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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 Apr 12. 2025

잘 났다 인간들아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면 너는 잡놈이냐

카지노 가입 쿠폰를 뽑으며

“텃밭에 카지노 가입 쿠폰 좀 뽑아야겠어요.”


텃밭에 다녀온 아내가 나에게 숙제를 내주듯이 말했다. 6월의 초여름인데 날씨는 왜 이리 더운지. 땡볕 아래에서 머리를 처박고 잡초와 씨름을 할 생각에 얼마 전 TV에서 본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젊은 귀농인이 자꾸 떠올려진다. ‘자연 농법으로 텃밭을 가꾸어 보자고 할까?’ 슬금슬금 꾀가 나기 시작한다.


텃밭에 도착하니 무더워진 날씨와 자주 내린 비 때문인지 잡초들은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잡초가 작물이었으면 좋으련만, 어찌 된 일인지 작물은 여리 여리한데 잡초는 용감하게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팔을 쭉쭉 뻗으며 마치 자기들이 이 땅의 주인이라도 된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작물들을 심기 위해 이른 봄부터 땅을 갈아엎고 거름을 뿌리고 이랑을 내고 비닐 멀칭을 하여 가뭄과 잡초에 대비하고 모종을 사서 심고 애지중지 가꾸고 있건만 작물들은 잡초의 위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풀 죽은 모습이다. 그래도 비닐 멀칭 덕분에 작물 근처에는 잡초가 없어서 생육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작물도 뿌리가 힘을 받으면 튼튼하게 자라서 잡초와 한판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이 텃밭은 잡초가 무성했던 마을 한가운데 주택지 공터였다. 100평 남짓한 공터에는 잡초와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었다. 그것을 치우고 9 등분하여 9명이 텃밭으로 가꾸었다. 주민들은 깨끗해진 주변 환경에 더해 작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상추, 열무, 부추, 들깨, 고추, 가지, 오이, 호박, 토마토, 고구마, 옥수수, 등,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다양한 작물들을 보며 동네가 변했다며 좋아한다. 그러나 이 땅의 주인은 어쩌면 잡초인지도 모른다. 유난히도 잡초가 번성하여 몇 년째 잡초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밭의 가장자리와 두둑의 사이사이 고랑에서 자라고 있다. 두둑은 비닐 멀칭으로 흙을 덮어 버렸으니 카지노 가입 쿠폰가 침투를 할 수 없지만 대신에 고랑이라도 차지하겠다는 심산으로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 녀석들은 거름을 주지 않는데도 무성하고, 약을 치지 않는데도 벌레도 없고 병도 없다. 작물들은 진딧물부터 시작하여 벌레와 병균이 호시탐탐 노리고 며칠이라도 방심하면 그들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정작 보살피는 작물은 벌레가 먹고 병이 들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들은 오직 자연이 주는 것만으로 무성하게 자라며, 사람들이 밟고 뽑고 온갖 박해를 가해도 끊임없이 번성하는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텃밭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잡초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이름을 알 수 없으니 사람들은 편리하게 ‘잡초’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부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잡초들에게 미안해진다. 굳이 잡초라고까지 부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냥 풀이라고 부르자. 아마도 작물과 대비하여 잡초라고 부르게 되었겠지만 잡초는 어쩐지 너무 풀을 비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같은 풀도 때로는 잡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약초라고 하기도 하고 나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야생화가 되기도 한다.


올봄, 우리 텃밭에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가시엉겅퀴 하나가 상추를 심은 두둑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나더니 키가 점점 커져서 제법 장대한 품새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아내와 나는 가시엉겅퀴 꽃을 볼 양으로 뽑지 않고 자라는 대로 두었다. 가시엉겅퀴의 늠름한 자태와 예쁜 보라색 꽃이 피기를 기대하고 있던 어느 날, 텃밭에 가 보니 가시엉겅퀴가 없어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웃 텃밭지기가 잡초라고 뽑아 버렸다는 것이다. 아내는 일부러 키우고 있었는데 그걸 뽑아버렸다고 못내 아쉬워하였다.


누군가에게는 해로운 존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가시엉겅퀴는 카지노 가입 쿠폰일까? 가시엉겅퀴는 어린순은 나물로, 다 자라면 약재로 이용되고, 뿌리는 차를 내어 먹기도 하고, 우리 부부에게는 화려하고 귀한 야생화가 되기도 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라고 백해무익하지 않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해악이라는 것은 인간의 기준일 뿐이고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뿌리는 토양에 공기층을 형성하여 땅을 부드럽게 하고, 땅을 일구는 지렁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토양을 거름지게 한다. 이 밖에도 카지노 가입 쿠폰가 땅 위에 있어야 할 이유는 많다. 가시엉겅퀴처럼 인간이 다양한 용도로 직접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카지노 가입 쿠폰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텃밭에서 가장 번성하는 풀은 쇠비름이다. 쇠비름은 줄기와 잎이 통통하게 살이 찐 모양으로 손으로 잡고 뽑으면 뿌리가 다 뽑히지 않고 줄기와 뿌리가 일부만 뜯겨서 남은 뿌리로 다시 살아나기 일쑤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바랭이 풀, 쑥부쟁이, 개쑥갓, 망초와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풀들이 딱딱한 땅바닥에 뿌리를 박고 자기들의 영역이라고 끝까지 땅을 지킨다. 풀은 땅에 뿌리를 박고 지구의 중력으로 버티고 나는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중력을 거슬러 온 힘을 쏟는다. 마치 풀은 땅의 보호를 받고 인간이 땅에 맞서는 듯싶다. 어쩌면 땅이 절실히 필요해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풀일지도 모른다. 땅은 기억하고 있다. 인간이 해온 모든 일들을. 땅에 약을 뿌리고, 화학 비료를 뿌려 대고, 심지어 땅을 단단한 콘크리트로 덮어 숨을 쉬지 못하게 한다.


아내가 내어 준 숙제는 두 시간 동안 땀을 쏟으며 끝냈다. 자연농법이 나의 머리에 들어와 작물과 풀을 구별하지 않는 공생을 잠시 꿈꾸었지만, 텃밭에서 기르지 않은 식물은 아직까지는 제거해야만 하는 잡초다. 텃밭은 이제 작물과 잡초가 이분법적으로 나뉘었다. 마치 선과 악처럼 분명해졌다. 살아남은 것은 작물이다. 미안하지만 당분간 잡초는 제거될 것이다.


잡초를 뽑으면서 잡초처럼 솟아나는 잡념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사람이 사는 세상의 밭에서도 서로를 잡초라며 뽑아버리려고 한다. 선과 악을 쉽게 가르고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 되기도 한다. 말끔해진 텃밭을 뒤로하고 나오니 잡초들의 볼멘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잘났다 인간들아! 내가 카지노 가입 쿠폰면 너는 잡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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