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기
예쁜 색종이를 골라
정성 다해 반듯하게
카지노 게임를 접었다.
오랜만에 하는 종이 접기에
손끝이 아리기도 하지만,
결과물을 만드는 기쁨은
언제나 그렇듯
뿌듯하다.
곱게 접은 카지노 게임를
공중에 날려본다.
툭.
몇 걸음 앞에서
곤두박질친다.
몇 번을 해도
한두 뼘 차이일 뿐.
재미없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카지노 게임를 쓸어 담고 있는데,
거실 한편에 있는
신문지 몇 장이 보인다.
괜한 심술이 생겨
신문지를 구겨 던져본다.
헉.
스트라이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구겨진 신문지공은
카지노 게임
몇 배 더 멀리 날아간다.
곱게 공들여 접은 카지노 게임
단번에 확 구겨버린 종이가
더 멀리.
더 멀리멀리.
저 멀리까지 날아가는구나.
순간.
마음이 아득해진다.
살다 보면,
우리가 아무렇게나 구겨버린 마음들이
내 삶에서 툭 튀어나와
예상치도 못한 곳까지
멀리 날아가 버릴 때가 있다.
곱게 정성을 들인 마음은
오히려 더 조심하느라
입 밖으로 꺼내놓지 못하기도 한다.
아린 손끝으로
선에 맞추어
예쁘게 접은 마음은
발 앞에 툭. 떨어져 버리고
홧김에 아무렇게나
구겨버린 마음 뭉텅이가
담장을 넘길 때,
나는 나의 무능을 탓한다.
여물지 못한 손끝 탓이라고.
더 잘 접지 못한 내 탓이라고.
하필이면 그쪽으로
하필이면 그때
그렇게 힘껏 던져버린
나의 어리석음 탓이라고.
그렇게 또.
내 마음을 할퀸다.
바람이 분다.
내 뒤에서 앞으로
가만히 불어온다.
머리카락이 앞으로 휘날린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일렁인다.
내 앞에 떨어진 종이카지노 게임를
다시 집어 든다.
다시 꼭꼭 접어서
날개를 야무지게 편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카지노 게임를 날린다.
바람을 타며
담장 너머로 넘어가는
카지노 게임를 바라본다.
바람을 타며
저 멀리 날아가는 고운 내 마음에
잔잔히 미소가 떠온다.
내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면,
곱게 정성 들여 빚은
나의 진심도
언젠가는 저 담장을 넘을 수 있겠지.
홧김에
내 소중한 마음을
구기지 말고
곱게곱게 접어
바람에 실어 보내자.
바람이 그곳으로 인도해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