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
가끔은 길을 잃거나 계획이 틀어졌을 때 뜻밖의 행운을 만나게 된다. 얼마 전 청주 추정리에 메밀꽃밭을 구경하러 가던 날이었다. 초행길 운전을 하다 보면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놓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좌회전을 하면 우리가 가려던 식당이 바로 나오는데 지나쳐버렸다. 시골길을 더 달리다가 다음번에 좌회전했다. 왼쪽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황금빛 논과 알록달록 개성 있는 패션을 뽐내는 허수아비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코스모스가 줄지어 있었다. 가을이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그 길의 코스모스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에서 나와 친구는 단둘이 가을 정취를 누렸다. 알고 보니 그곳은 지자체에서 가을 풍경 사진 콘테스트를 진행카지노 가입 쿠폰 있는 사진 맛집이었다. 내가 좌회전 타이밍을 놓친 덕에 조금 돌아갔지만 횡재했다며 옆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거들먹거렸다.
촘촘하게 계획하지 않고 그날 기분 따라, 상황 따라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을 하면 기대치 못했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나는 자유여행을 가면서도 마치 내가 투어 가이드라도 되는 양 구체적으로 일정을 짠다. 내 입맛대로 일정을 짜고 그대로 구경을 마칠 때면 미션을 완수한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여행을 선호하지만, 가끔은 여행 도중 일일투어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 불가능한 곳이나, 교통편이 불편해서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지역에 갈 때다. 이번 프랑스 여행 때는 파리 근교 여행을 갈 때 일일투어를 이용했다.
내가 파리 근교에서 가보고 싶은 곳은 두 군데였다. 한 곳은 꽃을 좋아하는 나에게 성지와 같은 모네의 집이었다. 모네는 화가로서 인정받고 재력을 얻은 뒤, 지베르니의 넓은 부지에 2층 집을 짓고 물의 정원과 꽃의 정원을 만들었다. 모네의 집 여행 후기를 볼 때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가득한 정원을 거닐며 꽃향기를 느끼고 싶었다. 또 한 곳은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아이가 이곳을 직접 두 눈으로 본다면 유럽의 화려한 왕정 문화와 프랑스 혁명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두 가지 이유로 지베르니와 베르사유 궁전을 갈 수 있는 일일투어 상품을 알아봤다.
투어 프로그램 중 사람들의 이용후기가 많고, 상품평이 좋은 것을 골라봤다. 내가 가고자 했던 2군데 외에 근처에 있는 다른 한 곳을 더 들리는 상품이 많았다.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이 작품 활동을 많이 했던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이다. 이곳은 반 카지노 가입 쿠폰 마을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죽기 전 마지막 두 달 남짓을 보낸 마을인데, 그는 이곳에서 약 70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당시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들이 여럿 머물렀던 예쁜 마을이지만 난 이 마을에 굳이 들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 그림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은 짧지만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난 고민도 없이 카지노 가입 쿠폰라고 대답할 것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그림에는 노란색이 자주 보인다. 햇살처럼 밝고 따뜻한 색감이 내 마음까지 비춰주는지 그 앞에 서면 온기가 전해지는 기분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특유의 구불구불한 붓 터치를 보면 내 마음도 그림 결 따라서 동글동글 부드럽게 굴러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카지노 가입 쿠폰를 좋아한다.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가 활동했던 도시, 아를이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여행 후기를 보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자들이 찍어온 사진에 담긴 마을 모습과 카지노 가입 쿠폰 그림에 담긴 풍경은 같은 구도이지만 그 느낌이 달랐다. 분명 똑같은 위치이지만 그림으로 보는 게 훨씬 예쁘고 아름다웠다. 막상 현장에 서서 그림만 못한 풍경을 보면 환상이 깨질 것 같았다. 나는 그 느낌을 마치 현실 세계에 없는 것처럼, 상상 속 마을로만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 마을에 일부러 찾아갈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단체 여행에서 나만 그곳을 구경하지 않겠다고 고집 피울 수는 없다. 그렇게 나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가게 됐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은 채로….
마을의 작은 교회 앞에서 투어가 시작됐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멋은 없었지만, 소박하고 정갈해 보이는 느낌이 좋았다. 복잡한 대도시와는 다르게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 또한 마음에 들었다. 교회를 지나 좁은 마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갔다. 갑자기 드넓은 밀밭이 펼쳐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탁 트인 광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유명작 중 하나인 <까마귀가 있는 밀밭 그림과 그 배경을 나란히 바라볼 수 있었다. 같은 장면이지만 사뭇 다른 느낌을 캔버스에 담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표현력에 감동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시선에서 밀밭의 풍광을 느껴보라고 가이드님이 배경음악을 잔잔하게 깔아줬다. 상상력은 아무리 쥐어 짜내려고 해도 나오질 않는데, 멋진 경치가 눈앞에 펼쳐졌다고 없던 상상력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래도 밀밭의 일렁이는 푸른 물결을 보면서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현재도 카지노 가입 쿠폰의 그림과 동일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오베르 시청사, 카지노 가입 쿠폰가 머물렀던 라부 여인숙의 아주 작은 방,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와 동생 테오가 나란히 잠들어있는 무덤까지 천천히 둘러봤다. 죽기 전까지도 거의 매일 한 장 이상의 명작을 남긴 카지노 가입 쿠폰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그의 내면에 엄청난 슬픔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앞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의 그림을 볼 때마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 화사한 노란색 뒤에는 자신의 밝은 내면을 끌어내고 싶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마음이 숨어있지는 않았을까? 구불구불하게 붓칠을 하면서 이리저리 치이고 힘든 복잡한 마음을 둥글게 다듬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과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평생 가난하고 외롭게 살다 간 그분을 위로하고 싶다. 그림보다 못한 실물이지만 직접 와서 보고, 같은 길을 걸으며 그분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어서 사람들이 카지노 가입 쿠폰 마을을 찾나 보다. 이제야 이곳이 많은 여행객들의 선택을 받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시간 반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아하는 화가, 위대한 화가의 흔적을 따라 거닐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와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투어 상품이 아니었다면 평생 이곳을 찾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연찮게 찾게 된 곳이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가장 긴 여운을 남기는 장소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가끔은 한 템포 쉬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남의 손에 이끌려 가보기도 해야 하나보다. 나만의 세계관에 갇혀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다른 누군가가 나를 인도해줄 수도 있다. 언제나 삶은 유연하게 살아가야 더 많은 행복을 만나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