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삶을 시작하며
나의 자취 생활은 학교 정문 앞 고시원에서 시작됐다. 창문이 없으면 30만 원, 있으면 35만 원인 1.5평짜리 방. 침대, 책상, 냉장고의 단출한 살림만 갖춘 그 방에서 나는 나름 잘 지냈다.그곳엔 부모님 댁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지낸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친한 친구가 같은 층에 방을 얻었다. 창문은 없지만 좀 더 넓은 방이었다. 친구와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을 나눠 썼다. 샴푸나 세탁 세제 같이부피 큰 생필품들을 놓을 공간이없었기 때문이었다. 샴푸는 내 방에, 세제는 친구 방에 놓으면 알맞았다.그곳엔 책 둘 곳도 마땅치 않았다.읽고 싶은 책은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가끔 빌린 책을 집에 가져오는 것도 부담스러운 날이면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박혀 책을 읽다 귀가했다. 어쩌다너무 갖고 싶은 책이 생기면 침대 아래비닐을 깔고 그 위에 올려두었다.
작은 방에 살다 보면 많은 욕구들을 유예하게 된다. 요리하고 싶은 욕구, 친구를 초대하고 싶은 욕구, 책을 쌓아놓고 싶은 욕구,쓸모없고 내 눈에만 예뻐 보이는 카지노 게임 추천을 사고 싶은 욕구. 이 방에서 유예된 욕구들은 졸업한 다음으로, 취직한 다음으로, 방이 두 개 딸린 집으로 이사한 다음으로.. 이다음의 다음의 다음들로 미뤄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때 꿈꾸던 다음의 다음의 다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그때 미뤄둔 욕구들을 열 평 남짓한 방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욕구는 필요와 취향이라는 이름을 달고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구체화됐다. 나는 더 이상 침대 밑 얕고 습한 공간에 책을 밀어 넣지 않는다. 냉장고 맞은편 곰팡이 핀 벽지 앞에 효율적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을 진열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는 일도 이젠 없다. 필요한 카지노 게임 추천 말고갖고 싶은 카지노 게임 추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은 '필요'라는 이름 외에 너무 많은 방식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유행이라서, 누가 좋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산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고 해서, 내가 갖고 있는 카지노 게임 추천과 비슷한 색상 또는 모양이라서, 그것도 아니면 기뻐서 또는 슬퍼서. 그렇게 하나둘 사모으다 보니 내 자리보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자리가 더 많아졌고,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 없이는 내 취향과 감정을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소비로 그칠 줄 알았던 나의 욕구 해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들을 집에 가둬두기 시작한 것이다.카지노 게임 추천들은 욕구가 아닌 '기억'과 '감정'으로 변모했고, 점차 본래 가진 무게보다 더욱 묵직해져 갔다. 나는 나와 한 번 관계를 맺은 카지노 게임 추천들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을 버리는 일은 그때의 나를 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비 없이는 내 욕구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실현할 수 없는 걸까? 나는 소비 이외에 무엇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카지노 게임 추천들을 쌓아 올리게 된 걸까? 나는 언제 카지노 게임 추천들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으로 기획한 프로젝트가 바로 <그래도, 삶이다. 우리는 먼저 각자가 껴안고 있는 수많은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우리의 어떤 욕구와 감정에 닿아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동료 호수몽과 함께 기획했다. 미니멀리즘과 멋진 인테리어가 각광받는 요즘,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모습을 공개하는 일은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아직도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호수몽과 함께 할 수 있어 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내가 호수몽을 보며 용기를 냈듯 누군가 우리의 글을 읽고 자신의 진짜 욕구와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