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여행을 시작한 이유
학창시절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목적 없이 질주하는 한 마리의 말이었다. 옆도, 뒤도 볼 새 없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같이 온 힘을 다해 전력 질주했다.
운이 좋게도 시험을 잘 볼 수밖에 여러 특질을 타고났다. 글 읽는 속도가 빠르고,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암기력이 좋으며, 성격이 직관적인 탓에 논리의 빈틈이 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나는 쭉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2등보다는 1등이 익숙했고, 생활기록부에는 매년 ‘성적이 매우 우수함’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잘하는 다수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의대에 가는 것이 꿈이었다. 늘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는 하였으나 거기서 벗어날 만큼의 용기는 발휘하지 못하였다. 가장 중요하다는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 날 나는 시험을 포기해버렸다. 모두가 책상에 머리를 숙이고 빼곡하게 앉아있는 교실이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교실을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텅 빈 강의실에 앉아 시험을 보라는 선생님의 원망스러운 말을 거역할 수 없었던 모범생은 연필도 들지 않은 채 공허한 교실에서 온종일 하얀 시험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의 학창시절은 무너짐과 일어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반복했다.
돌이켜보면 지독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매일같이 새벽 6시에 등교해 저녁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새벽에는 졸린 눈을 비비며 견디다 쓰러지듯이 침대로 향했다. 어떤 날은 피곤에 잠식되어도 걱정이 걱정을 몰고 와 해가 뜨고야 겨우 잠에 들었다. 어렸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미래를 담보로 자꾸만 행복을 나중으로 미뤄야만 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면 미뤄두었던 행복이 자연스럽게 내게 찾아오는 줄 알았다.
폭풍같은 학창시절이 끝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결국 입시의 최정점이라고 불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했다.
한동안은 세상 걱정 없이 자유를 즐겼다. 앞으로의 삶이 보장된 행복과 함께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가장 행복해야 할 스무 살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삶의 방향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무작정 질주하던 말이 결승점을 통과한 후에는 더 이상 달릴 곳이 없는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일까 회의하며 답이 없는 질문에 괴로워했다.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의사라고 말하며 있어 보이는 척, 미래를 대단하게 계획하는 척할 수 있었던 학창 시절과 달리 내게는 더 이상 그럴듯한 꿈도, 삶의 목적도 없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렇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강박처럼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았던 돈을 들고 첫 여행을 시작했다. 돌아보면 그다지 큰일이 아닌 일에도 눈물이 흐르고, 평범한 풍경에도 입이 벌어졌다. 처음으로 내 감정들에 섬세한 이름들을 붙이고 나라는 사람에게 끈질기게 물었다. 나는 언제 편안함을 느끼는가, 나는 언제 용감해지는가, 나는 언제 충만해지고 언제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지는가. 새로운 세상을 보자 신기하게도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다. 직업이 곧 꿈이라 믿던 나는 꿈은 그런 틀에 박힌 명사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여행을 하며 깨달았다. 한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하고 싶은 일들을 꿈이란 보따리 안에 차곡차곡 모아왔다. 그렇게 왜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유약했던 아이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남은 삶들을 기대하는 어른이 되었다.
나에게는 아직 3년간의 학업이 더 남아있다. 과감하게 가진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퇴사한 직장인도, 용감하게 학교를 자퇴한 대학생도 아니다. 30개국을 넘게 여행하였으나 세계 일주를 하지도 않았고 밥 먹듯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학업에 치여 누구보다 성실하게 본과 1학년을 마친 지극히 평범한 의과대학생이다. 삶과 여행을 일치시키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행에 온 몸을 던지지 않더라도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3년 후면 의과대학을 졸업해 의사가 되는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세계를 여행하며 참 많은 것들을 몸으로 배웠다. 삶도 시험처럼 정답이 있다고 믿었던 내게 여행은 삶이란 쓰는 것이 모두 정답이 되는 글쓰기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건 의학 서적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삶의 다채로움이었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앞으로도 세상을 방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