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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크림쌤 Jan 10. 2025

멘사아빠, 고지능 교사엄마, 경계선지능 중학생 아이

이 셋이 전략형 보드게임을 하면 누가 가장 많이 이길까?

티라노씨는 경계선 지능인데, 엄마 아빠는 모두 고지능이다.


티라노씨는 ADHD이다. ADHD의 D가 Disorder 즉, 장애를 의미함을 잊지 말자. 게다가 지능 영역 4개 중 한 개의 영역은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 아빠가 지능 상위 1% 멘사 회원이고, 엄마의 지능이 상위 5% 인데 말이다. 사실은 이런 우리에게서도 경계선 지능의 아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아직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버티는 과학적 근거는 두 가지를 댈 수 있다.


실제로 ADHD아이들은 주의력 부족과 동기 결여 문제로 지능 검사 자체에도 성실하고 집중력 있게 응시하지 않아 실제 지능보다 낮게 측정되는 사례가 흔하다. 게다가 지능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대부분 X염색체에 있고, X염색체는 엄마가 물려주기 때문에 아들 머리는 엄마를 닮는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이런 점을 들어 '티라노는 실제로는 경계선 지능이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곤 한다.




고카지노 게임 엄마에게서 경계선 카지노 게임 아들이 나오는 게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한 쌍을 이룬 2개의 유전자 중 1개의 유전자만 아들에게 전달되므로, 전달된 유전자가 하필이면 우성이 아닌 열성 형질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하필이면 내가 가지고만 있던 낮은 지능을 결정하는 열성 유전자들이 하필 티라노에게 전달되었고, 이 형질이 발현되었다면 고지능 엄마에게서 경계선 지능의 아들이 나오는 게 가능하다.


엄마가 가지고만 있던 열성 유전자를 물려주어 아들이 경계선 지능이 되었다고 해서 아들이 머리가 나쁜 건 엄마 탓이 아니다. 엄마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유전자가 자녀에게 갈지에 대한 선택은 완벽하게 신의 영역이다.




멘사 아빠, 고지능 엄마, 경계선 지능 아들 셋의 전략형 보드게임 승률은 어떨까?


티라노씨가 ADHD진단을 받은 이후에 사춘기 티라노의 마음을 열기 위해 했던 첫 번째 노력은 가족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문화 만들기였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건 보드게임이었다.


나는 작업기억력 문제가 심각한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이라 기억형 보드게임을 극혐한다. 기억력이 필요한 보드게임은 매우 빠른 속도로 내가 심각한 바보임을 증명해 주고, 자존감 도둑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반면, 머리를 쓰는 루미큐브나 카탄과 같은 전략형 보드게임은 내가 꽤 똑똑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쓰는 전략형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결혼 전부터 보드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이 나뿐이라 해 본 보드게임 중 재밌었던 것들을 도입한 것도 나였기에 우리 가족은 전략형 보드게임을 즐겨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능 1% 멘사 아빠, 5% 과학교사 엄마, 경계선 지능 아들 이렇게 셋이 카탄을 할 때 가장 꼴찌를 많이 한 사람은 놀랍게도 멘사 아빠였다. 그리고 가장 1등을 많이 한 사람은 놀랍게도 지능 4개 중 1개가 경계선 지능인 티라노씨다. '엄마 아빠가 봐주면서 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아이를 봐주면서 하기에는 티라노씨는 중학생이라 다 컸다는 점을 잊지 말도록! 봐줘서 이겼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말이다.




경계선 지능 아들이 어떻게 전략형 보드게임 승률이 가장 높을 수가 있을까?


우선 티라노씨가 엄마, 아빠보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ADHD이지만 주의력검사 결과를 보면 작업기억력은 모두 정상이다. 그래서 그런가 2개의 주사위를 굴릴 어떤 숫자가 나왔는지 3~4번 이전 숫자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다. 이번엔 3, 5가 나와서 8, 직전엔 1과 9가 나와서 10, 58이 나와서 13... 이런 식으로 구체적이고 자세히 기억을 한다. 우린 이걸 "미친 기억력"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기억력을 바탕으로 분석을 잘한다. 어떤 숫자들이 나왔었는지를 기억해 낸 후,숫자들이 나왔으므로 엄마와 아빠가 어떤 광물 카드를 가져갔는지 분석에 들어간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 차례에서 어떤 카드를 썼는지까지 기억을 하고 이를 종합하여 본인에게 필요한 광물카드가 누구에게 많을지결론을 짓는다.


반면 작업기억력 문제가 심각한 나는 방금 나온 숫자들도 금세 까먹고 기억을 잘 못한다. 작업기억력만 보면 '나 돌고래 수준인가'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어떤 광물카드를 가졌는지를 유추해 내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그건 애초에 나에겐 불가능한 영역이다. 유치원 생이 처음 접하는 미적을 풀리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카지노 게임이 모든 뇌의 기능을 평가해 주는 것이 아니다.


지능이 높다고 우쭐할 것도 없다. 지능검사는 우리의 뇌의 많은 부분 중 일부의 기능만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지능검사는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주지는 않는다. 난 수학과 같은 구조화된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데 필요한 능력인 지각추론능력은 상위 2%이고, 총지능도 5%에 달한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늘 이렇게 말한다. "우와 진짜 재밌었다. 그치? 근데 주인공 이름이 뭐였더라?" 방금 한 말도, 방금 들은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런 "미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의 인생을 한번 생각해 보라. 고지능은 무슨. 지나가던 개도 웃겠다. '난 지능검사 영역 이외에는 전부 다 머리가 나쁘구나.'라고 생각하고 일생을 살 수밖에 없다.


지능이 낮다고 자괴감에 빠질 것도 없다. 그리고 내가 나쁜 지능 유전자를 물려줬다고 해서 좌절할 것도 없다. 위에서도 말했듯 뇌의 일부의 기능만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평가한 영역의 지능은 경계선일지라도 평가하지 않은 영역의 기능이 높을 수 있다는 말이다. 티라노씨처럼 말이다.

4개의 카지노 게임 영역은 평균 하이거나 경계선 카지노 게임일지라도, 평균 상 수준의 뛰어난 "미친"기억력과 평균 상 수준의 뛰어난 분석력을 가진 사람. 그게 바로 경계선 카지노 게임이자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가진 티라노씨다.




자신의 자녀가 장애나 결핍이 있다고 해서 이 감정과 상황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장점과 강점을 잘 찾아서 끄집어 내주어야 한다.


그건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오롯이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얼마큼 자녀의 장점과 강점을 찾아내어 발전시키는지에 따라 자녀의 성장의 방향은 여러 스펙트럼이 나올 수 있다. 하다못해 '우리 아인 심성이 참 곱다.'거나 '우리 아인 성실하다.'도 좋다. 심성이 곱게 타고나는 것도 성실한 것도 쉬운 게 절대 아니고,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다. 기억력과 분석력은 참 뛰어나지만 성실성이 많이 부족한 사람, 이것도 티라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성이 곱고 성실하다는 이유만으로 학벌이나 머리가 좋은지 따위를 보지 않고 취업자리에 소개받은 경우를 실제 학교현장에서 몇 차례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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