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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알구슬 Apr 03. 2025

카지노 쿠폰 만들기

조금은 늦었지만


결혼에 대하여

- 칼린 지브란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흩어놓을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그리고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도

영원히 함께 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카지노 쿠폰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카지노 쿠폰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 마시지는 말라

카지노 쿠폰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카지노 쿠폰는 홀로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혼자이듯이


카지노 쿠폰 가슴을 주라

그러나 카지노 쿠폰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카지노 쿠폰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카지노 쿠폰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얼마 전,

필사노트에서

이 시를 읽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결혼에 대해

이렇게 써놓은 시는

처음 보았다.


결혼하면 한 몸이 되니,

내 몸같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라는

그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카지노 쿠폰 구속하지 말라

너희 사이에 바다를 두라

함께 즐거워하되, 카지노 쿠폰는 홀로 있게 하라

카지노 쿠폰 가슴은 주지만, 카지노 쿠폰의 가슴에 묶어 두지 마라

함께 있으되,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말라


난 이 시를 보며 혼자 빙긋이 웃었다.


부부관계의 정석을

참 아름답게 표현하셨구나...

저거 진짜... 맞는말인데...

나도 이제는 알겠네...




결혼 전,

신랑과 함께 한 달간

결혼 예비학교를 다녔다.


당시 우리 부부를 상담해 주시던 분께서

내게 해주셨던 이야기가

떠올릴 때마다 충격이다.


그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내가...

자아정체성이 형성되어야 할 시기에

제대로 자아가 카지노 쿠폰어지지 못해서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카지노 쿠폰'이 없다고 하셨다.


나의 울타리가 없어서

타인들의 감정이 가감 없이 내 안으로 들어오고

특히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이들의 감정이

쏟아져 들어올 때면,

일상이 쉽게 매몰될 수 있다고 하셨다.


그게 겉으로 보기에는

공감을 잘하는 것 같고

감정이입을 잘하는 것 같지만,

카지노 쿠폰이 없어서

쉽게 상대방에게 동화되어

스스로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신랑은

굉장히 높은 자존감과

건강한 자아정체성을 갖고 있어서,

혼자서도 잘 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부부란,

건강한 독립된 인격체가 만나는 특수한 관계로,

카지노 쿠폰를 사랑하되

독립된 한 개체로 인정하여

소유하려 들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자칫 카지노 쿠폰이 없는 내가,

신랑을 '나'인 것처럼 생각하여

신랑이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

날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쉽게 분노하고

혼자 오해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상담을 받고 나오며 난,

나의 '카지노 쿠폰없음'

서럽고 아파서

저 뒷이야기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저 뒷이야기를 뼈저리게 느끼는순간이 왔을 때,

내가 느꼈던 모멸감과 수치심,

나에 대한 연민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결혼 9년 차 정도 됐을 때였던 거 같다.

당시 우린

시동생 부부와 함께

시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로 여행을 갔었다.


시동생은 워낙 스위트가이셔서

동서를 정말 공주처럼 떠받들고 살았다.


그에 비해 우리 신랑은,

(당시 내 눈엔)

딸들만 엄청 챙기고

딸들에게만 애정표현을 했다.


그래서 난,

여행 내내

시동생 부부의 애정행각과

신랑의 딸바보 사랑 사이에서

몹시 불편하고 부대꼈다.


결국, 여행 중간에 나의 화는 폭발했고

잠도 못 자고 울다가

자고 있는 신랑을 깨워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나는 안 봐주냐

왜 나한텐 그렇게 안 해주냐

나도 챙겨달라

나도 예뻐해 달라

나도 사랑해 달라


그러자 신랑이 내게 내뱉은 한마디.



난... 네 아빠가 아니야.



우린 부부니까

동등한 위치에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사랑해 줄한 팀이지,

네가 내 딸은 아니잖아....

라는 말이었다.


팍. 눈앞이 아득해졌다.

쾅. 내 머리를 정으로 맞은 것 같았다.

쩍. 내 심장이 갈라졌다.


순간적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대낮에 대중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그때 한순간에 정리가 되었다.

아.. 그때 선생님의 말씀이 이런 거였구나...

결국

나의 카지노 쿠폰 없음이 나를 여기까지 몰고 왔구나...


신랑을 많이 사랑하는데,

아이들을 누구보다 아끼는데,

난 아이들을 질투하고 있었다.


은연중에

'너넨 좋겠다...

아빠 같은 사람이, 너네 아빠라서...'

이런 말을 하곤 했으니까.


신랑이 내게 그렇게 말했을 때,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많이 두려웠다.

내가 이 관계를 망칠까 봐...

내가 이 가정을 깨뜨릴까 봐...

내가 엄마 아빠처럼 살게 될까 봐...




올해로 결혼 15년 차다.


결혼 서약서에 나오는 말처럼

눈도 오고 비도 오고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고

미세먼지가 낀 날도 있고

쾌청한 하늘이 시원하게 보이는 날도 있었다.


그 모든 날, 모든 순간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다행히

카지노 쿠폰를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적당히 포기하는 법도 배워가고 있다.


설령 내 말이 맞더라도

판사가 되려 하지 말고

카지노 쿠폰의 마음에 '맞는'말을 해주자며

연습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생각해 보니

10대 시절에

나의 자아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그 열등감과 자기 연민이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게 했던 것 같다.


마흔을 넘긴 지금.

나는 나의 카지노 쿠폰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다.

땅을 파고

울타리를 카지노 쿠폰고

문도 달아주고 있다.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하고 단단하게 나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카지노 쿠폰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세월'이라는 무기도 얻었으니,

그 카지노 쿠폰을 넘어가

내 가족을 더 품어주고

내 주변을 돌아보며

인생 2막을 살고 싶다.


그래서 노년에는

넓고 깊고 높은 사랑을 할 줄 아는

그런 넉넉한 사람이

진심으로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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