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카지노 쿠폰? 그건 해외여행 가면 유명 갤러리 가서 보는 거 아니야?’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나 뉴욕 모마 미술관에 갔을 때나 즐기는 게 카지노 쿠폰이라 생각했다. 내게 카지노 쿠폰이란 유명 작가의 카지노 쿠폰을 감상하며 ‘나 이렇게 교양 있는 사람이야’하고 어깨에 뽕 집어넣을 때나 써먹는 것이었다. 카지노 쿠폰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게 명확하고 단편적이었다. 유명 작가쯤 돼야 카지노 쿠폰을 그리는 거지 나 같은 똥 손이 카지노 쿠폰을 그린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하겠냐는 생각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나에게도 카지노 쿠폰을 그리는 시간이 잠시 찾아왔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참고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보니 어린아이 곁에 앉아서 어쩔 수 없이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붙잡아봤다. 그러나 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카지노 쿠폰 그리는 좋은 엄마 코스프레는 몇 년 가지 않아 끝났다. 아이가 혼자 앉아서 카지노 쿠폰 그리고 만들기 하며 미술 활동을 잘하는 순간 엄마의 울며 겨자 먹기 카지노 쿠폰 그리기 시간은 마무리되었다. 너무나 홀가분했다.
이렇듯 그림에 소질은 물론이고 관심도 없는 똥 손이지만 유행에 뒤처지는 건 싫었다. 그래서 다이어리 꾸미기, 디지털 드로잉 등 감각 있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요즘 유행한다는 것들에 나도 한 번쯤은 발을 담가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덜컥 이모티콘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국내의 굵직한 이모티콘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로 데뷔한 유경험자 선배들의 지도를 잘 따라가기만 하면 나도 2주 안에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겁 없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는 영어 울렁증이 있던 사람이지만 작년 여름 온라인 스터디 그룹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영어 쉐도잉을 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영어 공부를 유지하고 있다. 워낙 언어적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지만 세월과 노력에 이기는 장사 없다고 내 실력은 조금씩 나아졌고, 지금은 남편과 아이가 영어 숙제하는 내 모습을 보며 엄지 척을 치켜세우는 수준이 됐다. 온라인 그룹에서 매일 과제 인증을 하며 서로 응원하다 보면 목표한 바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경험이 있으므로 이번에도 나는 온라인 공동체의 힘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나는 이미 숙제 인증의 여왕이 되어 있었으니까 하루에 한두 장 이모티콘을 그려서 올리는 인증 활동 정도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오만방자한 생각은 며칠 지나지 않아 나를 좌절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영어 영상물을 보며 반복해서 들어보고 따라서 말해보는 공부는 이미 완성된 콘텐츠를 내가 소비하면서 반복 연습만 하면 되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새하얀 백지에 카지노 쿠폰을 그리며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차원이 달랐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했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인증 화면에 올려야 할 카지노 쿠폰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도중하차 하고 싶었다. ‘참가비 몇만 원, 그 정도 금액이야 오늘 저녁 고기 사 먹었다 생각하면 되지 뭐.’ 그렇게 깔끔하게 포기를 결심하며 나는 며칠 동안 이모티콘 그리기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그러다 내 핸드폰 사진첩을 쭉 둘러봤다. 꽃, 강아지, 꽃, 음식, 꽃… 계속 반복되는 내 사진의 피사체. 꽃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다. 나는 이 사진을 대체 다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많이 찍어뒀을까? 어디에 활용하고자 찍어둔 사진이라기보다는 그 순간의 그 모습이 매우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내 마음속에 간직해두고 싶은 마음에 사진첩에 담아둔 거였다. 내가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서 그림 그리는 전문 아티스트가 아닌데 뭘 그릴지 오래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싶었다. 그냥 내가 늘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 대상, 내 눈에 익숙해서 눈감고도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펜을 붙잡았다. 핸드폰 사진첩에 저장된 꽃 사진을 한 장씩 펼쳐두고 따라 그려보기 시작했다. 잘 그려지지 않을 때는 드로잉 어플에 꽃 사진을 바탕으로 흐릿하게 깔아 두고 그 위에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꽃 종류별로 카지노 쿠폰을 점차 그리다 보니 꽃마다 가지고 있는 꽃말에 담긴 의미도 한층 더 깊이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아! 카라는 이렇게 카지노 쿠폰 그리기에도 간편할 만큼 깔끔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순수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구나.’, ‘프리지어는 색감이 노랗고 경쾌할 뿐만 아니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귀여운 모습 때문에 천진난만이라는 꽃말이 붙은 게 아닐까?’ 평소 우리 집 테이블 위에서 내 눈과 코에 즐거움이 되어주던 꽃이 이제는 내 손끝을 타고 내 마음속에 하나씩 새겨지는 기분이었다.꽃 카지노 쿠폰을 그리는 시간이 내게 힐링이 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 이모티콘이 상품화되기만 한다면 소비자들이 이걸 보는 순간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 가슴은 두근거렸다.
2주가 지난 뒤, 내가 그린 꽃 사진 24장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모티콘 판매 승인을 받게 되었다. 늘 카지노 쿠폰에서는 꽝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져다준 일생일대의 엄청난 성과였다. 이 경험은 나에게 두 번째 이모티콘을 그릴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토대로 나는 사랑하는 우리 집 반려견의 모습을 담은 강아지 이모티콘을 그려서 현재 판매 승인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음 이모티콘은 뭘 그릴까, 꽃 시리즈 2탄을 계속 이어갈까?’하고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그림 그리기 초보자가 꽃을 통해 작은 성과를 맛보고 나니 나의 애정 아이템인 꽃을 세상에 더 널리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꽃의 향기와 매력, 꽃말에 담긴 귀한 메시지를 글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 지금껏 나는 글쓰기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독서라는 취미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내가 꽃에 대한 애정과 노력 하나로 이모티콘 작가가 된 것처럼, 글 솜씨 역시 부족하지만, 꽃에 대한 나의 진심을 담아 한 줄씩 써 내려가다 보면 나만의 아름다운 꽃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기대해 본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 초보자인 내가 글쓰기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유다.
나의 꽃 이모티콘 24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진심’이라는 꽃말이 담긴 국화 그림이다. 나머지 23개에 비하면 엉성하고 어설픈 그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림보다 진심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나는 오늘부터 진심을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