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장
점차 학업이 아닌 돈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학업은 단지 장학금을 받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더위가 조금씩 식어갈 즈음에 여름 방학이 끝나고 아직 몇 걸음만 떼어도 땀이 옷을 적시는 더위 었지만 선선한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불기 시작했죠. 다가올 계절의 변화와 함께 점점 희미해져 가는 목표, 계획 그리고 악화되어 가는 부모님과의 관계라는 숙제를 안고 새로운 학기를 맞이했습니다.
8월 중순쯤, 오랜 더위에 어지러운 건지 아니면 일본 생활에 이미 충분히 적응했다고 생각 때문인지 마냥 설레기만 했던 학교로 가던 길은 익숙함에 즐거움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으로 한국에서 늘 걷던 길처럼 설렘을 느끼 기지 못하고 장학금이라는 키워드만 머릿속에 남아있고 뚜렷한 지향점이 없는 희미한 유학의 길이 계속됐어요. 그 영향으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사소한 행복들에 무뎌지기 시작했고, 장학금 면접 심사일이 다가오면서 점점 예민해지고 앞으로의 길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자 모든 것을 내려고 놓고 싶었던 시기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반복된 무료한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다시 경제 활동을 시작했어요.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곳만 찾다 보니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장학금 면접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여기서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뺏기게 되면 이제 막 일본어 공부에 집중도가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이어서 괜히 조급하게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싫었죠. 그래서 더 이 시기를 놓치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까 무서웠죠. 하루빨리 경제적 독립도 해야겠다는 계획은 벌써 잊은 채 그 이후로 장학금 준비에 매진했어요. 장학금을 받을 때까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통보식의 연락을 부모님께 드린 후, 한국의 직업소개소처럼 운영되고 있는 회사에 이름을 등록하고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단기 알바를 반복하며 일본 유학생활에서의 첫여름방학을 마무리했어요.
머릿속에 장학금만 가득했던 저에게 다시 시작한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좋은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20대를 조금 더 가치 있게 보내고자 마음을 먹었고, 계획을 수정하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남은 2012년을 만들고자 마음먹었던 시기이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저의 목표 었던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저만의 인생 지침을 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스스로 부끄러웠죠. 다시 나답게 돌아가기 위해서 먼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다음 달, 내년에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차례차례 나누고 하루하루를 보다 바쁘게 살아가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