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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Mar 17. 2025

무료 카지노 게임의 봄은 치열하다

주말 근무를 마치고 농막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하늘은 잔뜩 찌푸린 채 금방이라도 한 줄기 봄비를 내릴 기세다.

더구나 봄날씨 같지 않은 거센 바람과 뚝 떨어진 기온은 문득 '춘래불사춘(來不似春)'을 읊조리게 한다.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차를 몰다보면 어느새 눈에 익은 팔조령(八助嶺) 터널에다다른다.

저곳만 넘으면 청도다.


문득 팔조령에 얽힌 에피소드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언젠가 처남이 팔조령의 유래를 이야기하길래 유심히 들은 적이 있다. 그가 말하기를 팔조령은 호랑이가 많은 고개를 여덟 명의 사람이 무리를 지어 넘어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고 했었다. 듣고 보니일리 있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다.

얼마 전에 디지털청도문화대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팔조령에 대한이야기가 있어서 유심히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처남이 한 얘기는 맞지 않은 얘기였다.


팔조령의 유래는 영남대로 중 여덟 번째 고개여서 팔조령으로 불렀다는설도 있고 도적이 많아 여덟 사람이 모여 무리를 지어 서로 도우며 넘어가는 고개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호랑이 이야기는 찾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설은 일면처남의 이야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긴 했다.

다음에 처남을 만나면 바로잡으리라 마음먹었다.

팔조령 고개를 넘자 청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도 읍성 주변으로 펼쳐진 야경이 흐린 날씨에도 환하게 밤풍경을 밝혔다.


농막에 도착하자마자 빈티지 전축의 턴테이블에 올드 팝 LP를 걸어 두고 서둘러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캔맥주를 마시며 OTT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읽고 있던 '한 강'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었다.

나는 앵무새 아마가 살아 있기를 염원했지만 그녀의 주검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끝내 좌절했다.

그리고 소제목이 '새'로 바뀌자 졸음에 겨워 잠자리에 들었다.

밖에서는 두더지 퇴치용 바람개비가 밤새 돌며 강한 봄바람과 싸우고 있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눈을 떴다.

집이라면 이렇게 일찍 깨지는 않았을 게다. 전축 LCD창의 시계를 보니 6시도 채 되지 않았다.

창밖에는 희끄무레한 여명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이불을 개키지 않은 채 좌식 탁자 앞에서 스마트 폰의 뉴스를 읽었다.

뉴스에는 매일 같은 기사들만 토해내고 있었다.

"탄핵 찬성", "탄핵 반대", 블라 블라 블라...

역겨웠다.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뭣이 중헌데"


아침 7시가 넘었는데 흐린 날씨 때문인지 창밖은 새벽같이 뿌옇다. 밭으로 난 문을 열었더니 금방 비라도 내릴 듯 하늘은 여전히 흐려 있다.

원래 이번 주에 밭에 로터리를 치고 3월 말경에 감자, 완두콩, 옥수수, 양배추, 브로콜리를 심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슬슬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비라도 쏟아지는 날에는 로터리 작업*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항상 농사는 타이밍이고, 적당한 시기에 파종이나수확을 하는 것이 풍작의필수 요건이라고 찰떡 같이 믿고 있다.

나의 1년 농사를 통틀어 로터리 치는 작업만큼 난도가 높고 힘든 작업도 없을 듯하다.

20킬로그램이나 되는 거름과 유박비료 50포대를 밭으로 일일이 옮기고 그 안에 있는 퇴비와 유박을300평이나 되는 밭에 일정한 비율로 배분해서뿌리는 일은 작업을 넘어 극한 노동이다.

그렇게 밭 만들 준비를 하기 전에동네에서 호형호제하는 친한 형에게 로터리를 쳐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1시쯤부터 종일 비를 예고하고 있었다.

나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나는 다음 주에 로터리를 치기로 마음먹고 동네 형에게 전화를 해서 다음 주 일요일에 로터리를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그 형은 기꺼이 그러겠다고 수락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오전 9시쯤 드립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려고 부산을 떨고 있는 중에 농로 쪽으로농기계 이동하는 소리가 들렸다.서둘러나가 보니 동네 형이 자기네 복숭아 밭쪽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인사를 드리고 무슨 일로 가시는지 묻다가 뜬금없이오늘 밭을 좀 갈아달라고 졸랐다.

"형님, 오늘 로터리 좀 쳐주실 수 있나요?"

그 형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그러 마하고 수락했다.


동네 형이 오후1시쯤 로터리를 치러 오기로 했으니 그전에 밑작업을 다 해두어야 했다. 마음이 바빠졌다.

무료 카지노 게임 퇴비 30포, 유박20포를포씩 손수레에 싣고 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두 포를 실어보니밭의 지형상 움직이기가 많이 힘들었다.

20포쯤 옮기고 나니 기운이 다한 듯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거기서 멈출 수는없었다. 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쉬다가 다시 남은 포대를 밭으로 옮기고, 옮기고, 또 옮기고...

그래도 아직 10포가 남았다. 나는 손수레도 치워 버리고 한 포씩 어깨에 둘러메었다. 손수레 보다 훨씬 속도감이 있었다. 마침내 퇴비, 유박50포가 밭에 깔렸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밭으로 옮겨진 50포의 퇴비와 유박비료를일일이 낫으로 개봉하고 그 안에 든 퇴비와 유박을 밭에 모두 흩뿌려야 나의 일이 끝나는 것이었다.

나는 점심도 건너뛰고 미친 듯이 비료포대를 들고 밭 주위를 옮겨 다니며 그 내용물을 밭에다 쏟아 부었다.

한참을 그렇게 신명 나게 춤을 추었다.

그때 동네 할머니 한분이 소리 없이 다가오셨다.


"수제비 한 그릇 잡수소"

직접 만든 손수제비를 한 그릇 가득 들고 오셔서 내게 먹으라고 주고 가셨다. 나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수제비 한 그릇을 비우고 광란의 킬춤을 다시 추기 시작했다.

낫으로 비료포대의 아래를 가르고 두 손으로 상부를 잡고 갈지자로 걸으며 퇴비를 밭고랑, 이랑 할 것 없이 쏟아부었다.

마침내 작업은 끝났고 나는 노동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그때 비가 후드득, 후드득 쏟아지기 시작했다.


쉽게 그칠 비가 아니었다.

동네 형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혹시라도 그 형이 오려나 밭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휴대폰을들고야말았다.

"밥 먹는 중이다."

"네네. 식사 많이 하시고 식사 끝나면 로터리 좀 부탁드립니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동네 형이 올 때까지내 속은 새까맣게 타고 있었다.

혹시라도 비가 많이 내려 땅이 질어로터리를 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전화를 끊고도한참이 지나서야 동네 형이 왔다. 구세주가 나타난 듯 반가웠다.


동네 형의 출현 이후에는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기계화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나는 우산을 들고 편안한 마음으로 깊게 갈리고 섞여 평평해지는 밭을 바라보았다.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로터리 작업은 끝나고 나는 소정의 수고료를 동네 형에게 드리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그리고 비타민 음료 한 박스도같이 드렸다.

오늘 힘든 농사의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서 다행이었다.

힘들고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치열한 농사꾼이 된 듯해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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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작업 : 밭에 퇴비나 비료를 뿌리고 트랙터나경운기, 관리기 등의 농기계를 이용하여 밭을 갈고 흙을 뒤집어 섞어 주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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