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67
지난달이었나, 왼쪽 어금니가 무언가 불편카지노 게임 추천. 계속 아픈 건 아니었는데 혹시나 충치가 생겼나 하며 이를 하나씩 잡고 흔들어 봐도 흔들리거나 아픈 이가 없었다. 그렇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편한 감이 올라왔다. 특히 과자를 먹을 때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과자는 주로 밤에 먹고 매번 과자를 먹을 때마다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 낮에는 잊고 지내다 시간이 흘러버렸다.
치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른쪽 어금니에서도 비슷한 불편감을 느끼고서부터였다. 게다가 찬물을 마시거나 양치질을 할 때에는 시린 느낌이 없었는데 뜨거운 걸 먹을 때 이에서 퉁, 하는 깊은 울림과 약간의 통증도 느껴져서 불안했다. 이가 심각한 건 아닌지, 치과는 가고 싶지 않아도 미루지 말아야 돈이 덜 드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기회를 노리던 중, 갑자기 수업이 취소되어 이때다 싶어 치과에 갔다. 작년에 잇몸 통증이 심해서 일하는 곳 근처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제는 지인도 없는데 다니던 치과 말고 평이 좋은 다른 치과에 가보는 건 어떨지 잠깐 사이에 많은 생각을 했지만 귀찮음은 결국 나를 가던 치과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 치과는 성당 언니가 치위생사로 있어서 다니게 되었다. 집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았고 과잉 진료에 대한 불안이 지인이 직원으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해소되는 느낌이어서 또, 언니가 잘 살펴 주어서 편안하게 (물론 치과라는 장소는 절대로 편안한 곳이 되지 못하지만) 다니고 있었다. 이전 치료 기록이 코로나 전이란다.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말씀하시는데 왠지 다른 치과에 갔던 게 배신이라도 했던 양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내가 그때는 무슨 치료를 받았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엑스레이를 먼저 찍고 내 이빨이 나와 있는 해골 같은 화면을 앞에 둔 채 진료 의자에 앉았다. 치과에서는 앉는다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다. 비스듬히 누운 거나 다름없는 진료 의자. 이의 감각이 이러느니 저러느니, 과자를 먹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찬 건 괜찮은데 뜨거운 건 왜 감각이 다른지 이상하다 등등. 입만 뻥 뚫린 초록색 천을 얼굴에 올리고 입을 아- 하고 크게 벌린다.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이걸 꽉 물어보세요, 여기도 물어보세요, 이를 물고, 열고, 딱딱딱딱 깨물어 보세요,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다. 입을 벌리고 있어서 부정확한 발음으로나마 중간중간 성실히 대답도 했다. 아픈 곳이 있었고, 다른 통증 그리고 이상함과불편함이 느껴지는 곳도 있었다. 다행히 (다행이겠지) 충치는 없고 깨끗하다고 했다. 이런 느낌은 어금니에 금이 갔을 때의 증상인데 눈에 보이는 게 아니어서 이를 깎은 다음에 위에 덧씌우는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한다고 했다. 왼쪽이 심하고 오른쪽은 지켜봐도 될 정도라고. 신경치료는 되도록 안 하는 쪽으로 진행하겠지만, 이를 씌우고 나서 시린 증상이나 불편함이 심하면 신경치료도 들어가게 될 거라고 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 금액. 얼마인지 물어보니, 지난번 치료보다는 더 들어갈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 치료가 기억이 안 나는데요.... 의사 선생님은 오늘 이를 깎아내고 본을 뜰 거라는 얘기를 하고는 나갔다. 치위생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치료 과정과 비용 등을 자세히 다시 설명해 주었다. 아, 40만 원.
따끔, 따끔, 마취를 카지노 게임 추천 이를 깎는 소리가 들린다. 입이 아프다. 열심히 입을 벌리고 침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게 주의한다. 내 침 좀 잘 제거해 주었으면 싶지만 선생님들은 내 입안과 밖에서 손이 바쁘다.
치과는 한번 치료에 들어가면 금액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할부가 적용되는 카드가 비교적 많은 것 같다. 치료가 끝나고 마취가 덜 풀린 입을 어색하게 움직이며 접수처로 나왔다. 오늘 치료비를 내면 다음에 왔을 때는 비용을 더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신경치료나 다른 치료에 들어가면 그때마다 부가비용이 들어간다는 설명은 진료실에서 다 들었다. 접수처 직원은 할부 관련 카드는 앞에 붙어있으니 천천히 확인해 보라며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요즘에는 체크카드만 사용하고 있는데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신용카드를 오랜만에 꺼냈다. 다행히도 안내에 나와 있는 카드가 내 지갑 안에 있었다. 카드 결제를 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 접수처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치위생사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두 분 모두에게 고마웠으니까. 치위생사가 내 인사를 못 듣자, 접수처 직원이 내 인사를 대신 전해 주었는데, 두 번이나 인사하셨어요, 말을 덧붙였다. 어라, 아닌데요, 처음에는 당신에게 한 거예요, 그렇게 다시 말을 정정하지는 못했다.
되도록 오른쪽 이만 사용하는 고난의 일주일이 지났다. 평소 식사대로 하려니 오른쪽 턱관절이 너무 아파 부드럽고 많이 씹지 않아도 되는 음식을 주로 먹게 되었다. 배가 고픈데 제대로 먹지 못하는 기분이라 씹는 행위가 삶에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이렇게 또 깨닫는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치과로 향했는데 예약 시간보다 늦을 것 같아서 전화를 걸었다. 가는 중인데 10-15분 정도 늦게 도착 예정이라고 말을 하니, 알겠다고 대기시간이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으니 양해부탁드린다는 답이 왔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끊으려는데, 아니에요 조심히 오세요,라는 상큼하면서도 다정한 말이 되돌아왔다.
고맙습니다.
병원은 보통 어딘가 불편한 사람이 가는 곳이라 아무래도 예민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평일 저녁 시간이면 직원들도 지치고 힘들 시간이 아닐까. 다양한 서비스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이 있기에 매 순간 모든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며 친절히 대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접수처 직원의 전화 응대가 직업의식이 투철했다고 거창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그 한마디로 인해서 조급했던 내 발걸음이 차분해졌고 마음도 따뜻해졌음은 분명하다.
요즘에는 어디에 방문을 하든 인터넷에 후기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식당은 기본이고 카페나 다양한 가게들, 병원과 약국,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도 후기가 올라와 있다. 종종 그런 후기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선택에 있어 참고를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직원이 친절카지노 게임 추천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직원이 불친절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하는 상반된 후기도 자주 접한다. 내가 갔을 때 상대가 유독 불친절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친절하게 했을 때 상대가 그를 거부하며 불친절하게 대했을지도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이 있을 수 있듯이 상대도 그런 날이나 그런 순간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서비스를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을 상반되게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모두 인간이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부족할 수 있는 인간. 그리고 친절도 다정함도 내가 먼저 하든 상대가 먼저 하든 선순환이 발생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