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05.14
할 수만 있다면 영국 가는 걸 미루고 싶다...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내가, 하필 한국 연휴철인 5월 4일 비행기를 끊다니. 1월의 나여. 직장인이 아니니까 그런 것도 모르는구나. 영국에 친한 친구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이 6월초나 되어야 영국에 돌아온다고 해서 한 명 밖에 못 만난다.
그때 나는, 내가 5월에 미니 앨범을 낼 거라고, 원래 하던 일을 때려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늘 한치 앞을 못 보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면 안 된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엄마 마일리지로 가는 거라서 어쩔 수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마일리지 항공권 아니었으면 프라하들릴 생각도 안 했다. 내 바람은 2주 동안 영국 에든버러부터 쭉 밑으로 내려오는 거다. 내년에 해야지.
졸업식 다녀오자마자 1월에 5월 비행기를 끊었기 때문에,내가 숨 쉬고살 수 있었다. 분명 2-3월의 나는 5월도 한참 남게 느꼈다.
앨범 작업하느라 이렇게 옛날 감정 다 파헤쳐진 채로 지금 소튼 가면 아파 죽는다... 고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기억이 되게 많이 덮혔다. 예를 들어, 작년 8월부터 소튼 가면 항상 묵는 호텔이 있다.그때는 '내가 지금 여기 왜 와있냐. 이게 무슨 돈 낭비냐.'라고 생각했다. 만날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고, 어쩌면 마주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0.0000001% 확률이라도 있는 도시에 가겠다고 온, 그 현타를 직격으로 맞은 호텔이다.
그런데 졸업식 때 호텔 입구에서 정말 우연히 같은 기숙사 살던 친구를 만났고 거의 울뻔했다. '졸업식에 왔는지 안 왔는지 소식조차 학교 유튜브 라이브 봐야 알 수 있는 놈 기다리지 말고 좀. 진짜 유학 시절 끝까지 챙겨준, 끝까지 좋아해준 친구가 왔는데 그것도 모르고 있냐 어서 만나라.' 라고 하늘이 말하는 거 같았다. 이젠 호텔 가면 그 친구 생각이 날 거 같다.
런던 공항 내리면 바로 소튼으로 가고싶어카지노 게임.그런데 일단 세븐 시스터즈 근처에 호텔을 잡았다. 기차 타고 1시간만 가면 된다. 소튼은 가려면 3시간 걸린다.
부산 사람이 인천 공항 딱 내렸을 때, 바로 부산 내려카지노 게임엔 피곤하니 서울구경도 할 겸하룻밤 묵고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
프라하 2박 3일, 영국 일주일, 파리 2박 3일 일정이다. 영국 더 있고싶어서 비행기 미룰까 고민 했다. 그거 다 콜드플레이 때문이다. 지난 12월 졸업식 때도 일주일 있었다. 북부를 가고자하면 2주가 필요하겠지만, 어차피 영국 남부에만 있을 거면 일주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