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카지노 게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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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사람들은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사랑을 한다. 삶을 생각하다 죽음을 떠올리고, 죽음 끝에서 다시 삶을 생각한다. 별은 막막하고 캄캄한 카지노 게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별도 이따금 카지노 게임의 의미를 고민할까. 카지노 게임비행사가 되어 별의 아주 가까이까지 다가가 보고 싶었다. 별에게도 목소리가 있을 것 같았다. 아주 가까이에서 귀를 기울이면 별이 자신들의 삶에 대해 나지막이 속삭여줄 거라고 상상했던 시절도 있었다. 올해로 나는 서른일곱이 되었지만 카지노 게임비행사가 되지 못했다. 내가 카지노 게임비행사가 되지 못하는 동안 세상은 바뀌고 또 바뀌어서, 이제는 카지노 게임비행사가 아니어도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아주 많이 돈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카지노 게임로 나가기 위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적금의 대부분을 써야만 했다.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민간 카지노 게임왕복선 ‘네오스푸트니크’는 지구를 벗어나 달이 있는 방향으로 10분간 항해한 후 지구로 돌아온다.
나는 10분을 위해 10년을 쓰기로 결정하고, 지금 왕복선에 탑승하는 대기줄 속에 서 있다. 어젯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밤새 보내지 못할 긴 편지를 썼다. 쓰지 않은 말들을 남겨둔 채로 남은 몇 장의 편지지를 품고 왕복선에 오른다. 카지노 게임에 있는 10분 동안 편지지의 빈 페이지를 채울 생각이다. 카지노 게임의 무중력과 단단한 어둠을 견딜 육중한 해치가 열리고 사람들이 네오스푸트니크 속으로 속속 걸음을 내딛는다. 벌써 여러차례 지구와 카지노 게임 사이를 오갔기에 더 이상 매체들은 카지노 게임왕복선의 이야기를 보도하지 않는다. 일상이 된 것들은 그들에게서 의미를 잃는다. 그들에게서 의미를 잃은 것들이야말로 진짜 의미를 획득한 것들이다. 알려지지 않아도 좋을 평범함의 세계, 무관심한 공기 속에 우리들의 대부분 시간들이 속해 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안내 방송에 맞춰 사람들이 숫자를 하나하나 외친다. 쓰리, 투, 원, 제로! 함성과 박수 속에서 요란한 굉음과 진동을 일으키며 왕복선은 별의 세계 속으로 솟구쳐오른다. 동그란 창 밖의 지상이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 거친 구름들 속을 지나자 창백한 푸른 빛이 눈에 들어온다. 승객 여러분, 우리는 지금 지구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현시각부로 카지노 게임인이 되었습니다. 곧 항해 안전 구간에 진입하니, 승객 여러분은 카지노 게임 공간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라운지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승선원의 방송이 끝나자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가 흘러나온다.
푸른 나무들이, 붉은 장미도 보이네요.
나와 당신을 위해 피어나고 있죠.
가만히 생각해봐요.
아,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20세기의 명곡을 들으며, 21세기의 카지노 게임은 전망대로 발길을 옮긴다. 카메라를 든 몇 사람의 눈가에는 벌써 눈물이 맺혀 있다. 나는 오래 자리에 앉아 작고 동그란 창으로 서서히 작아지는 지구의 푸른 빛을 바라보다가, 몇 장이 남은 편지지와 펜을 챙겨 마지막으로 전망대로 향한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혹은 침묵으로 감격을 나누며 50센티미터 남짓 너머에 있는 카지노 게임를 바라본다. 전방의 150인치 크기 대형 스크린에서는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카지노 게임의 영상이 상영되고, 좌석에 붙어 있는 것보다 조금 큰 원형의 무수한 창 밖으로 펀칭기로 찍어낸 것 같은 작은 카지노 게임들이 숨쉬고 있다. 루이 암스트롱의 축하곡이 멈춘다. 적막이 사람들 사이의 빈칸을 채운다. 카지노 게임에서의 10분이 시작된다. 라운지 한 켠에 놓인 스탠딩 테이블 위에 편지지를 꺼내 펼친다. 내 이니셜이 새겨진 샤프펜슬의 뒷머리를 꾹꾹 누른다.
2019. 11. 25. 멀고느린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