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은 산업화 시대를 지나오며, 예술적 감수성과 철학적 의미를 담은 상품은 사라지고, 기술적 우위를 지닌 상품이 시장에 가득하다.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근원적 이유다. 기업에서 진정한 디자인의 의미는 희미해지고 효율과 이익을 중시하는 문화가 커졌기 때문이다. 본래 디자인은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과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예술자산을 조화롭게 해서 상품을 만드는 인문디자인 과정이었다. 그래서 진정한 디자인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정이 가득한 ‘예술자산’을 가지고 산다.무료 카지노 게임이란,예쁜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장소이며 사랑하는 생명이다. 나의 예술자산은 상대방의 것이 아니라, 내의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어머니의 예술자산이다.내가 어머니를 사랑할 때, 비로소 어머니는 나의 예술자산이 된다. 마을 입구의 느티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평상은 익히 알려진 상징적인 예술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 나무 아래 평상에 앉으면, 그 장소가 나누어주는 무한한 예쁜 마음을 경험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 나무와 평상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자산은 나의 새로움을 만드는 원천이 된다. 3대 이상의 가족이 모여 사는 동네에 가면, 그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장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치열한 삶이 얽힌 공간에 가면 예술자산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재개발을 앞둔 한 재래시장을 찾았다. 시장과 그 시장 주변 동네를 두~어 바퀴 걸으며 사진도 찍고 그곳에 오래 산 분들과 인터뷰를 했다. “시장이 사라져도 남겨두고 싶은 장소나 물건이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가게 앞을 꽃과 나무로 예쁘게 꾸며 놓은 할아버지는 “음… 저기 가면 노인정이 있는데, 거기도 없어지겠지 뭐”, 강아지 두 마리와 골목을 산책 중인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음… 어릴 적에 떡볶이 먹고 싶어서 엄마 따라 시장에 자주 갔었어요.”, 시장이 생기기 전부터 국밥 장사를 하는 할머니는 “장사하느라고 …”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시장의 예술자산은 없었다. 삶을 이어온 과정만 보고 들었을 뿐이다.
예술과 철학이 사라진 세상에서 흔하게 보이는 광경이었다. 그것을 시장에서 다시 확인한 것이다. 여행 중에 환경이 개선된 재래시장에 들르면 똑같은 색과 모양의 간판과 획일적으로 배치된 상점을 보게 된다.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분명 전문가의 손을 거쳤을 텐데, 참 똑같은 디자인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시장을 답사해 보고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방송이나 매체에서 그려진 시장은 온정과 친근함이 넘쳐흐르는 장소로 묘사되지만, 실제 그 이면에는 정 반대의 치열한 삶이 복잡하게 얽힌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도드라지지 않게 한 디자인으로 마감한 것이었다. 그 결과, 예술자산이 사라졌다.
나의 예술자산을 만드는 방법은 평소에 익숙하게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에서 멈추어 보고, 거닐어 보고, 노닐어 보며 주변의 사물 또는 생명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본래부터 지닌 자신의 인문적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등학교에서는 입시를 준비하고, 대학에서는 전공을 공부하며 공부 그 자체에 몰두했다. 그 결과, 우리는 멈추고 또 거닐며 바라보고, 노니는 즐거움을 잊고 살게 되었고, 나의 예술자산을 만드는 것을 낯설게 여기게 된 것이다.
멈추어 보자,우리는 낯선 곳에 가면, 먼저 익숙해지기 위해서 멈추어 공간을 주시한다. 그리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평안을 찾아야 그 공간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비로소 생각하며 공간을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멈추어야 보이는 이유다.
거닐어 보자, 우리는 거닐며 공간을 넓게 보고, 나누어 보고, 자세히 보는 반복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나와 공간을 연결한다. 이제 비로소 공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하게 된다. 나와 연결된 것이어야 생각이 구체화되는 이유다.
노닐어 보자, 낯선 공간에서 멈추고 또 거니는 동안에 나에게 익숙한 공간으로 바뀌고,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여유를 가지고 노닐어 보자, 주변에 눈길이 가는 사물 또는 생명을 지나치지 말고, 가만히 대화를 나누어 보자, 어느 순간엔가 나의 예술자산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술자산은 선물과도 같이 찾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