전적으로나를믿고거둬준부모님덕분이다. 외로움에시달리지않은건지속적인안부로온라인 카지노 게임고정적사회생활을하지않는다는걸잊게해준주변사람들덕분이다.


이렇게오랜시간느슨하게지내본건처음이었다. 20대이후는말할것도없고, 돌이켜보면10대시절에도온라인 카지노 게임항상처절한목표가있었다. 아니, 그때가가장혹독했다. 시험한문제틀렸다고세상이무너진것처럼몸살에시달리곤했지. 어휴.


‘고요한해를돌았다’라고적었다가지웠다. 끔찍했던해를안전한곳에서보냈다. 이런종류의운은감사할것이아니라조심해야할눈가리개다. 올해는성과를나열하며마무리하고싶지않다. 올해쓴것을모아정리하려는시도도그만두었다.


그저다음의나를짐작해본다. 한동안쓰지않았던나는다시바쁘게뭔가를만들고보여주게될텐데, 앞으로온라인 카지노 게임쓰는글은이전과는다를것이다. 그런예감이든다. 참, 구체적이지도논리적이지도않은글이다. 이글에는믿음만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그러할것이라는믿음. 이글을읽는당신이온라인 카지노 게임무슨말을하는지이해할거라는믿음.


찬물로다시우려낸녹차를마저마셨다. 귤두개분의껍데기가수첩위에널브러져있다. 손에큼직한비닐꾸러미를든채일찍퇴근한아빠는거실에서텔레비전을보고, 동생은제방에서게임을하고있다. 곧엄마가돌아올시간이다.

다들 언 글루미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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