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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구름 Apr 28. 2025

빙산이 녹는 것을 기다리며

예의를 밥 말아먹다.

경의중앙선을 타고 청량리를 가던 중이었카지노 쿠폰.

핑크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 임산부가 아니면 제발 앉지 말아 달라는 당부들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임산부석에 당당히 앉아 있던 중년의 아저씨가 보였카지노 쿠폰.

사람이 꽉 차 있는 지하철에 비어있는 임산부석은 그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는 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카지노 쿠폰. 하지만 문제는 그 앞에 어깨에 걸친 가방보다 큰 배를 한속으로 부여잡고 서 있는 임산부가 있었다는 것이였카지노 쿠폰. 그때부터 시작된 아저씨의 눈치게임은 옆자리의 아저씨가 자리를 양보할 때까지 계속되었카지노 쿠폰. 양보한 아저씨는 한참을 쏘아붙이듯이 째려보다가 이윽고 한마디를 던졌카지노 쿠폰.

"아저씨 거기 임산부석이에요"

하지만 아저씨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냥 딴청을 피웠카지노 쿠폰.

정차역이 되어 내리면서도 자리에 태연히 앉아있는 아저씨를 보며 깔려있는 핑크색들이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카지노 쿠폰.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카지노 쿠폰.

4시간에 걸친 여정 끝에 종착지인 부산종합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카지노 쿠폰.

4시간 내내 풀로 의자를 뒤로 젖혀 타고 온 앞자리의 젊은 여성이 의자를 제자리로 세우고일어나면 그때 나도 자리를 정리하고 가야겠다생각했카지노 쿠폰. 버스가 멈추기까지도 누워서 꼼짝 않던 여성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바로 문을 향해 튀어 나갔카지노 쿠폰. 얼마나 빠르게 나갔는지 얼이 빠질 정도였카지노 쿠폰.

덕분에 가뜩이나 좁은 의자에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자리를 정리하고 빠져나왔카지노 쿠폰.




빙산의 일각일 뿐인 이런 일들을 다 나열하자면,
빙산이 녹는 걸 기다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카지노 쿠폰.


우리나라에서 '예의'라고 하는 말은, 외국에서 말하는 '매너'와 비슷한 의미일 겁니다.

영화 <킹스맨에서는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대사와 함께, 부족한 매너로 인해 사람을 두들겨 패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대사와 장면덕분에영화큰 흥행으로까지 이어졌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카지노 쿠폰.(물론 영화자체도 너무 재밌카지노 쿠폰.)


배움이 많아진 사회.
누구나 원하면 배울 수 있는 사회.

하지만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사회.
자신만 편하면 된다는 사회.

덕분에, 20대를 거쳐 30대를 지나 40대를 살고 있는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에 지쳐버린 듯합니다.

기본적인 매너들과 예의로 씨름할 여력도 남지 않았고,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도 않카지노 쿠폰.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의 수는 줄고, 깊이는 더 깊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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