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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아 Jan 25. 2025

작가의 무료 카지노 게임 갖추다, 단 상호보완적으로다가

‘여자 셋이 글 쓰고 있습니다’ 주수희 워크숍 완전체 편

주수희 우리 셋은 공통점이 많다. MBTI 유형으로 모두 내향성 I이며 중학교 교사, 국어와 영어로 언어를 다루고 두 아들을 두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작가 북토크 다니기를 즐기며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글쓰기를 향한 열망이 셋을 모이게 했고, 글쓰기 모임 결성 후 첫 1박 2일 워크숍 중이다. 글쓰기 툴을 들고 밤새 글 쓰자 해놓고 와인 잔을 앞에 두고 새벽까지 대화만 나눴다.


워크숍을 통해 각자의 다름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다름이 예상 밖의 기쁨을 주었다. 두 사람은 J 계획형, 한 사람은 P이나 둘 안에 숨어 있던 P가 풀려 나왔다. 워크숍 일정으로는 가고 싶던 서점 가기, 연말정산(세금 말고 일 년을 되돌아보는 워크북이다) 나누기. 이렇게만 정해 두던 것을 이틀 전에 전시 하나를 예매했다. 가고 싶은 맛집이나 카페 같은 건 리스트에 올리지도 못했다. 전시를 보고 숙소에 도착해 지도를 보며 여기 어때, 저기 어때하다가도 곧 그냥 서점 갔다가 근처에 좋아 보이는 데 가자로 합의를 보았고 셋 다 그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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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희의 다름의 순간들을 한 명씩 말해보겠다.

주의 즉흥성이 이번 워크숍을 신나는 흥분으로 채웠다. 전시 관람을 앞두고 지하철 보관함에 짐을 맡기고 점심 식사를 하려 식당에 앉았다.

“내 핸드폰 어딨지?”

이틀 전 새 기종으로 바꾸어 사진을 찍자던 차, 보관함 큰 가방 안에 넣어 둔 것이다. ‘괜찮아, 티켓도 수한테 있잖아.’ 했으나 점심을 다 먹고 주는 아무래도 핸드폰 찾아야겠다고 보관함을 열었고, 덕분에 수와 나도 필요하던 물건을 하나씩 꺼냈다. 물론 보관함 이용료는 한번 더 썼지만 많이 웃을 수 있었다.

근사한 데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와인이랑 먹자며 치즈와 과일, 물을 사서 숙소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숙소는 길 하나만 건너면 될 정도로 코앞이었고 무료 카지노 게임 셋은 2L 물통과 비닐백을 안고 걸었다. 옆에 있던 이자까야 간판을 보다가

“기린 맥주 많이 마셨는데. “

한 마디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이 말을 주가 바로 낚아채

“기린 맥주 맛있지. 맥주 한 잔씩만 하고 갈까?”

했고, 수와 나는 웃었다. 진짜? 나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간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어느새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우리는 기린 생맥주 말고 하이볼을 한잔씩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는 한번 즐겨주어야 한다고, 생수통과 비닐백을 바닥에 둔 채로 술집의 분위기에 젖었다. 나중에 보니 식당 간판엔 ‘기린’이 아니고 KARIN 어쩌고 쓰여있었으니 나의 착시와 주 선생님의 즉흥이 만나 이루어진 하모니.


막내 수는 든든한 해결사를 자처했다. 총무를 맡아 우리의 모든 결제를 해주었고 특히 이번 에어비엔비 숙소는 메시지를 영어로 보내주어서 영어 교사 수가 아니었다면 나는 많이 곤란했을 것 같다. 현관문도 열어주고 와이파이 비번도 알려주고 모든 것을 수가 했다. 배낭에 와인을 챙겨 왔다고 해서 고마웠는데 와인 오프너까지 가져와서 준비성에 감탄했다. 그러나 수동 오프너는 우리 셋에게 큰 걱정거리를 안겨주었다. 다들 한 번쯤은 겪는, 코르크가 부서지는 난관. 머리를 맞대다가 커피필터를 사 오기로 했는데 컵라면 하나에 물을 부은 상태. 이건 먹고 가자며 한 젓가락씩 맛보고 편의점엘 가다가 다이소가 보여 거기로 향했다. 필터와 내 충전기를 사고 계산하니 다이소 점원이 다른 손님들의 입장을 제지하고 있었다. 10시 폐점 직전에 들어갔던 것이다. 컵라면도 후루룩하고 물건도 사고 럭키비키다 하며 들어와서 우리 수는 필터 두 장에 와인을 내려주었다. 한 병 더 사온 와인까지 알차게 클리어. 모든 순간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가 있어서 듬직했고 고마웠다.


희인 나는 어떤 기여를 했을까 돌아본다. 암만 생각해도 콘텐츠 제공뿐인 듯하다. 자신의 일 년 생활을 결산하는 <연말정산을 구입해 선물하고 워크숍 때까지 해서 가져오라고 한 일. 그래서 오후에 식물 인테리어가 멋지던 카페에서 우리는 돌아가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같이 가보자 제안한 미나 페르호넨 전시도 모두가 예쁘다 연발하며 흐뭇하게 감상했다. (주의 최신폰으로 밝고 멋진 사진을 담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 오늘처럼 우리들을 사진 찍은 적이 있던가.) 타로카드도 들고 와 꺼내고 안주 삼았다. 그리고 그 밤, 나는 높은 예민도를 발휘하여 잠 못 드는 예술성을 실천했다.

새벽까지 입술에 와인색을 물들이며 이야기하고 각자의 침대로 들어갔다. 숙소를 정할 때 위치를 고려했지만 가장 우선시했던 것이 방 세 개였다. 계속 같이 지내면 각자의 공간도 필요할 테니까. 그렇게 독립적으로 방을 사수하고 고요하고 깜깜한 방에 눈을 감고 누웠다. 많이 걷고 시간도 늦어서 무척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원래 나는 여행을 가면 첫날은 잠을 잘 못 잔다. 추워서 이불 위에 니트 하나를 올려두고 고양이를 생각했다. 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설핏 잠든 것 같다가도 잔 기분은 들지 않게 그저 누워있었다. 밤잠을 위해 헐렁한 원피스에 여유 있는 잠옷바지, 수면양말까지 챙겨 왔으나 숙면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눈을 꼭 감은 내 머릿속에는 엊그제 듣던 윤상의 노래가 계속 플레이되었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한 거야 탓하다가, 오늘은 여행이 아니라 글쓰기 워크숍, 그렇다면 나의 예민도는 작가로서 필요한 특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 셋의 다름을 생각해 보니 작가의 조건이 갖추어진 것 같다. 주는 즉흥성 이전에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다.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우리를 웃게 만드는 재치를 갖추었다. 나는 재미있는 글쓰기를 지향하는데, 주가 말하는 것처럼 물 흐르듯이 쓰되 유머 코드를 갖춘 글을 쓰고 싶다. 주의 즉흥성은 느긋함과 연결되어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인 생각을 발견해 내는데, 잠 못 잔 아침 이 글을 쓴 것도 다 ‘긍정핑’ 주 덕분이다.

수는 꼼꼼하고 부지런하다. 오늘 아침 가장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걷다 온다며 언니들을 위해 컨디션과 비타민을 사 왔다. 글쓰기는 문제해결의 과정인데, 수는 우리들의 각종 문제를 척척 해결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주어진 글감을 분석해 오타 없는 문장들로 완벽하게 마무리해 낸다. 구조적으로 탄탄한 글을 써내는 건 해결사로서의 미덕이다.

바지런히 움직이는 수 덕에 나는 눈곱도 안 떼고 키보드 앞에 앉았다. 난 잠 못 잤어, 하면서. 하지만 새벽에 퍼뜩 생각난 우리 셋과 작가의 조건에 대해 신나게 글을 쓰다 보니 이번 워크숍에 대한 만족도가 200퍼센트 차올랐다. (잠 말고는 모두 흡족하니까.) 세수도 안 하고 일어나자마자 키보드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나, 예술가 같지 않아요?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은데 지금 여자 셋이 모두 그러고 있다. (아, 수는 세수를 했다.)

작가의 조건을 다 갖춘 우리,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딱 좋다. 다만 이렇게 완전체로 같이 있어야 부족함을 보완할텐데, 자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주수희가 있어서 나는 신나게 글을 쓸 수 있다. 둘은 어떨까. 콘텐츠 제공자로서 나는 주와 수에게 계속해서 숙제를 내야겠다. 그래도 되겠어? 벌써 다음 워크숍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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