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British
2006년 아직 여름
얼마 전 나와 같은 마트로 일자리를 옮긴 룸메이트 언니는 최근 야간 업무로 보직을 변경했다. 낮 시간에도 물론 진열대에 계속 제품을 채워 넣어야 하지만 하루 종일 계산대로 불려 다니고 질문하는 고객들을 안내하며 종횡무진하다 보면 업무 종료 시간즈음엔 진열대가 휑한 것이 현실이다. 야간 업무자들은 새벽 내내 이 빈 공간에 재고를 채워 넣는 일을 한다. 쉴 틈 없이 물건을 채워 넣는 야간 일은 주어진 브레이크 외에는 딱히 농땡이를 부릴 시간이 없어 업무 강도가 엄청 센 편이다. 기본적으로 남들 다 자는 새벽에 밤을 새워 일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시급이 1.5배라는 이유로 망설임 없이 야간 업무에 지원했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아침이 되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집에 돌아와 씻을 새도 없이 쓰러져 자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 때문에 언니와는 얼굴 볼 날이 많지 않다.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져 주일에 교회 갈 때 빼곤 말 몇 자 섞기도 힘들어졌다. 그 작고 마른 몸으로 대부분 덩치가 산 만한 남자 야간 작업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버텨내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 언니도 참 범상치 않다. 나도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야간 근무에 잠깐 혹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체력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미 같은 시간대에 일카지노 게임 추천 동료들과 정이 들어 그들과 함께 일카지노 게임 추천 것이 정말 즐겁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다들 반갑게 웃으며 Morning! (Good은 거의 생략한다.)을 외치고 오늘 일과에 대한 브리핑을 참석한다. 오늘 특별한 행사나 세일을 카지노 게임 추천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재고가 없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고 서로 업무를 분담하며 일과를 시작한다. 우리 팀 최고 선임은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인데 엄청 야무지게 일을 잘한다. 내 첫 온보딩도 그녀가 맡았다. 처음엔 엄청 마르고 날카롭게 생겨서 새침데기인 줄 알았는데 곧 마음씨 좋은 사람인 걸 알게 되었다. 또 한 명은 과묵하게 일 잘카지노 게임 추천 인디언계 아저씨다. 아직 일이 손에 익지 않았을 때 매번 손님들이 상품의 위치를 물을 때마다 도움을 청하면바쁜시간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항상 자상하게 알려주는 그가 있어 안심이 됐다.
마트 동료들 중엔 경증 장애를 가진 이들도 몇 있다. 내게 유독 친절한 David도 한쪽 눈에 살짝 장애가 있다. 그 눈을 제외하면 큰 키에 금발머리를 가진 꽤 미남형의 카지노 게임 추천 청년이다. 매니저가 되기 위해 경력을 쌓는 중이라는 그 아이는 내게 언제나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군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 친구 덕에 힘든 마트일도 할만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신선식품 쪽에서 일하는 Stuart 도 큰 키의 호리호리한 청년인데 소아마비를 앓았는지 다리가 좀 불편하고 눈동자도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발음도 좀 새는 그의 말을 알아들으려면 엄청 뚫어지게 그의 입을 쳐다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외국인이 아닌 카지노 게임 추천 친구처럼 막 대해주는 그가 좋다. 말을 천천히 해주거나 배려해주지 않고 내게 엄청 빠른 속도로 수다를 떨어대는 그와 대화를 하고 있자면 진짜 동네친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어느 날은 마트내부에 창고를 오가는 화물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일이 있었다. 하필 그 순간 점장님과 함께 갇혀 당황스러운 순간을 맞게 되었다. 평소엔 너무 어려워서 형식적인 인사 말고는 길게 말을 나눠본 적이 없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꽈당 소리를 내며 멈춰 서자 내가 무서워할까 봐 걱정되었는지 점장님은 카지노 게임 추천식 썰렁한 조크를 던지며 나를 안심시켰다. 역시 카지노 게임 추천인들은 츤데레스러 운 데가 있다. 다행히도 사고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와 손을 내민 David와 Stuart덕에 반쯤 열린 엘리베이터 문을 가까스로 통과해 탈출할 수 있었다.
이들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조금씩 희석되어 간다.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겉모습이 나와 조금 다른 것은 그들과 친구가 되는 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깨닫게 되었다. 이는 장애인과 어린이와 같은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밴 이들의 문화와 지원 정책 덕분일 것이다. 심지어 가끔씩 내가 만약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된다면 난 꼭 카지노 게임 추천에 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당연한 이들의 문화와 그에 적합한 인프라들이 이곳이 진정 선진국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문화와 정책, 시설들로 인해 카지노 게임 추천 사람들의 적극적인 배려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내가 경험한 카지노 게임 추천 사람들은 대체로 참 속이 깊다. 첫인상은 낯을 가리고 무뚝뚝할 때가 많지만 우리말로 하면 진국 같은 스타일들이 많다. 가끔 세 놓은 우리 집 방을 보러 미국 사람들이 올 때가 있다. 그들은 겉으로는 awesome! beautiful! 을 외치고 바로 계약할 것처럼 첫 만남에도 엄청 친한 척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막상 뒤에가선 실속없는 속 빈 강정일 때가 대부분이다. 반면에이곳 사람들은 겉은 단단한 호두껍질 같지만 한번 마음의 문을 열면 그 문을 좀처럼 닫지 않고 진심으로 마음을 내어준다. 아마 처음에 거리를 두는 것도 상대방을 배려카지노 게임 추천 마음에서 그러는게아닐까.
매일 이렇게 카지노 게임 추천사람들의 진중한 매력에 물들어가자니 나도 모르게 점점 이들에 호의적인 pro-British가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