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결심
모든 게 다 있을 것 같은 다이소에 들러 새해가 되기 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한 권 샀다. 처음으로 새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아닌 만년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택했는데, 막상 새해부터 시작할 생각을 하니 살짝 자신이 없어졌고 그래서 마음 내킬 때 아무 때나 시작할 수 있는 만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좋을 것 같았다.
학창 시절엔 온라인 카지노 게임 꾸미기가 유행이어서 친구들끼리 경쟁하듯 꾸몄다. 각종 스티커와 색 볼펜으로 공부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꾸미기에 진심이었던 날이기도 했다. 감동을 주는 글귀와 학업에 동기부여를 해주는 다양한 명언들로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채워졌지만 정작 공부는 뒷전이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지금도 생각나는 명언은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였다. 참 많은 꿈을 꾸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끝까지 써본 경험이 별로 없다. 꾸민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아깝기는 했지만 버리기 아까운 몇 장의 페이지를 뜯어 새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붙이는 일을 몇 번 반복한 후로 언제인지 모르게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쓰기는 멈추었다.
사회에 나와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시절이었다. 500일 기념으로 남자 친구는 나에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선물로 주었고 그로부터 얼마 후 응모에 당첨되었다며 ‘프랭클린 플래너’까지 주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서류가방처럼 어찌나 크고 투박하던지 예쁘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나는 그래도 남자 친구의 성의를 봐서 열심히 사용해 보려 애썼다. 스케줄을 적고 플랜을 짜며 나름 열심히 해보려던 앞장의 몇 페이지가 무색하게 나의 일상은 무척 단조로웠고 실천은 어려웠다.
그즈음 나는 이직을 하고자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접수한 상태였고 어느 날 한 회사로부터 면접 통보를 받았는데, 면접장에 도착한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면접 보는 사람이 나 한 사람뿐이었다. 면접을 보면서 모든 직원들이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한다는 점과 후에 그 회사가 남자 친구가 나에게 선물로 줬던 책을 회사에 적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는 이력서에 최근에 읽은 책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적었다. 행운은 차려진 밥상 같았고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실 난 면접을 볼 때까지 그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고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의 심정이었다. 그저 당시 다니고 있던 회사가 너무 편하고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고 그래서 나의 능력과 수준에 상관없이 연봉이 괜찮아 보이는 회사에 마구 이력서를 뿌려댔다.
그런데 면접 본 그 회사는 열정이 넘쳤고 난 그만큼의 열의가 없었다. 그동안 읽은 자기 계발 서적의 내용들이 말풍선처럼 머릿속에서 삐죽삐죽 나와 ‘그래, 해보자!’ 했다가도 면접관들의 ‘만약’이라는 질문들에 지금 회사도 괜찮은데 굳이 다른 회사에 들어가 야근에 없는 열정을 끌어내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했다. 다니고 있던 회사는 칼퇴근에 구내식당 점심은 제법 훌륭했으며(게다가 무료였다.) 업무도 숙달되어 업무를 익히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책은 읽었으나 실천은 어려웠고 새로운 걸 원했으나 그 새로움이 두렵기도 했던 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고 결국에는 대책도 없이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렇게 백수로 지내며 돈은 궁하고 면접 본 회사가 상장이 되었을 때는 차려놓은 밥상도 못 먹는 얼치기라고 자신을 비난했다. 자기 계발 서적을 읽고 계획을 세워도 실천 없이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임을 깨달은 나는 더 이상 실천하지 못할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친구로부터 아이돌 가수 아이유가 어려서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말인즉슨 그런 습관이 오늘날의 아이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말이 나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사러 다이소로 향하게 한 거다. 그렇게 10월이 되어 펼쳐본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채우지 못한 글자 대신 깨끗한 여백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사람은 참 안 변한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몇 줄이라도 좋으니 일기를 써보라고 권한다. 난 하지도 못했으면서 자식들은 해내길 바라는 마음, 이것도 모성애의 일종일까? 그러나 역시 내 아이들이 맞다. 며칠 못 가서 나도 아이들도 일기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큰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종이에 대한 집착이 있다. 생일 선물도 노트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사주면 세상 다 가진 얼굴로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내 지갑은 가벼워지지 않았으니까.
어느 날, 중국 식당에 가니 연말 선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준다. 아들은 또 신났다. 그러나 난 책장에 쓰다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하나 더 늘어날 거란 예감으로 아이에게 선교사인 친구의 사역지 현지 목사님께 드릴 것을 권유한다.
예전에 친구가 선교지 현지 목사님들께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달력을 드리는데 시골이라 그런 것들이 귀해 목사님들 사이에서 신경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께 드리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만들어진 목적대로 끝까지 잘 사용될 것이지만 우리 아들 손아귀에 들어가면 책장 한구석에서 먼지만 채워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고뇌하는 사람처럼 어떡하지?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결정짓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리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좋을까.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유구무언, 나도 그랬으니까. 모전자전, 피는 못 속이는구나.
(2021.10.06에 쓴 글)
- 이 만년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올해 초에 다시 꺼냈다. 다시 쓰기 시작한 날짜는 2025년 1월 5일이었고 전 기록은 2023년 1월 9일이었으며 이게 처음은 아니었다. 연도는 적혀있지 않으나 위의 글을 쓴 기록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마스크를 주문하고 COVID 테스트라고 적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팬데믹 기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즈음 한국 방문 때 구매한 것이다.
바쁜 날은 바빠서 못쓰고 한가한 날은 한가해서 적을 내용이 없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쓰는 게 어렵다. 그리고 나는 글씨체가 맘에 안 들면 다시 쓰고 싶거나 아니면 찢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것 같다. 별별 핑계도 다 있다. 어찌 되었든, 오래된 기록들을 발견하고 읽다 보면 참 재미가 있다. 생각나지도 않는 그때의 내 생각을 읽어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다. 그래서 다시 도전해 보려고 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보아 실패할 확률이 농후하지만 그렇다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실패이니까, 그러니까 시작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