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용량이 부족합니다.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매일 입에 달고 집을 나선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집 밖을 나서는이유는 알면서도 서글픈 현실.
이'월급날'은 보람의 절정, 매달 꽃피우는 D-day 라 할 수 있겠다.
30일마다 나에게 주어지는, 노동 대가의 순간.
한 달간의 시간 & 경력(노하우)과 맞바꾼 나의 가치를 확인하는 순간.
그 힘으로 고단한 시간들을 버텨내고 추진력도 얻고 갖은 등가교환의 실현을 이뤄낸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이면 노력이나 성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기대감 같은 것도 있을텐데
매달 정해진 날짜에 아는 금액이 들어오니 그것도 어느새부터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성과와 상관없이 시간을 버티기만 하면 돈이 지급된다는게 월급쟁이들의 가장 큰 매력일 수도 있겠지만.
'금융카지노 게임'라는 말이 있다. (*돈으로 정신적인 카지노 게임를 받는다는 뜻)
어떤 개념인지머리로는 이해하겠으나 마음으로 와닿은 적이 별로 없다.
월급날 몇 자리의 숫자 놀음으로 나의 잔고를 구조 조정하고 나니 더 화가 치민다!
그래, (고작, 겨우)이게 내 월급이었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업무 속에 잊고 있었지 뭐람 ^^
내가 가진 눈에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가시성 있는측정 가능한 지표로 만들어주니
나는 이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던가.. 잠시 철학자가 된다.
그런데 표현이 참 재밌다, '카지노 게임'라니.
카지노 게임라는게 병이나 상처 따위에 사용되는 말인데
직장 생활에 의한 물리적 시간소모와 정신적인 타격감은
정말 카지노 게임 받아야 할 어떤 질병급의 체급과 다름없나보다.
그런 맥락에서 정기적인 월급에 의한 금융카지노 게임란, 일시적인 향정신성 마취제 같은 걸까?
그런데 매달 카지노 게임를 받고 있음에도 증상의 완화가 없는 것은
조치 방법이 잘못 되었거나 처방 용량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연령과 몸무게에 비례하는,
그리고 연차와 직급에 비례하는,
그에 걸맞는 적절한 용량이 투입 되어야 할텐데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어린이 용량으로 나의 심각한 질병들을 카지노 게임하려 하다니!
훗, 보면 웃음이 나는 작고 소중한 나의 귀여운 월급.
역시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나 스스로다.
오늘도 주치의가 되어 진단을 내려 본다.
무엇으로 오늘의 마음이 아물어질지 처방전을 작성한다.
그것은 문득 떠오른 먹고 싶었던 음식 한 그릇일 때도 있고,
생각만 했던 소소한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때 그 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내 마음 자체가 처방전이다.
그렇게 실행하고 나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쿵쾅이던 내 마음이
이제사 안심이 된다는 듯 잠시 잦아든다.
금융적인 것이 근본적인 카지노 게임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카지노 게임를 해야 할까?
여기 저기 아플 때마다 카지노 게임제를 찾아보지만
월급쟁이로 사는 한진시황의 천년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