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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Jan 26.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 않은가!

모처럼 맞은 설명절 연휴라 청도 주말농장에서 하루종일 밀린 밭일을 했다.

과일나무의 가지치기와 거름 주기를 이틀에 걸쳐 마무리 지었다.

자두나무, 밤나무, 사과나무, 살구나무, 대추나무, 호두나무, 그리고 감나무까지.

해마다 우리 가족에게 맛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소중한 과일창고이다.


녹초가 된 고단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톡을 했다.

"오늘은 사진이 없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새벽 일찍 등산을 갔다.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에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녀는 산행을 간다.

그녀는작년 4월 28일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처음 지리산산청에서 시작된 종주가 이제 문경을 지나 오늘은 충주의 포암산에 이르렀다.


등산 가는 날은 항상 정상석에서 찍은 인증숏을 오후 한 두시쯤 내게 보내곤 했다.

그런데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인데 오늘은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 일말의 불안한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벨소리가 들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목소리에 현실로돌아왔다.

그런데 반려견 해피가 짖었다.


현관문안으로 들어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낯선 여성의 출현에 해피가 짖은 것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내게 인사하라는 말에 마뜩잖았지만 엉거주춤 서서 낯선 이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했다.

순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뒤통수에 덕지덕지 붙은 붕대를 보고 나는 뭔가 사달이 났음을 직감했다.


나는 말을 아꼈다.

다친 사람한테 꼬치꼬치 물어보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하산 중에 나뭇가지에 머리가 찢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대구의 정형외과에 들러 꿰매고 혹시라도 뇌에 이상이 있을까 봐 CT촬영까지 해봤는데 이상이 없다고 둘러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치료받은정형외과는 불과 몇 달 전에 아버지가 고관절 골절로 입원하여 수술한 병원이었다.


나는 119를불렀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구급차도 안 부르고 그 몰골로 대구까지 내려왔단다. 더구나 같이 갔던 사람 두 명만 같이 딸려보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술 먹으러 갔다는 말에 화가 치밀어올랐다.

나는 당장 때려치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알고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이 일로 백두대간 종주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한 번 더 사고 나면 죽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새벽에 산행을 떠나고 나면 나는 항상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톡을 보낸다. 물론 그녀가 그 부탁을 명심할 거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그래도 매번 보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다쳐 나의 부탁은 무의미해졌지만 더 간절하게 보낼 생각이다.


나도 한 달에 한 번씩 산악회를 통해 등산을 간다.

그렇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일 뿐 죽기 살기로가지는 않는다.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거나 일이 있으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달랐다.

친척 경조사까지 내게 일임하고 등산을 떠났다.

종주를 위해 만들어진 등산팀이라 한 번이라도 산행에 빠지면 백두대간 종주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그녀의 그러한 위험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놀이에 관대했다.

그렇지만 오늘 부상당해 돌아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보고 그동안 좀 더 강하게 말리지 못했던 나를 자책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딸들이 점심때 주문해서 먹고 남긴 쫄면을 먹으려고 했다. 나도 아까 먹으려고 시도했었는데 퍼져서 먹기를 포기했었다.

순간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라면을 먹겠냐고 물어보고 달걀을 넣은 라면을 끓여다 주었다.

그녀는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라면 한 그릇을 비웠다.


내일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병원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감염으로 덫날 위험 때문에 드레싱을 받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데이트할 기회가 생겼지만 즐겁지만은 않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알고 살아왔기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았으면 한다.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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