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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객 Nov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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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차 - 마지막 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어떤 성장이 있었나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뒤 한 명의 지인이 나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그곳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어떤 성장을 이룩했는가. 나는 그 지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성장보다는 회복이라는 키워드가 더 중심에 있었다고. 성장과 회복 모두 무엇인가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는 개념으로서는 비슷할 수 있지만 그 출발점과 종착지가 서로 다르다. 성장이라는 것은 양(+)의 상태에 똑같이 양의 상태를 더하여 더 큰 양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회복은 다르다. 회복의 시작점은 음(-)의 상태다. 음의 상태에서 정상상태라고 할 수 있는 Zero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Zero를 넘어 다시 양의 상태로 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음의 상태로 끌어내려져 있는 나의 존재를 다시 정상상태로 되돌려 놓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주로 그 과정이 힘들지 않았는지를 묻는다. 하루에 20km를 걷는 일정에 나는 자신이 없다고들 말한다. 중요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건강상태는 바닥을 치고 있었고 스트레스는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지점이었던 레온을 떠나는 날 느꼈던 내 몸과 마음의 상태는 그야말로 최상의 상태였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반전이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란 주변 환경에 얼마 큼이나 지배되고 있는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나라는 존재의 가능성이란 주변 환경에 의해서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보다 7kg의 배낭을 짊어지고 매일매일 6시간씩 걸었던 그때의 내가 훨씬 건강했다는 사실은 모순적이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만약 그것이 정말이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라는 존재의 어떤 상태라면 그건 너무도 일시적이고 일회적이기 않은가.


이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의 최종적인 결론은 삶이 지치고 힘들어지는 어느 날엔가 그 길을 또다시 걷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상상태의 나를 만들어주었던 환경과 요소를 작게나마 일상에서도 자주 갖추고 살자는 다짐이다. 산티아고를 걸었던 관성이 아직 몸 안에 남아있던 돌아온 후의 몇 달은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전에 카페에 들러 음악을 듣거나 글을 썼다. 심지어 단순히 시간만 낸 것이 아니라, 약 5k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서 출근했다. 그렇게 한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기분을 틈틈이 유지했다. 그것은 어떤 의지라기보다는 그 기분을 다시 느끼는 게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일어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일상에서 그런 환경과 요소를 틈틈이 갖추자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은 이런 시간들을 두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이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향해 무수하게 날아오는 화살들을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는 시공간이 필요하다. 선우정아의 노래 '도망가자'속 가사처럼 때로 우리는 지금 이곳으로부터 도망칠 필요가 있다. 다시 씩씩하게 돌아올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1년에 잠깐 다녀오는 여행을 나머지의 시간 동안 내내 기다리는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그러한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심적인 키워드는 회복이다. 고정적으로 교정치료를 받듯, 때가 되면 건강검진을 받고 말썽을 부리는 신체 부위를 다스리듯, 약을 챙겨 먹듯, 운동을 하듯 말이다. 그런 건 우리 삶에 정기적으로 찾아와 줘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들이다. 우리를 단번에 다시 정상상태로 되돌려주는 시공간이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훨씬 더 다행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신해철 씨는 예전에 한 예능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콘서트는 준비온라인 카지노 게임 시간은 한없이 길지만 무대 자체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언젠가부터는 그것을 준비온라인 카지노 게임 과정을 즐기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가 한 이야기와 일맥상통온라인 카지노 게임 측면이 있다. 이 길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한다는 결과를 위해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정이 희생되지 않는다.오히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으며 그 정해져 있는 결과가 반대로 과정을 존재하게 만든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더 길게 그 길을 걷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생각한다. 중간부터가 아니라 상장 피드포트에서 출발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체 구간을 걷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나도 그렇다. 그토록 충만한 하루들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지만 순례길 이후에 포르투갈과 마드리드를 여행하기 위해 레온이라는 중간지점에서부터 순례길을 걸었다. 그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리석게도 그 여행은 생각보다 즐겁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쉽사리 떨치지 못했던 심한 감기에 걸렸고 시끌벅적한 도시들에서 꽤나 큰 피로감을 느꼈다. 포루투와 리스본은 환상적인 도시였지만 혼자서 즐기기엔 그 한도가초과된 낭만이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약 50편의 에피소드로 끝을 내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도 여행에 대한 별다른 내용은 없다. 나는 마지막 날에도 여전히 부지런히 그 길을 걸었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무사히 도착했으며 그렇게 약 이주동안 진행된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도착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 순간의 감정 상태는 거의 없을 無 그 자체였다. 레온에서의 두려움으로 시작된 일정은 평온한 감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여느 사람들처럼 대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관광사무소에 들려 순례증을 받았다. 아직 남아있는 몸 안의 관성과 달리 이제 가야 할 곳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은 약간의 허망함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한 동안 대성당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런 나와 달리 어떤 남성 순례자는 도착온라인 카지노 게임 순간 함께 길을 걸었던 자신의 연인에게 무릎을 꿇으며 프러포즈를 했고 사람들은 그에 화답하듯 박수갈채를 보내며 그들의 인생 명장면에 축복을 더했다. 같은 시간대에 대성당에 도착한 다른 순례자들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 주는 아주 낭만적인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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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의 개인적인 의미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많은 종류의 감정을 순수하게 다시 느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두려움, 낯섦, 외로움, 활기참, 신기함, 신남, 공허함, 인내심, 반가움, 그리움, 애정, 환희, 거룩함, 안도감, 편안함, 불편함, 조급함, 설렘, 아쉬움 등 다 열거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감정을 그 길에서 느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수년간 번아웃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 같다. 우울증은 우울한 감정마저 느끼지 못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음의 질병이다. 그래서 다시금 인간의 어떤 아주 기초적인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감격과 다행으로 다가왔다. 감정이 무너져보면 감정이란 곧 가치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인가를 좋아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 설레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 기피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 두려워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은 모두 자기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감정을 통해 가치관을 인식하고 기억한다. 그게 무너지면 가치관이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작은 행동부터 큰 결심까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쫒아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지 알 수가 없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나룻배에 몸을 싣고 있는 것처럼 그저 그냥 표류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여행은 나의 감정에 다시 불을 지피고 가치관을 다시금 정립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두 가지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남기고 싶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안의 순수한 욕구와 그것이 이 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는 누군가에게 혹시나 도움이 될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음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또 어떤 깨달음들을 얻을 수 있는지. 그 막연함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결단의 용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 글은 그 소임을 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건 마치 부분과 전체가 동일한 모습을 가지는 프렉탈 도형과 같은 것이다. 부분을 보면 전체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프렉탈처럼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인생을 유추할 수 있다. 수많은 상징과 비유를 통해 우리 인생의 전개를 압축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그 프렉탈의 어떤 조각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는 각자에게 모두 다르겠지만 그곳에 인생의 힌트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즈음에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그건 갑자기 떠오른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하나의 비유에서 시작되었다. '지나간 자리에 메시지를 남기는 혜성 : 글객'다른 행성과 달리 태양계를 이리저리 떠돌며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혜성처럼 나는 존재와 존재 사이를 떠돌아다닌다. 너무 가까이 갈 수 도 없고 영원히 멀어지지도 않는다. 그런 혜성은 태양에 가까워질 때 가스로 된 꼬리를 만들어낸다. 그 혜성의 꼬리처럼 나는 지나간 자리에 이런저런 글을 남긴다. 그리고 그 안에 메시지를 담는다. 가객이라고 불렸던 故 김현식 씨의 별명을 비튼 '글객'이라는 이름에는 그러한 정체성과 의미가 은은하게 담겨있다. 노래하는 나그네가 아니라 글 쓰는 나그네이다.


이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인가의 힘겨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조금의 기회라도 있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곳으로 떠나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곳에서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금 발견하고 나머지의 삶에 자산이 될 새로운 정체성을 얻기를 바란다.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Buen Camino라는 인사말을 들으면 그때가 진정한 여정의 시작이다. 당신의 길에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도 인사말을 전한다.


Buen Camino!(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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