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하나의 세계이다.
‘끝’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나 분위기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당장에 연상되는 것들로는 마무리, 해방, 시원함, 완성, 절망, 다시 올라올 수 없는 일, 실망 등이 떠오른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끝이라는 말은 대부분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말들이다. 내가 부정적인 것인지. 원래 인간의 기저에 깔려있는 본능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끝은 항상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했음에는 분명하기에 끝이 가지는 의미는 무겁게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역사는 끝의 반복이었다. 사소하게 시작하면 사람 관계의 이별, 개인의 죽음부터 크게 보면 나라의 멸망, 종의 멸종 같은 것들을 꾸준히 바라보았으며, 이러한 원인으로 질병, 전쟁, 천재지변 같은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끝을 경험하며 인간의 역사는 쌓여왔고 그렇기에 우리의 유전자에 끝에 대한 두려움이 각인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무너져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 같다. 그래서 우리는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와 같은 종말에 대해 끝없이 고민한다. 종교의 경전마다 등장하는 묵시록적 서사부터 현대사회에 이러한 끝을 그리는 문학,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사람들은 걱정을 표현하고 이러한 장르를 향유한다.
정체 모를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 현재 인간의 능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자연재해, 외계 생명체 혹은 지구상에 밝혀지지 않은 괴생명체로부터 위협받는 세상과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끝이라는 두려움을 우리는 공유하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생존과 같은 근본적인 욕구에 관하여서는 N의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문득 내가 직면했을 때 가장 공포스럽고 현실적인 아포칼립스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내 유전자에는 종말의 역사가 희미하게 프린트된 탓인지 일단 위에 나열한 좀비 바이러스, 자연재해, 외계인의 침공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아포칼립스는 위에서 나열한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어떤 이유로든 그냥 내 세상이 끝나면 그것이 나에게 있어 아포칼립스라고 생각한다.
몇 해 전 오른쪽 갈비뼈 아랫부분이 칼로 찢는 듯한 아픔을 느껴 병원을 간 적이 있다. 미련하게 진통제를 먹으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주위 강요에 못 이겨 결국 병원 방문 후 받은 상병은 만성 담낭염이었다. 염증이라기에 약이나 며칠 먹으면 낫겠지 카지노 게임 추천했지만 병원에서 내린 처방은 수술이었다. 담낭을 제거하기만 하면 되고 비교적 수술례가 많고 간단하게 진행되는 수술이지만, 그 과정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하루를 꼬박 넘기는 금식과 자정이 넘어간 시간까지 버티며 들어간 통돌이 속 MRI, 수술실의 삭막함과 스테인리스 수술대의 서늘함, 전신마취가 깰 때 극심한 통증까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 중 하나이다.
수술 후 입원치료를 받으며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비교적 가벼운 수술로 치료를 받고 요양 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삭막한 수술실의 분위기와 서늘한 수술대의 감촉이 삶의 마지막 기억일 수 있겠구나. 이것이 아포칼립스가 아니라면 무엇이 아포칼립스일까. 나 자신도 하나의 세상이고 세계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늘의 내 모습이 되기까지 수많은 개인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나를 무너지게 하는 모든 것이 나에게는 종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불치병을 진단받아 죽을 날을 기다리는 시한부가 된다거나, 죽을병은 아니어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질병이나 신체의 불편함을 얻는다거나. 아니면 수억 원의 빚같이 아무리 노력해도 내 삶이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현실과 노력하던 꿈이 무너져 삶의 방향을 비추던 등대가 꺼져버리는 일 같이 나라는 하나의 세상을 디스토피아로 만들어 버리는 사건이 생긴다면 이것이 종말이라고 생각한다. 내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 모든 세상의 일은 의미가 사라진다.
그러나 요즘 주위를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디스토피아로 몰아넣고 있는지. 그들을 보며 본인들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고 유토피아로 가꿔보라는 가식을 떨지 못하겠다. 내 지금의 삶도 돌이켜 보면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하지만 약간의 오지랖으로 조금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누군가는 그 디스토피아라도 함께 카지노 게임 추천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게 가족, 친구, 연인, 반려동물이든 어떤 이들에게 나라는 세상이 무너지고 있더라도 마냥 카지노 게임 추천주기만 한다면 같이 존재하고 싶고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있다. 그렇기에 오늘도 디스토피아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냥 카지노 게임 추천만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