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아 Jan 17. 2025

겨울카지노 쿠폰 프로젝트, 책 만들기

해피엔딩을 쓰는 마음

방학이란 신기루와 같아서 오는가 싶다가도 너무 먼 듯 아득하다. 교사가 된 지 이십 년 정도 되니, 방학이 다가오는 걸 몸으로 느낀다. 아직 방학이 아닌데도 내 몸은 이미 방학인 줄 착각하는 거다. 어깨는 단단하게 뭉치고 눈은 벌게져 지냈다. 할 일은 나만 기다리고 있어서 방학날까지도 숨이 가쁘다. 덕분에

"카지노 쿠폰 때 뭐 할 거예요?"

하는 질문에 멍해지고 만다. 일단은 쉬어야지, 빈둥빈둥.

하지만 나에겐 가을부터 계획하던 게 있다. 시험공부를 한다고 '작문교육론'을 읽을 때마다 내 글이 쓰고 싶어 졌고, 학생들 동아리 책을 만들다 보니 내 책이 만들고 싶어졌다. 2023년 9월에 독립출판을 해보고 내 책을 갖는 기쁨을 알았고, 내 책이 읽히는 부끄러우면서도 흡족한 마음을 맛보았다. 그다음 책은 언제쯤 낼까 하던 마음이 카지노 쿠폰을 앞두고 발동했다. 어쩌면 오랫동안 품은 소망이기도 하다. 꾸준히 책을 만드는 것.


틈틈이 써둔 글을 목록으로 만들었다. 제목을 보면서 분류해 책의 방향을 잡았다. 나는 여전히 중학생과의 생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 '중학생 관찰기'를 기획했다.

책에 담을 글을 고르고 흐름을 생각했다. 이번 책은 관찰기이므로 2학기를 시작으로 삼았다. 관찰은 익숙해진 후부터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 대략적인 순서를 구성해 놓고는 작업 시작. 글을 배치하고 읽고 고치고 또 읽고 수정하고를 반복했다. 덜어낼 곳도 많았고 손볼 곳도 자꾸 보였다.

카지노 쿠폰이 다가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허락 구하기였다. 작년에 만났던, 곧 졸업할 아이들을 찾아가 내 자리에 한번 와달라고 졸랐다. 글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아서다. '선생님이 책을 내려고 해. 그런데 우리 사랑이가 이뻐서 이렇게 썼어, 읽어봐. 어때? 이렇게 써도 괜찮겠어?' 늠름해진 학생들을 붙잡고 말했다. 동의를 구한다고 만난 덕분에 어느 학교로 가는지도 알 수 있었고, 아이의 앞날을 축복할 수 있었다.

우리 반엔 학년말 자투리 시간에 원고를 들고 들어갔다. 개인에게 먼저 물었는데 너무도 흔쾌히 자기 이름까지 써도 된다고 해서, 그러진 않을 거라며 정색했다. 교탁 앞에 서서 작년이랑 올해 있었던 일로 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우리 반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을 때 아이들의 상기된 표정이란.

"선생님이 한 편 읽어줄게, 들어봐. 3월에 쓴 글이야."

하면서 <3월의 혼란과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글을 낭독했다. 우리 반의 특성에 대한, 첫 상담 때 잘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였다는 내용으로 아이들로 인해 힘들 때 이 마음을 되새기겠다는 마무리가 담겼다. 우리 반 얘기니까 아이들은 쿡쿡 웃으면서, 때로는 해당자를 보고 반응하며 정말 적극적으로 들어주었다. 이런 글을 책으로 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내게 돌아온 질문은 이거였다.

"얼마에 팔 거예요?"

고민 중이라는 대답을 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며칠 전 제목을 정했다. <해피엔딩을 쓰는 담임 마음에서 힌트를 얻어 <해피엔딩을 쓰는 마음으로. '못 본 척 중학생 관찰기'에서 '중학생에게 영감 얻는 법'을 지나 정한 제목이다. 이제 할 일은 책 표지 만들기. 작가 소개와 뒤표지에 들어갈 글도 정해야 한다. 물론 가격도.



이렇게 준비해 왔으니 겨울카지노 쿠폰 프로젝트인 책 만들기 마무리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어쩌면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다. 지난 주말 버찌책방에서 '책이 되는 순간, 김민정의 딱 좋아' 북토크에 참석했다. 김민정 시인이 난다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로서의 삶의 조각을 나눠주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행복을 전해주셨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 또한 책 만드는 일이지 되뇌며 공감했다.

책 만드는 일에는 정말 큰 선물이 뒤따른다. 책을 읽고 내게 건네는 말과 글들이 그것이다. 책 잘 읽었어요, 하는 말에는 칭찬과 격려뿐만 아니라 독자분의 경험도 따라온다. 책 덕분에 무언가를 떠올렸다거나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거나 하는 고운 말들은 모두 공감의 다른 결이다. 그 마음이 나를 얼마나 들뜨게 하는지, 감사하게 하는지 여러분도 꼭 경험해 보셨으면 한다. 겨울카지노 쿠폰 프로젝트, 우리 같이 책 만들어요.

방학을 했어도 나는 책과 씨름하느라 중학생들의 기운을 끌어안고 지낼 것 같다. 우리 반 학생의 질문 하나를 품에 안고.

"선생님 책이, 팔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