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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우화 Mar 28. 2025

포옹

띵동~

학교에서 돌아온 카지노 쿠폰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가방을 멘 채로 현관에 그대로 주저앉는다.

지쳐서 그러겠거니 싶어 카지노 쿠폰가 잠시 쉬도록 두고 엄마는 간식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다.

엄마가 간식을 들고 나왔는대도 카지노 쿠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처음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다.

무표정인 것 같아 보여도 미세하게 튀어나온 입과 멍 때리듯 한 곳을 가만히 응시하는 눈빛 속에 비치는 복잡한 감정을, 엄마는 읽었을까?

엄마가 “왜 그래?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런데 왜 그러고 있어? 어서 가방 벗고 간식도 먹어.”

“알았어.”라고 말한 후 카지노 쿠폰는 힘들게 가방을 벗고 힘을 짜내 듯 몸을 움직였다.

학교에서 힘들었나 보네,라고 생각한 엄마는 마음이 쓰였지만 카지노 쿠폰를 다그쳐 묻지 않았다.

잠시 후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 곁으로 다가온 카지노 쿠폰는 조리대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엄마는 채소를 썰다가 카지노 쿠폰를 한 번 쳐다보며 오늘 학교는 어땠는지 물었다.

카지노 쿠폰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괜찮았어,라고 얘기한 후 몇 초의 틈을 두고 사실…이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카지노 쿠폰는 일전에 친한 친구 몇 명이 자기만 빼고 서로 귓속말을 해서 기분이 상해 집에 돌아와 울었던 적이 있는데, 오늘도 그랬던 모양이다.

엄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카지노 쿠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친구를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만 속닥거리는 카지노 쿠폰들의 심리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어렸을 때도 카지노 쿠폰들은 그런 식으로 친구들을 놀리고 따돌렸다.

엄마의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카지노 쿠폰의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다.

카지노 쿠폰는 오늘은 자기가 친구들을 오해한 부분이 있었고 그로 인해 친구들에게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카지노 쿠폰가 감정이 상해서 친구들에게 “나는 너희들 싫어.”라고 계속해서 말했고, 그래서 자신포함 친구들 모두 감정이 상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카지노 쿠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친구랑 노는 것, 제일 즐거운 일도 친구랑 노는 것, 신나는 일도 친구랑 노는 것인데 그런 카지노 쿠폰가 친구들이 싫다고 소리쳤을 때, 그때 카지노 쿠폰의 마음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어떤 색이었을까? 어떤 냄새였을까?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한 후 카지노 쿠폰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하고 싶었다고 한다.

용기가 필요했던 카지노 쿠폰는 친구가 원하던 파우더를 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무리의 친구들과 화해를 했다고 한다.

카지노 쿠폰는 “엄마, 그냥 말로만 미안하다고 할 때보다 친구에게 뭔가를 주면서 미안하다고 하니 좀 더 쉽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래, 말만 하는 것보다 마음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주면서 얘기하는 게 훨씬 쉽기는 해. 너도 아는구나.

엄마는 카지노 쿠폰에게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용기가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는 오늘 읽었던 책 내용을 스스로에게 되뇌듯 카지노 쿠폰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만 높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카지노 쿠폰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엄마의 마음이 움찔했다.

오늘 친구들에게 너희들이 싫다고 얘기한 건 네가 나쁜 카지노 쿠폰라서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지난번 일로 이미 감정이 한번 상했기 때문에 그 감정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비슷한 일이 벌어져서 다시 그 감정이 올라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마는 분명 자신의 카지노 쿠폰를 향해 말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그 카지노 쿠폰가 자신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친구보다 카지노 쿠폰의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일러주며 친구 중심이 아닌 카지노 쿠폰의 입장에서 감정을 얘기하라고 말해주었다.

이를테면 너희들끼리만 얘기하니 난 속상해. 왕따 당하는 기분이야. 별 얘기가 아니니까 얘기해 줄 수 있잖아,라고 말하는 게 좋다고 알려주었다.

엄마의 얘기를 다 들은 카지노 쿠폰는 “엄마, 내 친구 조하는 자존감이 높은지 뭔가 서운한 게 있을 때마다 나한테 얘기를 해서 나는 약간 당황할 때가 있거든. 그래서 난 그런 얘기를 들으면 항상 ‘응’이라고만 했어. 그래서 나도 친구들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친구들이 당황할까 봐 얘기하지 않았어.”라고 말한다.

엄마는 카지노 쿠폰에게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기에 앞서 자신의 감정을 먼저 챙기라고, 네가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말해주었다.

카지노 쿠폰에게 자신을 먼저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번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그대로 남아 폭발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카지노 쿠폰의 감정을 솔직히 말했는데도 친구들이 여전히 같은 행동을 한다면 그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닌 것 같다는 말도 해주었다.

카지노 쿠폰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신은 지금까지 친구를 많이 잃어봤다며 눈물을 흘렸다.

책에서 ‘을’이 되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에 대해서 나왔는데 카지노 쿠폰가 그런 듯했다.

사람을 좋아해서 다 퍼주고 싶고, 해주고 싶고, 늘 같이 놀고 싶은, 이런 상태가 되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카지노 쿠폰처럼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얘기하는데 계속 궁금해하고 물어보면 카지노 쿠폰들은 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는 안다. 사람의 속성이 그렇다.

그럴 게 아니었으면 카지노 쿠폰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알려줬을 것이다.

그래서 카지노 쿠폰에게 한번 물어봐서 대답해 주지 않으면 궁금해하지 말라고, 쿨해지라고 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카지노 쿠폰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엄마는 확신이 없었다.

엄마가 카지노 쿠폰 었을 때도 카지노 쿠폰들은 자신보다 연약하거나 더 카지노 쿠폰 같고 어리숙한 카지노 쿠폰들을 놀리고 따시키듯 했다.

그들의 심리가 어떤 것 인지도 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이러한 습성을 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한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오래전 카지노 쿠폰는 엄마에게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물으며 엄마가 좋아하는 녹색을 자신도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카지노 쿠폰는, 자신은 원래 분홍색을 좋아했는데 언니 오빠들이 분홍색 좋아한다고 놀려서 그 이후로 다른 색을 좋아하게 됐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엄마는 카지노 쿠폰가 정말 녹색을 좋아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카지노 쿠폰가 자신의 색을 지워가고 있는 건 아닌지, 타인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색을 바꾸며 살아가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스러웠다.


엄마는 카지노 쿠폰가 마주한 갈등 속에서 자꾸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는 카지노 쿠폰를 더욱 힘 있게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관계의 갈등 속에서 방황하던 엄마가 찾았던 방법은 자신을 더욱 껴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더욱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파도가 아무리 휘몰아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바위 같은 마음을 갖고자 노력했다.

엄마는 파도를 향해 맞서고 있는 카지노 쿠폰를 꼭 껴안았다.

너는 부서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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