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 작가가 부럽다는 말을 길게 쓴다면...
'무료 카지노 게임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이 속담은 그저 '실행력'을 강조한 속담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 이 속담이 달리 보인다. 글무료 카지노 게임는 일종의 구슬꿰기가 아닐까. 누구나 말은 가지고 있다. 어휘도 있고 각자의 경험과 생각, 느낌도 있다. 즉, 누구나 무료 카지노 게임은 서말 혹은 그 이상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을 어찌 꿰느냐는 재능과 센스에 따라 어마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초등학생들도 구슬을 꿴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날씨가 좋았다. 엄마 아빠랑 공원에 놀러 갔다. 아빠가 공놀이를 해주셨다. 참 재미있었다." 사실 이런 식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어른들 중에도 생각보다 많다. 나도 때론 그렇지 않나 돌아본다. 물론 그런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것보다 남겨두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런 아마추어의 세계가 아니라 정말 프로의 세계에서는 정말 구슬을 그냥 꿰는 것이 아니라 구슬의 색뿐 아니라 명도나 채도까지 고려해 톤을 맞추고 너무 심심하지 않게 포인트를 주기도 하고 일반인은 생각하지도 못할 반전의 구슬을 갑자기 매치하여 예상치 못한 웃음이나 위로 감동을 주는 것은 분명 재능의 영역이라는 것을 작가들의 글을 읽을수록 깨닫는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할 때 똑같은감정을 느낀 적이 분명히 있었는데, 그걸 나도 다 아는 단어로 저리도 근사하게 표현을 하다니. 예전 그 어느 때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이런 표현을 이렇게 다듬어 쓰다니. 나로선 감히 닿지 않는 역량과 센스다. 그녀 혹은 그와 나 사이에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 벌어진단 말인가? 분명히 똑같이 느낀 것, 비슷하게 한 생각을 표현하는데 나는 가지고 있어도 찾을 수 없는 구슬을 찰떡콩떡 기똥차게 꿰어 놓은 것인가. 감탄하고 또 감탄하다가 좌절한다.
모든 작가에게 느끼는 감정은 아닌 듯하다. 한강 작가는 가지고 있는 구슬 자체가 좀 다른 느낌이긴 하다. 시인이어서 그런지 어렵기도 하고 뭔가 어스름한 느낌의 오묘한 색과 빛을 띤 구슬들. 나에겐 없는 구슬들이다. 김영하 작가는 한강작가보다는 좀 더 톤은 진한 느낌이지만 구슬을 꿰는 방식이나 발상 자체가 다르고 과감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 두 작가의 글을 읽고는 감탄은 해도 좌절한 적은 없다. 내가 예쁜 사람들을 부러워한다고 해서 오드리 헵번이나 소피 마르소가 질투 나지는 않는 느낌이랄까. 손에 닿지 않을 곳에 있기도 하지만 인종이 다르고 스타일 자체가 내가 다시 태어나지 않고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느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재미있게 읽고 기록을 남겼던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의 정지아 작가는 꽤 흔한 구슬들로 웃기고 울리고 다시 읽고 싶은 구슬꿰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 능력이 너무 탐이 난다. 그 책 이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서도 또 그랬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작중 인물들에게서 내가 살면서 느낀 것과 비슷한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 무엇이 참으로 소박하지만 충만했다.
p.28 빛기둥 안에서 주먹만 한 눈송이들이 수직으로 낙하무료 카지노 게임 있었다. 순수에 압도당한 최초이자 마지막 경험이었다. 그날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토록 순수하게, 이토록 압도적으로 살고 싶다고.
p.35 그날 처음으로 30년간 나의 일부였던 식도와 위의 위치와 모양을 구체적으로 체감했다. 위스키가 훑고 간 자리마다 짜릿한 쾌감으로 부르르 떨렸다. 나는 젖 먹는 송아지처럼 자꾸만 입술을 핥았다.
p.59 그저 죽음을 선택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무료 카지노 게임, 나에게는 그런 용기조차 없었을 뿐이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어찌어찌 태어났으므로 우리는 어찌어찌 살아내야 한다. 나에게 마음 두고 있는 존재들을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것이다.
p.81 그 시절의 럭셔리는 이렇게나 소박했다, 소박하다 못해 하찮았다.
p.86 산은 우리의 본성을 드러나게 무료 카지노 게임, 술도 그러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허물을 덮기도 한다.
p.106 위스키로는 달래 지지 않는, 소주로밖에는 달랠 수 없는 어떤 슬픔이, 우리 민족에게는 있는 모양이다.
p.187 벚꽃은 만개할 때가 절정이 아니다. 질 때가 가장 아름답다. 햇볕 환무료 카지노 게임 바람 없는 날, 혹은 비 내리고 바람 부는 날, 어느 쪽이든 지는 벚꽃은 처연하게 아름답다. 아니 처연해서 아름답다.
p.220 나는… 한편으로 그 가벼움이 한심했고,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부러웠다.
p.223 나의 자의식은 몸을 100퍼센트 완벽하게 통제무료 카지노 게임 싶어 한다. 그러나 별로 쓰여본 바 없는 나의 몸은 번번이 자의식의 시도를 배신한다. 제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을, 나의 자의식은 부끄럽게 여긴다. 해서 나는 몸을, 노동이 아니고는 쓰지 못하는 것이다. 나의 자의식은 어쩌자고 괴물처럼 저 혼자 커버린 것일까?
p.242 술이 소화제라는 명언은 정말 술 덕분에 얹혀 있는 무엇인가를 쑥 내려본 경험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p.262 나에게도 찬란한 젊음의 시절이 있기야 했겠지. 그때의 나는 몸 따위 돌아보지 않았다. 몸 따위, 하찮았다. 정신은 고결한 것, 육체는 하찮은 것. 그래서 육체의 욕망에 굴복하는 모든 행위를 혐오했다. 혐오라니. 몸이 있어 정신이 존재하는 것인데. 젊은 나는 참으로 하찮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하찮게 천대해 왔던 불쌍한 나의 몸에게 블루를, 귀하디 귀한 블루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아름다운 육체가, 찬란한 젊음이 펼쳐 보이는 어느 여름날의 천국에서.
p.314 마흔 넘어서야 깨달았다. 나를 키운 건 술이 아니라 외로움이었다는 걸.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마신다. 사람이 좋아서다. 술이 몇 잔 들어가면 나도 다른 이들도 솔직해진다. 위선과 가식의 껍데기를 벗고 온전한 나로 누군가와 만나는 것, 나에게는 그것이 술이다.
p.315 알고 보니 상처 없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에게 술은 자신의 상처는 물론 치졸한 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친밀하게 좁혀주는, 일종의 기적이다. 술 없이 이토록 솔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는 그만한 용기가 없어 술의 힘을 빌 뿐이다.
정지아의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중에서
김영하작가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작가는 작업도구(연필이나 키보드)가 너무 평범해서 고뇌하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참 볼품없을 때가 많다고. 누구나 가진 펜과 키보드. 내가 감히 정지아 작가를 부러워하고 샘을 내는 것도 어쩌면 나에게도 그녀가 가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펜과 키보드가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밑줄 긋고 저장해 둔 많은 표현들을 다시 보니 내가 부러워한 정지아 작가의 그 능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글을 잘 쓴다는 말로 퉁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경험하지만 스쳐 지나가기에 금세 휘발되는 찰나를 정확히 포착무료 카지노 게임, 그 찰나의 모든 감각을 세밀하게 기억해 그것에 어울리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정성스레 찾아 꿰는 것이란 걸 깨닫는다.
술이야기인 듯 독자들을 유혹해서 인생을 이야기하는 정지아작가. 그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능력 없는 나는 이리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