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적부터 길을 잘 외웠던 탓에, 이곳의 걷는 길에 금방 익숙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길이 참 좋았다. 비포장 도로가 곳곳에 있었고, 겨울이라 봄을 준비하는 갈색의 가지들과 평지의 많은 눈이 쌓여 있어 시야가 편안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출처 모를 탄내도 코로 잘 날려오고 옷에도 좀 베어내는 것 같았다. 이러한 감각들은 갑작스레 과거의 낭떠러지 앞에서 나를 툭 밀어냈다. 나는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추억 속으로 추락했다. 아주 먼 기억인 것은 분명했다. 아주 익숙하고 온전한 감각들. 분명히 익숙하지만 정확히 짚어 내긴 어렵다. 걸음을 멈추고 눈을 살포시 감았다. 당연하게도 바람과 온도, 소음들이 잘 들려왔다. 손이 시려 워 주머니에 꽂아 넣었고 목을 움츠린 순간,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해 냈다. 그 순간이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 했던 어린 시절. 그 순간은 영원한 것임을 당연히 여겼던 혹은, 그것을 넘어선 진리라고 생각했을 그 시절. 기억 속 액자는 선명도가 높지는 않았기에 무언가 뿌연 필터가 한 장 덮인 그런 액자, 액자들. 그 속에 나는 땅과 너무 가까웠다. 발걸음을 뗄 수는 있었지만 불안해 보였기에 가족들은 나를 주의 깊게 주시했다. 흰 눈이 사방에 깔려 있고 눈 위에 반사되는 햇빛은 눈이 조금 부셨고 그 빛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날 일으켜 세우며 꼭 안아주었던 그 품의 온기. 그 온기를 기억해 냈다. 나는 당장 눈을 떴고 묵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닦아 내기도 전에 얼어버렸던 눈물이 참 시렸다.
나는 하루 만에 서글프게 그리워진 목소리에 목 놓아 운다. 여러 말들을 뱉은 줄 알았으나, 결국 ‘미안해.’한 마디로 도배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덕지덕지 붙인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나의 타자는, 나의 엄마는. ‘괜찮아.’라는 한 마디로 더욱이 나를 울린다. 그 말은 나를 안심시키며 진정시키기도, 짜증이 나게도 만든다. 안심이 되어서 눈물이 나고 진정이 되어 갈 때 즈음엔 또 눈물이 나고, 짜증이 나서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조금, 나를 미워하고 타박을 주면 안 되는 것 인가? 왜 이리도 사랑만을 주는 것일까? 나는 왜 그렇지 못할까. 우리의 통화는 별 다른 이변 없이 끝이 났다. 지금 순간엔 조금은 해결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비슷한 작고 사소한 일들을 내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안심되는 이 마음은 순간적 일 것이다. 분명히 휘발되어 날아가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주 작은 먼지 따위라도 쌓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의 노력을 통해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없으며 그 후회를 인정하지 아니할 수 없지만, 덜 하기 위한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좀 전에 겪은 일이 무색하게,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니 몸에 힘이 쭉 빠졌고 허기가 몰려왔다.(인간이란) 또한 어제저녁부터 계획했던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을 미루기엔 마음이 불편했기에 식사와 인사를 동시에 해결하러 곧장 나왔다. 눈이 조금 부어 있었고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지만 아직 아침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으니 괜찮았다. 도착한 가게에는 어느덧 백열등에 불이 들어와 환해 있었고 젊은 남자는 키가 큰 탓인지 등을 굽힌 상태로 조금 부산스러워 보였고 젊은 여자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차분해 보였다. 잠시 동안 그들을 눈에 담고 짤랑-이는 종소리와 함께 가게문을 열었다.
그들은 동시에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 잠시 당황하며 벽시계를보았고, 시간은 9시 14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