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앉아이혜인 수녀의 시를필사하다가,이제는멀어진 친구를떠올렸다.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시의 네 번째 행, '별 것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후의 그 티 없는 웃음으로.'
마지막으로만났을 때, 친구가 한말들 중 특히 아팠던건자기한테 이상한 남자들만 소개해줬다는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이는 번호를 받고도 연락하지 않았고 또 다른 이는 만나기 전에 톡을 주고받다 연락을 끊었다. 만나서는카페 문을 잡아주지 않은 매너 없는 이도있었다한다.'그럴 줄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는 사죄도십 년 전에 이미 많이 했는데, 도대체 몇 번째 원망을 듣는건지. 인맥 하나 없는 내가,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얼마나 이리저리뛰고 애썼는지단한 번고려해주지 않은 친구가서운했다.
그 친구의소개로 만난 사람은 심마니였다.직업이생소해서 몇 번이나 확인했다.미리받은 사진 속 그가 너무잘생겨서 어느 정도뽀샵일 거라 예상했다.친구는 남자 친구의친구들 중 제일 잘생겼고 실물도 사진 못지않다고말했다. 나는 외모에그다지자신이 없었기에 백퍼차일 거라는 걱정과기대를동시에 안고 있었다. 카페에서 만나던여느 카지노 가입 쿠폰과달리 그는 대뜸 집 주소를 찍어달라고 했다. 당시악명 높은오르막길, 산을 깎아 만든 동네에 살던 나를찾아오는데꽤애를 먹었을 것이다.
도착카지노 가입 쿠폰는 연락을 받고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 내리막길을 걸어가는데, 저 멀리 작은 트럭 앞에한남자가 나한테 손짓을 했다. 잘 보니 빨리 오라는 손짓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하이힐을 신고 뛰다시피 그 앞으로 갔다. 목 늘어난 티셔츠에 여기저기 페인트가 튄듯한 회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디 공사판에서 일하다바로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대충 입었다.
제대로 인사도 않고 차에 올라타라는 손짓을 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채심호흡을하고 트럭에 다리를 쫙 들어 올려 힘겹게 탔다. 나는 그의 굳은 옆얼굴을 훔쳐보며 '좌회전이요.다음에 우회전이요.' 거듭 외쳐 단골 카페로 인도했다. 주차할 곳을 찾다가 한참 후 카페 2층으로 올라온 그와 드디어마주 보게 되었다.
정신없어 제대로 보지못했는데 숨을 고르며 찬찬히 보니 정말 잘생겼다.산에서 찍은 사진에 뽀샵을 할리 없었다.사진 속 모습 그대로 부드러우면서도 갸름한 얼굴에 풍성한 머리를 길러 웨이브 진머리, 짙은 눈썹, 진한쌍꺼풀에 움푹 들어간 소처럼 크고 맑은 눈, 버선처럼 오뚝한콧날이 조각 같았다.이렇게 생긴 사람과 이렇게 가까이 마주 본 적이 없었다. 후에대학 때 별명이 베트남의 장동건이었다는 말을 듣고 수긍이 갔다. 출생지를 의심할 만큼 이목구비가 무시무시하게 뚜렷했다.
나만 그를 관찰한 게 아니라 내 눈크기의 세배는 될 것 같은 큰 눈이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갈듯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눈한 번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다 어느 순간부터미소를 띠었는데, 만면가득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흘러넘쳤다. 여지껏 본 적 없는 무드였다.넘치는 체력과 남과 다르게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을까. 나는 마치 야생에서 두려워 떠는 토끼같이 긴장하고 있었다. 그동안의카지노 가입 쿠폰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 나는 얼빠였다.왜인지 부끄러워 눈을 계속 볼 수가 없었다. 미모에압도당한상황이 당혹스러워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조용히 나를 응시하다가 한순간 말을 끊고 자신의얘기를 들려주었다. 직업이야기,아버지, 어머니(가족사진도 보여주었다),이전러브스토리까지 풀어놓았다. 길어진 얘기에 조금 지루해질무렵, 그는 내가 좋다며 사귀자고 말했다. 첫날에? 노빠꾸네.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홀린 듯 끄덕였다.
낮에 데이트한 적이 별로 없었다.천안에살던 그는새벽다섯 시가되기 전에입산을카지노 가입 쿠폰.새벽에 산삼이 잘 발견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종일 온산을 뒤지며 산삼을 찾아 헤매다 밤이되면 집 앞에 트럭을 끌고 왔다. 뒷칸에서조심스럽게 싸 놓은산삼을 꺼내 그 자리에서 생수로흙을 씻어 내 입에 넣어주었다. 꼭꼭 씹어 뿌리까지 다 먹게 했다. 그를 만나고 나면, 다래끼도 낫고 감기도 낫고 온몸의 염증이 다 가라앉았다. 호프집에 마주 앉아 새벽녘의 산공기와 피어오르는 안개, 굴러 떨어져죽을 뻔한 이야기, 무덤 옆에서마주친 흰 소복입은 여자귀신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잘생긴 그도 좋고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도재밌었지만,햇살아래 웃는 그와 마주 보고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함께 걷고 싶었다.
카페 밖이 비올 듯 잔뜩 흐렸다가 다시 반짝 해가 떠서 눈부시다. 이제는멀어진친구가 소개해준, 한낮의 데이트라는 소박한 원을 품게 했던 그가문득떠오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