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자주 통화를 하니 그날도 가볍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정월 대보름날 시간이 비냐시더군요. 다시 확인하고 전화드리겠다고 했죠. 날짜를 보니 몇 개월 연기되었던 종합병원 검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이 필요한 시간은 오전이었고, 저는 점심 이후에 예약이라 가능하다고 이내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했으면) 해!'
시간이 빠듯했지만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전화를 끊으실 때 항상 먼저'전화 줘서 고마워'하며 힘을 주시는 목소리 대신 좀단호하게 들렸거든요. 평일 출근길8시까지 인천에 가 카지노 게임을 모시고 10시까지 화성을 간 뒤,의정부에12시 조금 넘는 시각까지 도착을 해야 했죠. 허릿병때문에 장시간 운전을 못한 지 두 해가 넘어갑니다.해야만 할 때는 꼭휴게소에서 10, 20분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어주어야만 하거든요.
아내는 카지노 게임의 눈물을 닮았습니다. 그 눈물을 우리 딸도 닮았고요. 그렇지만 결혼하고 스물다섯 해를 지나면서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어색한 카지노 게임의 단호함은 주로 '종교'적인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요.당신의 흔들리는 젊음을, 경제적인 위기를,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지켜준 게 부처님의 가피(加被)이고, 불심(佛心)이었다고 믿고 계시니까요.
진눈깨비가 내려 미끄러운 고속도로 위에서 알았습니다. 그날 제가 꼭 (카지노 게임을 모시고) 가야만 했던 이유말입니다. 바로, 올해 우리 집에 '카지노 게임'가 셋이나 있다시면서 올 들어 기도를 다니셨던 겁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날은 꼭 가야 셨던 것입니다. 인공 관절 수술, 폐암 수술을 한 몸을 이끄시고. 오래전 원래 다니시던 그 절을 세울 때부터 인연을 맺은 큰스님이 절을 옮기신 화성까지 찾아 가시는 거였습니다.
지금 세대들은 카지노 게임라는 말도 듣지 못하고 자랐을 텐데, 저는 어릴 적에 동네 방네에서 많이들 듣고 자랐습니다. 베갯속에 가방 안에 옷 속에 엄마가 넣어 준, 아는 이모님이 넣고 다니라고 건네준 것들이 꽤나 여러 번 있었죠.카지노 게임이 지금은 안 주시지만 막 결혼을 하고도 몇 번 지갑에 넣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금박으로 붉게 번쩍이는 것들을.
카지노 게임는 12년마다 돌아오는 액운 - 자연이 만든 재해(호우, 대설, 태풍, 지진...)에 의한 피해, 인간이 만든 재해(전쟁, 계약, 관계...)로 인한 피해, 그리고 질병 - 을 3년 동안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이니 어머님의 삼재는 23살도, 54살도'아프지 말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사회생활을 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전부였던 겁니다.
'쥐 소 호 토 용 뱀 말 양 원 닭 개 돼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제가 12 띠를 12 간지와 함께 외우는 방식입니다. 언제인가, 무엇 때문에 외워졌던 것 같습니다. 12 간지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역법인 간지에서 뒤쪽에 붙은 열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이 12 간지 앞에 십간, 즉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하나씩 조합해서 갑자년, 을축년, 병인년.... 식으로 12년 동안 반복한 후 다시 남은 십간과 십지간의 조합으로 지구가 자전을 하는 한 무한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 순서대로 2025년 올해가을사(뱀)년입니다.
카지노 게임는 이 12지에 따릅니다. 12개의 띠 중 3개의 띠가 3년 동안 해당됩니다. 그러니 결국 카지노 게임는 띠별 팀을 이루어9년마다 반복해서 돌아오는 샘입니다. 9년마다 3년씩 같은 띠끼리 '아프지 말고, 사람들과 잘 지내'자는 다짐 아닌, 다짐을 반복해서 하는 겁니다. 그렇게 믿는 이들 속에서는.카지노 게임도 생애 내내 이 다짐의 순환 속에서저를, 손자들을 만나신 것이지요.
2022년 - 2024년 _ 쥐띠, 용띠, 원숭이띠
2025년 - 2027년 _ 돼지띠, 토끼띠, 양띠
2028년 - 2030년 _ 범띠, 말띠, 개띠
2031년 - 2033년 _ 뱀띠, 닭띠, 소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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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매해 제 주변의 누군가는 카지노 게임의 시각에서 보면 '카지노 게임가 막 시작되었거나, 카지노 게임 중이거나, 카지노 게임를 벗어나는'과정 중 하나인 상황입니다. 마치 세상 사람은 누구나'막 위기에서 벗어난 사람, 위기 중인 사람, 곧 위기가 닥칠 사람'으로 들립니다. 학문으로 철학을 배우지 않으신 어머님은 삶에서철학자가 되신 게 분명하네요.
'많이 배운' 자식들이 싫어할까 봐 아무 소리도 없이 돼지 둘과 양 한 마리 값 15만 원을 노인 연금에서 만들어 '기원의 등'을 다신 것일 겁니다. 그것은 진위 여부, 의미, 가치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살며시 눈을 감고 계신 카지노 게임의 옆모습을 보면서 느낍니다. 분명 자식을 위해 자신마저 바칠 각오를 다짐하는 행위라는 것을.
행동 없는 기도는 활 없는 화살과 같다.
기도 없는 행동은 화살 없는 활과 같다.
_파울로 코엘료,아처,2021,문학동네)
어머님이 띠별로 팀을 이루어 돌고 도는 무한 굴레의패턴을 아셨건 모르셨건 그게 본질이 아닐 겁니다. 어머님(어머님보다 일곱 살 아래신 우리 엄마는 불심이 조금 덜 하셨는 것 같은데, 부적은 믿으셨습니다. 저도 엄마도 어렸을 때 훨씬 더)은 자신의 카지노 게임을 간절함에 숭고함을 더해 그렇게 소리 없이 실천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당신이 없는 돈 만들어 보시하시고, 등 달고, 강물에 띄워 보내시면서 걱정도, 불안함도 태워 날리시고, 흘려보내셨던 겁니다. 그것도 모자라 빌고 또 비느라 인공관절 수술을 하시기 전의 무릎이 닳도록 꿇고 또 꿇으셨지 싶습니다. 잠깐만 눈을 감아도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게 고맙다는 마음 하나만 가지시고.
제가 어머님의 삼재에 대한 카지노 게임을 제 주변 여기저기 도처에 널려 있는 '과속 방지턱', '과속 단속 카메라'라고 여긴지 십여 년이 넘었습니다. 지금 운행하고 다니는 차를 처음 샀을 때 주신 '어머님의 카지노 게임'을 받아 차 안에서 넣고 다닌 얼마동안. 정신없이 달리다가, 때로는 마음을 잃고 달리는 저에게잠깐 속도를 좀 늦추어 보라는 어머님의 손짓, 눈짓이라고요.
여전히 진눈깨비 내리는 도로 위를 다시 달려오면서 수없는 카메라를 만나고, 과속 방지턱을 만나면서 한번 더 다짐했습니다. 예약 시간에 많이 늦어지겠지만천천히 달리면서, 하나하나 다 지켜내면서 되새겼습니다. 저는 그나마 '삼재를 믿는 카지노 게임을 믿기'만 하면 그만인 것을요. 당신 덕분에 이 얼마나 수월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를요!
'카지노 게임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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