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급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혜 Feb 20. 2025

위대하고 하찮은 카지노 게임 이야기

책 <카지노 게임들 출간과 북토크 소식

한동안 격조했습니다. 그간 브런치에 여러 변화가 있었지요. 이 플랫폼의 시작부터 함께하며 사랑했던지라 변화의 과정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어찌 되었든 저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읽으며 오래 함께하고 싶은 글벗, 제 글을 발견해 주고 책을 내준 소중한 출판사, 근사한 저자들을 만났기에 여전히 이곳을 좋아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그간 제 브런치에 쌓인 먼지를 좀 털어내야겠어요.


오래간만에 올리는 소식이 출간 이야기라니, 조금 민망하네요. 제가 최근 <카지노 게임들이라는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 역시 브런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랍니다. 이곳을 비롯해 여러 사이트에 게재했던 글들이 엮인 책이거든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카지노 게임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에세이집이고요. 한 번은 해보고 싶던 이야기를 작정하고 풀어낼 수 있어 (대체로) 즐겁게 작업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책의 물성이 아름답...


카지노 게임귀엽지만 어딘가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이는 게 몹시 저의 취향입니다. 책의 촉감은 또 얼마나 보드라운지... (저자들은 책의 물성에 이상하게 집착합니다.)



저는 본래 두 마리 카지노 게임와 함께 살았지만, 지난 2023년 첫째 카지노 게임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현재는 한 마리 카지노 게임와 살고 있습니다. 첫째가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때 저는 기꺼이 그의 눈과 귀와 발이 되었어요. 병에 걸린 첫째를 돌보며 물론 슬프고 괴로웠지만,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고 귀하기도 했습니다.


“반야는 며칠 전엔 부드럽게 야옹거리다가, 시간이 지나자 조용히 색색 숨소리만 내다가, 이제는 꼬리조차 흔들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날에도 우리는 가만히 눈을 맞춘다.”

<카지노 게임들 142p.



카지노 게임이 분은 제주 애월에서 굴러들어온(?) 둘째 카지노 게임 애월입니다.



겨우 카지노 게임,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까요? 그럴 수 있지요. 사람마다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요. 다만 저는 <카지노 게임들에 실릴 글들을 정돈하고, 새로운 글들을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이들 덕에 저는 나름대로 풍요한 세계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는 걸, 제가 가진 마음의 일부는 함께 사는 카지노 게임들에게 나누어 받았다는 걸 말이죠.



“고백하자면 내가 가진 애정의 일부는 함께 사는 카지노 게임들에게 물려받았다. 불면의 밤마다 조용히 곁에 있어 주던 반야, 야근으로 새벽 귀가를 할 때면 털이 눌린 얼굴로 마중을 나오던 애월. 무기력증이 심해져 방바닥에 껌처럼 붙어 있던 시기에 함께 나란히 누워 주던 두 카지노 게임들.”

<카지노 게임들 프롤로그 중에서



카지노 게임이탈리아 소렌토에서 만났던 카지노 게임 푸파
카지노 게임 사진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면 기분 탓입니다.


저와 편집자님은 이 책이 저와 제 카지노 게임만의 이야기로 남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공을 좀 들였습니다.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카지노 게임들, 만화가와 그들의 카지노 게임들, 길 생명을 돌보는 아픈 사람과 그 사람의 친구들까지...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넣고자 했죠.


“이 책은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이야기지만, 꼭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이로 인해 삶의 지축이 움직인 사람의 이야기며,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인 동시에 질병과 모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이 그렇듯 카지노 게임 역시 복잡하고 다면적인 존재들이기에, 이들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여러 층위의 다른 이야기들이 필요했다. 기꺼이 이야기가 되어 준 친구들, 글벗들, 만화가들, 캣맘들, 덕후들, 연구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카지노 게임들 프롤로그 중에서



혹시라도 제 글과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북토크에 초대하고 싶어요. 다가오는 2월 28일(금)에 <카지노 게임들 출간 기념 북토크를 하게 되었거든요. 카지노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으시다면, 그게 아니라면 책을 좋아하시거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도 누구나 환영합니다. 광화문 책방 연희에서 기다릴게요.


<카지노 게임들 북토크 신청은 이곳에서

책 <카지노 게임들 온라인 구매는 이곳에서




몇 년 전 첫 책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을 내고 브런치에 올린 출간 소식글을 오래간만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그 글의 마무리는 이렇습니다. “어디선가 조용히 읽어주셨을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쓰겠습니다.” 이 문장이 쓰던 당시보다 지금 더 무겁게 느껴지네요. 그건 무명 저자가 쓴 책과 글이 읽히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고, 그럼에도 계속 쓰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겠지요. 이번에도 별 수 없이 과거의 제가 쓴 이 구절을 인용해야겠어요. 가장 진심에 가까운 문장이거든요.


어디선가 조용히 읽어주셨을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쓰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