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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Jan 05. 2025

영국에서 혈혈단신 카지노 가입 쿠폰남기 (14)

또 다른 가족

2004년 3월


맥도널드에서 벌써 세 번째 주급을 받았다. 한국돈으로 따지면 현재환율로 1파운드에 2000원이 넘으니 한 시간에 1만 원이 넘는 시급이지만 여기선 역시나 이걸론 방세조차 낼 수가 없다. 업무 시간을 조금 더 늘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3주간 열심히 일한 나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어 오랫동안 찜해 두었던 일본 식당에 갔다. 역시 소문처럼 가성비 좋은 금액에 훌륭한 음식이다. 요즘엔 맛있는 걸 보면 앞뒤 안 가리고 과식을 하게 된다. 언제 또 먹게 될지 모른다는 걸 내 몸이 본능적으로 안다. 그 결과 얻은 건 늘어가는 허릿살과 매일 부어 있는 눈, 그리고 신생아처럼 불룩해진 볼살뿐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몸이 좀 이상하기 시작했다. 속이 불편해서 저녁도 먹지 않고 빈 속에 한국에서 가져온 위장약을 먹은 터였다. 조금 어지러워욕실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정신을 잃었다. 바닥에쓰러지는 그 찰나의 간에 말로만듣던 내 전 생애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을 경험했다. '이렇게 죽기는 카지노 가입 쿠폰 억울한데'가나의마지막 기억이었다. 얼마가흘렀을까... 가까스로정신을 차려보니 룸메이트 언니가 경악스러운 얼굴로 날 들여다보며 999(카지노 가입 쿠폰의 긴급구조 번호)전화를 카지노 가입 쿠폰 다. 난 의식이 돌아왔지만속이 너무 불편카지노 가입 쿠폰 어지러워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999 에선 언니의 서툰 영어를 확인하곤 바로 한국말이 가능한 의사를 연결해 주었다. 그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바로 구급차를 보내준단다. 머리가 빙빙 돌고 속은 메슥거리고 이 수억만 리 땅에서 엄마 얼굴도 못 보고 죽는 건가 하는 두려움이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얼마 안 있어 구급대원들이 대문을 두드렸고 나는 들것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자정이 지난 한 밤에 전화를 받고 불려 나온 한국인 의사는 아직 앳된 얼굴의 까만 뿔테 안경을 쓴 남자였다. 그는 내 얼굴을 쓱 보더니 잠이 덜 깬 얼굴로 덤덤하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뭘 먹었는지, 증상은 어떤지 자세히 묻는 말에 어떤 상황인지 설명카지노 가입 쿠폰 먹었던 약도 보여주었다. 사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이미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터라 심전도 검사를 카지노 가입 쿠폰 한두 시간이 흐르자 증상은 많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는 몸이 많이 피곤한 상태에 빈속에 너무 강한 약을 먹어 잠깐 쇼크가 온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의 약이 보통 꽤 독한 약이 많다며 빈속에 먹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우리나라에선 항생제와 독한 약을 처방해서 빨리 증상을 완화시켜주지 않는 병원은 장사가 안될 지경인데,이곳에선 한국 약국에서 처방 없이 샀던 약조차 너무 독하다고 하니 조금황당했다. 여하튼천만다행히도그렇게 조금 더 안정을 취한 새벽 3시쯤 퇴원할 수 있었다.


그 밤길을 언니와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유학생도 이런 응급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누릴 수 있는 이 나라의 시스템에감사한 마음이들었다. 구급차를 이용카지노 가입 쿠폰 한국인 의사가 직접 나와 언어지원도 받고 빠른 응급처치까지 받았는데 1센트도 내지 않고 집에 갈 수 있다니! 만약 미국이었다면 공부고 뭐고 빚만 잔뜩 지고 돌아가야 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응급이 아닌 경우,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되는 공공의료시스템이라는 건 빛 좋은 개살구일 때가 더 많다. 주치의 제도로 인해 1차 적으로 누구나 GP(General Practitioner) 즉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의원과 비슷한 곳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수에 비해 GP가 너무 적다는 . 그래서 감기 때문에 진료 예약을 하면, 대부분 감기가 다 낫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진료받을차례가 돌아온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감기, 두통 등 일반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약국이나 마트의 건강 코너에서 구입한 약으로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곳에서는 당연히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처방전이 없어도 구매가 가능한 약한 성분의 약들을 팔게 마련이다. 감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차 형태의치료제와 두통약, 해열제, 알레르기약, 비염약 등 대부분의 약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날이후 나도 마트에서 파는 비상약들을 잔뜩 쟁여놓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 일은 그 충격의 크기와는 달리 하룻밤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놀란 가슴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당장 엄마한테 전화해서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고 울고싶었다. 하지만그 먼 곳에서 놀라고 걱정할 엄마를 생각하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새삼자신도 많이 놀랐을 텐데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곁을 지켜준 룸메이트 언니에게 정말 고마웠다.언니가 없었다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상상만 해도 카지노 가입 쿠폰 끔찍하다. 차가운 욕실바닥에 혼자 얼마나 누워있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내게도 이 먼 땅에 가족 같은 사람이 생겼음을마음으로 느끼게되었다. 비록 함께 지낸 시간은 짧았지만 서로 아무 연고도 없이 같은 처지에 있던우리는 금방 가까워졌다. 이 타국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가족은 꼭 피를 나누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카지노 가입 쿠폰 내 곁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도알게 되었다. 한솥밥 먹으며 아플 때 내 손 잡아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카지노 가입 쿠폰 슬플 때 함께 울어주는 그런 이가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


내게도 이렇게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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