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25. 3. 23.) 루카복음 13,1-9
우리 집에는 앵두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봄이면 마당의 앵두나무에 다닥다닥 열리던 앵두를 맘껏 따먹던 제 어릴 적 추억을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고싶어 길가쪽으로 심은 나무입니다. 이런 바람을 알아주는 듯 앵두나무는 해마다 앵두를 풍성하게 달아주었습니다. 그러던 나무가 이년 연속 열매를 달지 못하고 있네요. 첫 해에는 그저 해걸이를 하나 보다 무심히 넘겼는데, 작년에도 그런 걸 보니 왠지 불안합니다. 어디 탈이 났나 싶어서요. 삼 년째가 된 올해는 제발하얗게 꽃도 많이 피고 꽃 진 자리마다 구슬처럼 빨간 앵두도달렸으면 좋겠어요. 대문에 올린 사진은 아직 쌀쌀했던 며칠 전의 앵두나무 가지예요.
오늘 복음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앞부분만으로도, 또는 뒷부분만으로도 풍요로운 묵상을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혼자 먹는 상에 짬뽕과 짜장면 두 그릇을 같이 시켜놓은 기분입니다. 둘 다 먹기에는 너무 배가 부를 테니,짜장면만 먹기로 해요. 제가 선택한 부분은 루카복음 13장 6~9절'열매를 맺지 못하는 카지노 쿠폰나무의 비유'입니다.
짧은 복음이지만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카지노 쿠폰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삼 년 동안 열매를 내지 못합니다. 주인은 나무가열매를 내지 못하니 잘라버리라고 관리인에게 말하지만, 관리인은 그 나무에 거름을 줄 테니 한 해만 더 놔둬 달라고 합니다. 주인이 관리인의 말대로 카지노 쿠폰나무의 목숨을 유예해주었는지, 그 나무가 관리인의 바람대로 이듬해에는 열매를 냈는지 오늘 복음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참고로, 열매가 없던 카지노 쿠폰나무를 저주하셨다는 마태오복음서 21장의 말씀을 이 부분의 결론이라고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지나다니다가 보신 카지노 쿠폰가 아니라 비유를 들어 하신 말씀이니까요.).
카지노 쿠폰나무를 심은 주인의 입장, 또는 카지노 쿠폰나무를 돌보는 재배인의 입장에서 묵상할 수 있지만, 저는 오늘 카지노 쿠폰나무 입장에서 이 말씀을 읽게 되었어요. 이 카지노 쿠폰나무는 포도밭에 심어진 단 한 그루의 나무입니다. 아마도 모든 재배 환경이 포도나무에 맞춰져 있었을 거예요. 포도밭에서는 포도 수확에 관심이 있지, 그 안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한 그루의 카지노 쿠폰나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카지노 쿠폰나무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 낯선 환경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외로웠을 것 같아요.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지요, 스스로 몸을 옮길 수 없는 속성을 지닌 나무니까. 그런데 그를 거기에 심은 땅 주인조차 나무의 생육조건에 대해서는 무감합니다. 심어둔 나무에게서 열매만 얻으려는, 손에 쥐어지는 결과를 보지 못한 주인은 그가 차지하고 있는 땅조차 아까워하지요. 주인의 태도에서, 내가 자랑스러워할 만큼, 내 마음을 충족시킬 만큼 잘나게 자라지 못한 자녀를 대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언뜻 뇌리에 스칩니다. 속 썩이는 자녀에게 "밥만 축내는 놈! 호적을 파서 당장 나가라!"라고 고함치는 모습은 현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 아니던가요.
오늘 들은 비유에서는 주인보다 포도재배인이 하느님의 속성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주인이 육적인 부모라면, 포도재배인은 시시각각 나를 보살펴 주시는 하느님이 아닌가 싶어요. 이 나무가 왜 열매를 내지 못했을까 세심하게 들여다봐 주고 그에게만 필요한 특별한 애정을 쏟아 주시는 분이니까요. 포도밭 속에 심겨 열매도 내지 못한 딱한 처지의 카지노 쿠폰나무에게서도 보이지 않는 희망을 두고 기다려주시는 분이니까요.
생각해 보니, 제게도 포도밭 속의 카지노 쿠폰나무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싶어서 택한 공동육아 교사시절이 그러했습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이나 보육계에서는 내로라하는 동료들 틈에서, 저 혼자만 빛깔이 달랐습니다.대개 대전이나 충청도 지역출신이었던 그들과 달리 저는 서울에서 이주해 간 타지인이었고요. 문학도였고 글쟁이였던 제가 유능한 유아교사를 꿈꾼 것은 카지노 쿠폰나무가 포도 열매를 바란 거나 마찬가지였나봅니다. 포도를 달지 못한다고 어지간히 저 자신을 닦달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퇴직을 하고 난 뒤에야 제게서 열릴 수 있는 카지노 쿠폰의 가치를 귀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네요. 제 열매가 비록 카지노 쿠폰나무 밭에서는 보잘것없는 작은 크기라고 할지라도요.
포도 재배인의 심정으로 우리 집 앵두나무 밑에도 거름을 부어 주었습니다. 올해 열매를 맺으면 좋겠지만, 저는 올해 열매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이 나무를 잘라버리지는 못할 것 같아요. 제 손으로 선택해서 심은 나무를 제 손으로 파버리는 것은 너무 모질지요. 앵두를 달지 못한다고 해도, 봄마다 새 잎을 내면서 살아 있기만 한다면 곁에 두고 지켜볼 예정입니다. 그래야 하느님께도 이렇게 청할 면목이 설 것 같아요, 실한 열매를 달지 못하는 저도 제발 내치지 마시고 끝까지 곁에 두어달라고요.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한다
바로 그때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을 예수님께 알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카지노 쿠폰나무의 비유
예수님께서 이러한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카지노 쿠폰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 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포도 재배인에게 일렀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카지노 쿠폰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 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자 포도 재배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