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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영 Jan 06. 2019

[17도와 4.5도] 4. 첫경험

술꾼

대학교 1학년.


정확히는 새터, 그러니까 새내기 배움터 때였다. 3월이었지만 아직 눈발이 흩날릴 만큼 추운 날이었고 행사 장소는 무려 강원도였다. 단체버스에 올라 서먹서먹하게 앉아있는 신입생들을 휘 둘러보니 불행하게도 우리 과는 극단적인 여초과였다. 그 말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어떤 무리에도 끼이지 못하면 첫 1년간 누구와도 함께 다니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여중, 여고를 거치는 6년간의 짬밥을 통해 그 법칙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대학생활 첫 해부터 아웃사이더가 될 용기가 없던 카지노 게임 추천 택했던 전략은 '취한 동기 챙기기'였다. 지방 출신 특유의 오지랖과 큰 키를 이용해 끊임없이 취한 아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죽은 아이들을 옆방으로 옮겨 날랐다. 한잔을 마시고, 한 명을 나르고, 또 한잔을 받고 두 명을 달래고, 돌아와보니 또 누군가 바닥을 뒹굴고 있고. 그러는 동안 나는 어느새 새벽 5시까지 살아남은 최후의 인원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사실, 그렇게 쉼 없이 뛰어다니느라 첫 술의 느낌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소주는 소독약 맛이 났다는 것, 소독약을 희석하려고 과자를 입에 밀어 넣으면 소독약 과자가 되더라는 사실 정도만 어렴풋하다. 왜 먹는지 알 수 없는 맛이었지만, 잘 마셨을 때의 카지노 게임 추천의 반응이 더 좋았다. 마치, 이걸 잘 해내면 쉽게 카지노 게임 추천 사이에 섞일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끽해야 네다섯 잔을 마셨을 뿐인데, 카지노 게임 추천의 머릿속엔 내가 새터 최후의 생존인이라는 기억만 남았다.


'술을 새벽까지 먹는 엄청난 여자애'는 과에서 입소문을 탔고, 모두가 나만 보면 ‘너 술 잘 먹는다며?’를 물었다. 그래, 거기까진 좋았으나, 문제는 나 스스로도 그 말을 믿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술자리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서 나에게 술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엄청난 핑계거리였다. 그러니 나는 술을 잘 마셔야만 했다. 내가 나를 술꾼으로 믿어버리는 그 순간 이후부터 그렇게, 나의 술꾼인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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