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쌀쌀한 봄 아침
사제관에서 차를 몰고 나와 제법 익숙하게 70번 East 고속도로를 탄다. 조금 가다가 40번 도로를 타고 생활의 중심지인Ellicott City로 들어선다. 내 인생에 들어선 완전히 새로운 공간과 이름이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없다면 아무데도 갈 수 없다. 네비게이션은 한번도 본 적은 없는 지구 밖 인공위성과 연결되어 있어 나의 위치를 찾고 내가 갈 곳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준다. 신기한 세상이다.
예전에 몽골('영원한 초원'이라는 뜻)에 간 적이 있다. 여행을 갈 때는 운동화를 챙겨가 달리기를 하는데 울란바타르에서 벗어나 초원에서 신발끈을 맺지만 어디로 뛰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길이 없는 끝없는 초원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뛰지 못했다.
네비게이션이 없다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디든 안내해주는 네비게이션은 내 삶에도 중요하다. 하느님, 말씀, 기도가 나의 네비게이션이다.하느님없이 미국 땅에 오지 못했을 것이며, 말씀없이 매일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며, 기도하지 않고 견디지 못할 것이다.
잠시 멈추고 보이지 않는 그분과 연결되면 신기하게도 나의 현재 위치와 방향, 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속도로 갈 것인지,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이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싶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40번 도로 위를 지나게 될까? 그 길에서 정신없이 오고가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속도 역시 놓치지 말아야겠다.
삶은 롤러코스터 같아 신나지만 조금 두렵기도 한 것. 나는 오늘도 40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위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가볍게 페달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