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_17. <맨 오브 스틸
1.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이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이별 같은 말은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좋았으면 끝까지 함께 해야지. 좋다는 사람 억지로 떨어뜨려 놓든, 둘이 서로 싫어해서 밀어내는 거든, 무엇이 되었든 그것이 어떻게 좋을 수 있단 말인가. '좋은 이별'은 단 네 글자로 역설을 보여주는, 굉장히 가성비 넘치는 표현이다. 비단 사람과의 관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볼 때도 간혹 그런 경험을 하곤 한다. 이미 희망은 찾아볼 수 없는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끝내 미련을 놓지 못하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어떤 끈을 놓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길고 좋게 표현하면 기대했던 카지노 가입 쿠폰에 크게 실망했다는 뜻이고, 짧고 나쁘게 표현하면 시쳇말로 '과몰입 오타쿠'에 대한 이야기다. 어쨌든 이런 것도 나름대로 혼자 겪는 이별이다.
2.
전에도 몇 번 고백한 적 있지만 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엄청난 팬이다. 나는 그렇게 고지식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의를 추구하는 캐릭터를 사랑한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슈퍼맨은 그런 캐릭터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그 유명세와 내 팬심에 비해 그 캐릭터를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자주 본 편은 아니다. 아무래도 크리스토퍼 리브 슈퍼맨 이후로 본격적인 실사 카지노 가입 쿠폰 제작이 요원했던 탓이었다.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 슈퍼맨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이 개봉한 것도 벌써 50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그보다도 훨씬 뒤에야 겨우 세상의 빛을 본 나에겐 아무래도 극장에서 만나는 슈퍼맨이라는 개념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3.
그리고 2013년, 드디어 때가 왔다. 모든 팬들이라면 알겠지만 슈퍼맨은 그의 오랜 별명인 '강철의 사나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실사카지노 가입 쿠폰로 돌아왔다. 리처드 도너도, 크리스토퍼 리브도 아니었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어쨌든 꽤 그럴듯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눈앞에서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펼치는 슈퍼맨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놓칠 수 없는, 일종의 사건과도 같았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날짜도 정확히 알고 있다. 2013년 6월 13일. <맨 오브 스틸의 국내 개봉일. 나는 그 오랜 기다림을 더는 참지 못하고 극장을 향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개봉일에만 두 번을 보고 나온 나는 그다음 날에도, 그리고 그 일주일 후에도 계속해서 극장을 찾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슈퍼맨을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굳은 일념. 카지노 가입 쿠폰의 허점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카지노 가입 쿠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으니까. 그럼에도, 아직 첫 번째 편이고, 이 시리즈에선 슈퍼맨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4.
DC 캐릭터들을 통해 유니버스를 설계하려면 응당 슈퍼맨을 위주로 뭉치는 것이 맞을 것 같으나, 현실은 그렇게 평화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맨 오브 스틸의 속편은 그 이후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같은 세계관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통해 소위 'DC판 시빌워'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는데, 그 당시에도 나름 순진했던 나는 <맨 오브 스틸의 걸쩍지근함에도 여러 친구들에게 '이 카지노 가입 쿠폰는 대박일 거야, 같이 보자'라는 공수표를 날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처음 봤을 때,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이미 느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과 잡아버린 약속을 해치우기 위해 나는 의무감으로 그 카지노 가입 쿠폰를 보러 몇 번이나 극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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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막무가내로 이어지던 시리즈는 어찌어찌 <저스티스 리그라는 팀업 카지노 가입 쿠폰로까지 이어졌다. 그때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몇몇 꼼수 개봉이 있었는데, <저스티스 리그는 '전야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봉 전날 밤부터 극장에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내가 몸 담고 있던 모임의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어떻게든 <저스티스 리그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술을 몇 잔이나 들이켠 상황에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라는 시덥잖고 뻔한 핑계로 자리를 빠져나와 극장을 향했다.
처음에는 내가 술에 취해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 영 찝찝했다. 이건 술까지 한잔 마신 지금 판단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다음날 잠에서 깨자마자 다시 극장을 향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DCEU 시리즈도, 그 시리즈 속 슈퍼맨도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이 시리즈에선 내가 알던 슈퍼맨의 캐릭터성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많은 시간 친구들과 이 시리즈를 평가하고, 솔직히 욕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붙들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을 드디어 놓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 <해피투게더 속 아휘처럼 놓지 못하던 누군가를 놓은 사람이 되었다. 그 모든 시리즈를 단지 슈퍼맨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극장에서 찾아본 나에게 그 상처를 회복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6.
꽤 오랜 시간 부러 판단을 유보하던 그 카지노 가입 쿠폰 캐릭터에 대한 결과를 인정해버리니 남은 것은 시원섭섭한 마음뿐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배운 것은 있다. 그 과몰입 자세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판단하는 것에도, 그리고 그 카지노 가입 쿠폰를 보기 위한 시간과 돈에 있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 전 새로운 DC 유니버스의 슈퍼맨이 공개되었다. 머지않아 슈퍼맨을 다시 만나겠지만, 다시금 다짐한다, 그때는 이렇게 미련하게 희망을 품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보지 않으리라. 물론 성공할는지 나조차 모르겠다. 방금 헤어지고 와서 '다시는 이런 거 안 해'라며 눈물짓는 사람이 제일 먼저 새로운 사람 찾아 연애하는 것은 뻔한 클리셰 아닌가. 이번 슈퍼맨이 그 새로운 사람이 되어 줄지, 내심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