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하기가 제일 싫다.
우리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유들로 은퇴를 하나보다.
나처럼, 다음 브런치에 퇴직에 대해서 글을 쓰시는 '예몽'님은, 은퇴를 '달리던 설국열차에서 내리는 일'로 비유했는데, 작년에 그만둔 직장 후배처럼 나는 '달리던 버스에서 내리는 일'로 은퇴를 비유했다. '예몽'님의'이러려고 퇴직했지'라는 글 2화에,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퇴직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이제는 완전한 자유인이 되고 싶었나 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지금 딱 그 남편분과 같은 마음인 것 같다. 해야 할 게 있어서,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퇴직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어서 퇴직하고 싶다.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딱히 쓸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하기 싫은 일은 머릿속에 몇 가지가 스쳐 지나간다. 그중에 가장 하기 싫은 일은, 아주 명확하다.밥 하기다. 밥 하기가 너무 싫다. 우리 3남매의 학창 시절에는1인당 하루 2개의 도시락을 준비하셨고, 55년 이상 아직도 아버지의 밥을 짓고 있는 1945년생 해방둥이 81세 우리 엄마 앞에서 차마 할 말은 아니다만, 난 밥하기가 너무 싫어졌다. 대한민국 주부들이면 다 하는 일을 뭐 유난스럽게 못하겠다는 건가 싶지만, 미안하지만 하기 싫다. 2001년 10월 결혼하면서부터 오늘 아침까지도 나는 밥을 하고 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 저녁은 뭐 할지 고민하는 게 싫고, 저녁을 먹으면서부터 다음날 아침에 뭘 할지를 고민하는 게 싫다.
결혼 후 내가 식사를 전담하게 된 것은, 자취생활 경험도 있고 취사병이었던 이유도 있어서 아내보다 내가 더 밥을 잘하기도 했고, 설거지는 싫어했지만 밥 하기는 은근히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물리적인 힘이 센 편이니, 가사노동을 절반 이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 암만해도 자연스럽게 여성에게로 육아 부담이 쏠릴 수밖에 없으니, 남편이 가사노동의 70,80% 이상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이 옳다고 믿고 살아왔다.
학창 시절에 엄마는 내가 좋아온라인 카지노 게임 반찬은 주야장천, 내가 완전히 질려 버릴 때까지 해 주시곤 했다. 그렇게 계란부추볶음, 건새우볶음도 이젠 두 번 다시 먹지 않는 반찬이다. 난 도무지 엄마가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세끼 반찬을 준비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 그것도 아이들이 좋아온라인 카지노 게임 반찬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은 너무도 어렵고 힘든 과제기 때문이다.
세 딸들은 김치찌개를 좋아했다. 하지만, 요즘은 시큰둥하다. 소시지 볶음, 제육볶음도 좋아했다. 하지만, 이젠반응이 약하다.대게찜도 좋아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 4번 정도 해줬더니, 이젠 충분한 것 같다고 한다. 어떤 반찬을 해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 부모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은 당연히 최애 메뉴가 될 수밖에 없다.그러면, 아이들은 질려버리게 되는 거다. K푸드, 한식은 영양학적으로나 건강에는 좋은 음식일지 모르지만, 부모들에게는 극악의 난이도를 선사하는 요리방법이 아닐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난 비빔밥이나 카레를 자주 해줬다. 다양한 채소를 먹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소를 거의 바늘귀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채를 썰어서 섞었다. 지금 우리 딸들은 비빔밥이나 카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풀무원 두부는 국산이면서 유기농이 아닌 두부와 국산이 아닌 유기농 두부가 있어서, 내게 선택장애를 일으켰다. 이후, 식재료는 거의 생협에서 국산, 친환경 재료로만 했다. 화학조미료는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다.어린 시절 어느 날, 둘째 딸내미는"아빠, 이건 지옥맛이야."라고 했다. 난 말했다. "맛있게 만드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아. 건강하면서 맛있게 만드는 게 어려운 거지."아이들의 똥에 소화되지 않은 밥알갱이가 보일 때를 제외하고는 현미 50%, 현미찹쌀 50%의 밥을 지었고, 점차 현미찹쌀의 비율을 줄이다가, 요즘은 현미찹쌀은 제외하고 보리, 귀리, 콩 등 다른 저당 잡곡들을 섞고 있다.'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책을 읽고, 과자와 사탕, 아이스크림도 거의 사주지 않았다. 식재료는 식품성분표를 읽어보고 각종 화학첨가물이 있는 것들은 사지 않았다. 교회에서 권사님들이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주시면, 마음이 불편했다.
2016년 8월부터 1년간 캐나다에 있으면서 이런 원칙들이 다 깨졌다. 한식 재료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친환경까지 고집할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 딸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심은 학교급식으로 먹고,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밥을 먹지 못온라인 카지노 게임 때가 늘어갔다. 뭐든지 배를 채울 수 있으면, 김밥이든 샌드위치든 가릴 상황이 못되었다. 이제는 기본적인 식사의 원칙만 얘기한다. 단백질과 채소를 충분히 먹어라. 정제탄수화물을 가능하면 먹지 말고, 통곡물 같은 건강한 탄수화물을 먹어라. 액상과당은 가능하면 먹지 마라.
지금은 서울에서 세어 하우스에 지내던 큰 딸이 집에서 다니고 있고, 둘째는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고, 막내는 셔틀버스를 타고 서울캠퍼스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 5명이 같이 식사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경우는 주말에나 가끔 가능하고, 아침, 점심, 저녁에 밥을 먹는 구성원이 다르다. 하지만, 준비해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양이 줄었을 뿐, 밥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일은 여전히 계속된다. 매번 누가 아침을 먹는지, 점심은 어디서 먹을 건지, 저녁은 와서 먹는지를 확인하고 신경 써야 한다.
통곡물로만 밥을 지으니, 쌀은 무조건 몇 시간 전에 미리 씻어서 불려놓아야 밥을 할 수 있다.이제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니, 아침에 해 놓은 밥이나 찌게도 아무 생각 없이 두었다가는 쉬어버리니, 잊지 않고 데워두던지 냉장실에 넣어두어야 한다. 혹시라도 밥에 쉰내가 나면, 물로 여러 차례 씻어서 누룽지를 만들어서 내가 먹는다. 아내에게 말한다. "우리 집 주부는 아직 나야. 네가 남은 밥과 반찬을 먹어치우면서 정리온라인 카지노 게임 때가 오면, 진정한 주부가 되었다고 인정해 주지."
아이들이 집에서 밥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잦으니, 식사대용으로 사놓을 만한 것들이 뭐가 있는지 고민하고 사놓는다. 냉동 계란토스트, 냉동 볶음밥, 냉동 김밥 등. 단백질류, 과일도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샐러드를 할 수 있는 채소도 부족해선 안된다. 매 끼니 식사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족의 수가 적어지다 보니 반찬을 조금씩 온라인 카지노 게임데도도무지 양이줄지 않아, 상해서 버리는 일이 늘고 있다.주말에는 밥 하기 싫어서 한두 끼는 외식을 한다. 교회에서 점심을 주니 다 같이 교회에 가면 좋겠는데, 머리가 큰 세 딸들이 종교의 자유를 부르짖는 바람에기어이 일요일 점심도 고민하게 만든다.
코로나 때, 주부들 사이에 '돌밥돌밥'이라는 우스개 말이 떠돌았다. 정확한 표현이다. 아내들이,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먹는 소위 '삼식이' 짓을 하는 은퇴한 남편을 구박하듯, 난 은퇴하고서도 계속 밥을 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
한 번은 페이스북에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괴로움과 몸에 안 좋은 것만 좋아하는 아이들에 대해서 글을 쓰니, 사람들이 말한다. 이젠 아이들도 다 컸으니알아서 하게 두라고. 그런데 내가 한국에 있는 한, 그게 안될 것 같다. 퇴직을 해도, 잘못하다간 '돌밥돌밥' 지옥에 갇힐 것 같다.3개월 이상 외식물가가 싸고 숙박비가 저렴한 해외에 나가서 살다가, 한 달씩만 한국에 들어와서 살아야겠다. 그러면, 건강보험료도 절약되고, 나도 밥을 짓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 돌아온 한 달 정도야 오랜만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거니,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그때도 웬만하면 복지관 식당이나 경희대 학생식당을 이용할 거다.
개발도상국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이제 난 남이 해주는 밥 먹고 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