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지독한 3월이었다.
아이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회사도 새로운 1년이 시작되었다.
지난 1년간 감기에 안 걸렸다며 장난치듯 남편에게 말하자마자
지독한 감기가 시작되었다.
독감도 아니고,
코로나도 아닌데
기침이 너무 심했다.
다행인 건 열은 안 난다.
몸살 기운처럼 으슬으슬 추운 것도 아니고
근육통도 없는데
온몸에 기운이 없다.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제대로 담기질 않고 흘러내리고
손 발에 힘이 없다.
집중하기 어렵고
어지럽다가 속이 쓰리다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키고 설키고
너무 아프니
주변이 엉망이 되는 것이 걱정조차 안 됐다.
그것까지 살필 여력조차도 없던 것이었다.
아이의 알림장과 숙제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데도
알지 못했다.
"엄마 보드게임하자~ 놀자~" 하는 요구에도
"엄마는 못해 쉬어야 해"라고 거절한 지 일주일째
겨우 식탁 의자를 끌어다 앉았지만
10분 버티고, 앉아있기도 어려워 그만 일어나고 말았다.
그 사이 아이는 한 달 만에 훌쩍 자라
이제 정말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잡아 놓은 회의는 겨우 해결해 냈지만,
카지노 게임 척 회의에 다녀오면 한참을 자리에 앉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숨을 몰아쉬곤 했다.
점심시간 어울리는 동료들과 대화 나눌 기력이 없어
홀로 시간 보내기를 택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휴식을 응축카지노 게임 또 응축하고
이렇게 아무것도 안 카지노 게임 누워서 잠만 자던 시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비축했지만
야속하게도
하룻밤 자고 나면 툭툭 털고 일어난다거나,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아침은 오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졸졸 물 따라 붓 듯
빠질 때 빠지더라도
부어지는 물이 많아 서서히나마 차오르길 기대하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어느새 2주가 흘렀다.
평온하게 식사를 카지노 게임
굳건한 다리로 서서 설거지를 카지노 게임
바깥날씨가 더운지 추운지 파악해서
아이 옷 두께를 살피는
평범한 하루를 너무나 감사하게 되었다.
약속된 일정도 취소카지노 게임
드러누웠다가
오늘은
약속된 일정이라 조금은 무리해서 외출하는 날
목련이, 개나리가, 이름 모를 봄 꽃이
가지마다 흐드러지게 피었고
그 바람들 사이로 눈발이 날린다.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운 날씨다~
꽃이 피었는데, 눈발이 날리네?"
"엄마 사실은 이거 눈발이 아니고 꽃잎인 거 아닐까"
아이의 꾸밈없는 말에
괜스레 산다는 게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의 장마에게
거기 여전히 비가 카지노 게임지
바람 부는 소리 여전카지노 게임
통신이 자주 끊겼다고
비 내리는 바닷가 상점 주인이 말해주더군
땅이 꺼질 만큼 폭우가 내려도 출근한 그를 생각했어
산 모서리 구름 걸려 나무뿌리째 뽑히는 광경을
지난여름 보았는데
거기 살던 새들
다시 볼 수 있을까 내쉰 숨을 삼켰어
오늘은 살던 집 가운데 구멍을 내고
폭우를 만들어 부었어
달게 흡수되어 사라지더군
그늘진 땅 위에 곧게 서 뽑히지 않는 나무에 대해 생각해
비도 바람도 흡수될 만큼
커다란 내 우산에도
선명한 지문을 새겨
현관에 세웠어
비 카지노 게임 바다에 흔적 남겨져도
손등으로 덮어 하얀 파도를 지울게
거기 여전히 비가 와도
잔잔해진 젖은 땅에 배를 띄우고
너의 마당에 그간 자란 나무를 심으러 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