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해가 밝은지도 2주가 흘렀다. 오늘은 그렇게 고대하던 맥도널드에서 일을 시작하는 날이다. Chealsea는런던 1 존 남쪽에 위치한 부유한 동네다. 내가일할 첼시지점은 헤롯 백화점과 유명한 패션 브랜드들이 즐비한 하이 스트릿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두근대는가슴을 진정시키며 매장에도착하니 파키스탄 출신의 부지점장 '말릭'과 인도 출신 여지점장 '소냐'가 날 기다리고 있다. 탈의실에 들어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모자까지 쓰고 거울을 보니 제법 맥도널드 크루 테가 난다. 나랑몇 마디 말을 나눈 말릭은 말이좀 통한다며 나를첫날부터 주문받는 업무에 바로 투입시켰다. 손님 테이블 뒷정리나키친에서 일할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다짜고짜 주문을 받으라니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이제 와서 못 한다고 할 수도 없는일이었다.
주문받는 계산대 사용법을 배우고 (카지노 게임선 계산대를 Till이라고 한다.)그다음엔 주문받은 메뉴들을 순서가 섞이지 않도록 빨리빨리 쟁반에 채워 넣는 법을 익혀야 했다. 게다가 한참 인기가 있는 맥플러리 아이스크림은 Till인력이 제조까지 해야만카지노 게임. 하나 충격적인 사실은 아주 교묘하게 컵 안 중간 공간을 비우고 아이스크림을 최대한 적게 담는 연습을 시킨다는 것이었다. 말릭은 아이스크림을 꾹꾹 눌러 담아 컵 무게가 무거우면 바로 잔소리를 해댔다. 직접 시범까지 보이며 최대한 적게 아이스크림을 넣는 방법을 익히게 만들었다. 아이스크림을 담을 때마다 사기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 기분도매일 반복되니 쉽게무뎌졌다.알고 보니 말릭과 소냐는 비용절감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었다. 물론이는 맥플러리에만 한정된 건 아니었다.
맥도널드에서의나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되어야만 카지노 게임. 인건비 절감 정책에 따라바쁘면 정해진 알바 시간이 끝나도 퇴근을 할 수 없고 한가한 날이면 출근한 지 한 시간도 못 되어 강제 퇴근을 당했다. 일한 만큼 시급이 주어지는 시스템 때문이다. 항상 바쁠 때만 일을 하게 되는 탓에 식사를 위한 15분의 브레이크 타임을 제외하곤 잠시도 앉아있을 틈이 없었다. 브레이크 타임은물론시급이 주어지지 않는다. 어쩌다 깜박하고 브레이크 시간에 클럭아웃(시급 계산을 위한 업무 타이머를 끄는 행위)을 하지 않는 날이면 불호령이떨어졌다.
다만 한 가지 좋은 점은일카지노 게임 동안배고플걱정은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하루에햄버거 세트한 개를무료로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가장 비싼 빅맥세트는 제외다. 빅맥이 먹고싶으면차선책으로 치즈버거에 빅맥소스를 뿌려 먹고 맥플러리에 애플파이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먹지 못하게 하니 왜 그렇게 더 먹고 싶던지... 빅맥은 그 후로 지금껏 내게 애증의 버거다.)그런 식으로 매일 한 끼 엄청난 칼로리를몸에 퍼부으니 얼마 전 GP가 너무 말랐다며 걱정하던 것이 무색하게 급속도로살이 찌기 시작했다.하루에 그저 햄버거 세트 한 끼만 먹는데도 신기하게 몸무게는점점 더치솟기만 했다. 그래도 내겐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식사였다.
아무리 부유한 동네라고 해도 말썽쟁이들은 어디나 존재카지노 게임 법. 십 대 흑인아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매장으로 들어와선 음식 주문도 하지 않고 목이 마르다며 수돗물을 달라고 했다. 그 아이들의 억양은 런던 하류층이 쓰는 사투리로 내 귀엔 수돗물을 뜻하는 '탭워터'가 '때워어'로 들렸다. 물 마시는 시늉을 하며 손을 내미는 덕에 가까스로 알아듣고 물을 주곤 했다. 그러나 눈치로 때려 맞히지 못하는 순간도 많았다. 하루는 미국인 그룹이 떼를 지어 들어와선 음식 주문을 하지 않고 알아듣지 못할 질문을 해댔다. 가까스로 카지노 게임 억양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 갑자기 맞닥뜨린 미국인 십대들은속사포를 쏟아붓듯 질문을 해댔고 당황한 내 귀엔 걸리는 단어가 한 개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침착한 척하며 잠깐 기다리라고 해놓고는 말릭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짠돌이긴 했지만 성정이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직원이도움을 요청할 땐 항상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그렇게 하루하루 업무에 익숙해져 갔다. 얼마 안 가 주문 다섯 개 정도는 헷갈리지 않고 몇 분 안에 척척 써빙할 수 있게 되었고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동료들과 사적인 대화도 할 수 있는 여유도갖게되었다. 브레이크 시간이면 감자칩을 아이스크림에 찍어먹는 최고의 단짠 조합을 애정하게 되었고 클로징타임마다 들어와 남은 버거를달라는 노숙자들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이보다더큰 소득은 한국식당에서의 불미스러운 일 이후 몸을 놀려 하는 노동에 자신감을 되찾게 된 부분이다. 좋은 기억력과 몸에 밴 친절함, 특출난 센스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빠른 시간에 인정받았다.
함께 같은 시간대에 일카지노 게임 친구들과 진한 우정을 나눌 만큼의 여유는 없었지만 일할 때만큼은 손발이 척척 맞아 일하는 재미가 있었다. 필리핀, 우크라이나, 콜롬비아, 브라질, 방글라데시 등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다들 카지노 게임 온 계기는달랐지만 나처럼 공부를 하러 온 이는 없었다. 모두들 오로지 돈을 벌어 카지노 게임에 정착하는 것이 목표였다. 맥도널드에서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처럼 삶이 팍팍한 나라에서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유한 유럽 국가에서 온 친구들은 거의, 아니 사실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이 친구들을보며 한국에 일하러 온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떠올랐다. 거리에서마주치면 나와는 다른 세계를 카지노 게임가는 사람들이라 치부하며 무심한 눈길로 스쳐 지나가던 순간들이 기억났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미묘한 차별의 시선으로 그들과 거리를 두던 내 모습이 생각나한없이부끄러워졌다. 그 때는 내가 머나먼 타국에서 그 차별의 시선을 받는 입장이 될 줄 꿈에도 몰랐었다.남의 나라까지 건너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피부색이 다르고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본 것은 아닌지... 언젠가 나의 차별적인 시선을 받았을 이름모를 사람들을 생각하며 뒤늦게나마 나의 무지몽매함과 편견을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이 친구들과 일을 하며 내 안에 가득했던 편견을 깨고 이렇게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일이라는 것, 그래서 항상 겸손하고 나보다 약해보이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된다는 것을 이 나라가 내게이렇게 가르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