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하는 게 아니다.
처음 수영을 시작한 초보반에서 나 그리고 물 공포증이 있는 20대 아가씨만 빼고 다 중급반으로 갔다. 그 넓은 긴 레일에서 가다 서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두 사람만 남은 채로 뭘 어쩌나 싶더니 곧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럴 때 우리를 원년 멤버라 할 수 있을까. 수영레슨 경력 한 달째, 킥 판 뗀 지 일주일 차.줄 마지막에 깍두기처럼 따라가기만 하다가 갑자기 새로운 카지노 게임이 왔다고 우리 보고, 아니 나더러 맨 앞에 서라는데 어안이 벙벙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맨 앞 줄에 서는 건 채 한 주도 가지 못하고 나는 줄 중간쯤 눈치껏 들어가 다시 안정을 찾았다. 새로 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수영을 배워본 경험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이미 평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좌천된다는 느낌 없이 잠시 왕좌의 맛만 보고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래도 중간이 어딘가, 한 달 배웠다고 꼴찌에서 중간쯤 왔으니 약진에 약진을 거듭 중이다 생각한다.
카지노 게임이 바뀌었을 뿐인데, 참 선생님도 바뀌었다. 나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기존 카지노 게임과 함께 중급반으로 가셨고 더 젊고 목소리가 큰 남자 선생님이 오셔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뀌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더 발전해 있겠지라는 설렘과 함께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일단 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는다는 주의를 가졌던 이전 선생님도 좋았지만 새로운 선생님은 자주 멈춰세워 자세를 바로잡고 티칭을 하는 스타일이라 속도는 좀 느리지만 기본기를 탄탄하게 잡을 수 있을 듯하다. 이것도 좋다.
그리고 새롭게 배우는 영법. 카지노 게임. 일단 천장을 보고 등을 대고 누워 머리를 들이밀며 앞으로 나아간다. 발을 천천히 열심히 구르면서 내 몸이 실제로 떠 있음을 인식하고 (마음 놓아도 된다, 뜬다 떠) 천천히 팔을 하나씩 저어간다. 처음엔 두려움 때문인지 물속에 가라앉을 거 같다는 공포심 때문인지 실제로 얼굴 전체가 물에 잠겨 코며 귀며 예외 없이 물을 한가득 담긴 했지만 재빨리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팔을 젖기 전에 천천히 발을 구르며 물살을 느끼고 한 팔씩 기지개 펴듯이 천장으로, 머리 위로 그리고 귀를 넘겼을 때 옆으로 물살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일단 카지노 게임은 호흡 기관이 물 밖에 나와있기 때문에 자유형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내 손으로 들어 올린 물이 내 얼굴에 내리꽂히기도 하고, 앞사람이나 옆 사람의 물장구에 물을 많이 먹기도 하지만 이건 차차 요령이 생긴다. 물에서 손이 언제 빠져나왔나 싶게 사뿐히 들어 올려 귀 뒤로 넘기기도 하고 카지노 게임을 할 때는 무의식중에 사람들이 조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꽤나 만족스럽고 수월했다. 무엇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칭찬을 듣기도 해서인지 카지노 게임에 조금씩 자신감도 붙었다. 팔 돌리기가 잘 된다고, 오른팔은 100점, 왼팔은 95점이라고 지나가는 내 얼굴 위에서 선생님이 소리치셨다.이건 그 구간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듣는 똑같은 멘트인지 아닌지 알 길 없지만 일단 내 귀에 들어왔으니 카지노 게임은 100점, 왼팔은 95점이다. 뿌듯.
그런데 카지노 게임은 나만 잘하는 게 아니다. 그동안 같이 앓는 소리를 하던 사람들도 카지노 게임만 하면 다들 기세등등이다.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깔끔하게 물살을 가른다. 그래서 그런지 카지노 게임은 금방 배우고 금방 끝났다. 언제 또 수영하면서 칭찬 한 번 들을까 싶으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구 없는 평형으로 밀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