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미래와 과거
우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서는 중력 말고도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공간의 팽창입니다. 우주를 지배하는 힘이 당기는 힘만 있는 중력이라면 궁극적으로 우주의 물질들은 서로 뭉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팽창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닌, 가속 팽창을 하고 있습니다.
가속 팽창은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F=ma에서 알 수 있듯이 가속을 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주를 지배하는 힘인 중력은 당기는 힘만 존재하기 때문에, 이 힘만으로 가속 팽창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팽창을 시키는 힘에 암흑 에너지라는 명칭을 부여했습니다. 암흑 에너지라고 부르면 있어 보이지만, 사실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규명되지 않은 물질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물질에도 암흑 물질이라는 이름을 달았습니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암흑 에너지가 계속 생성되면서 우주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주의 팽창 속도는 우리로부터 멀어질수록 빨라져서, 심지어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빛의 속도를 넘어서는 속도로 공간이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알고 있으니 우주의 시계를 과거로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암흑 에너지, 암흑 물질 같은 개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쩌면 중요한 요소를 빼먹고 생각해서 그런 이상한 개념을 추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그 틀린 부분을 수식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지만, 근거 없이맞다고 주장만 한다면 이상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은 과학을 파고들수록 의문만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 개념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부정되어 우주론이 재편된다 해도 제가 주장하는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단지 지금은 현재 가장 정설로 인정받고 있는 과학을 훑으며 계속하여 삶의 의미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물질과 암흑 물질에 중력이 항상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암흑 에너지를 고려하여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우주가 점점 줄어들어 한 점이 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 되는 순간이 대략 137억 년 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점이 되는 아주 초창기, 그러니까 한 점에서 빅뱅이 일어난 지 10의 마이너스 45승 초 동안 과학 법칙에 맞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어야 합니다. 이를 인플레이션 우주론이라고 하는데, 우주는 이 짧은 시간 사이에 무려 10의 20 승배 이상 우주가 팽창을 하였다 추정합니다. 이 팽창 속도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빛의 속도를 아득히 넘어갑니다. “일어났어야 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현상은 증명된 것이 아닙니다. 이를 가정하지 않으면 빅뱅 초기의 많은 상황이 설명되지 않고, 반대로 이를 가정하면 빅뱅 초기에 설명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기 때문에 현재 가장 강력한 이론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강환 박사의 “빅뱅의 메이리”를 참조하면 좋을 것입니다.
우주의 역사에서 물리 법칙을 기준으로 과거를 추론하는 방식은 그럴듯한데, 우주 초창기에 급팽창을 했다는 것은 무슨 근거로 말을 하는 것인지 좀 아리송합니다. 초창기의 급팽창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과도 맞지 않습니다. 당연히 누구도 우주 초창기로 갈 수 없으니 이는 실험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합니다만, 간접적으로 실험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주가 팽창을 하고 있으므로 과거로 갈수록 지금보다는 작았을 것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우주 전체의 에너지는 보존되므로, 당연히 같은 부피 속의 에너지는 과거로 갈수록 더 커질 것입니다. 특히 우주가 한 점에 근접한 초창기에는 매우 높은 에너지 상태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 초창기로 갈 수는 없지만, 그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내서 간접적으로 현상을 추정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그걸 만들어냅니다. 바로 입자 가속기라는 장치를 말이죠.
표지 그림 : Red panda AI, Prompt: Draw an abstract image where past, present, and future coexist in uni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