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베르의 고엽과 예이츠의 낙엽
고엽(枯葉)
자크 프레베르(1900~1977)
아, 나는 그대가 정말로 기억해 주기 바라요.
우리가 친구로 지냈던 행복한 날들을,
그때엔 인생이 지금보다 아름다웠고
태양도 오늘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지요.
낙엽은 삽으로 모아지지요.
아시지요,나는 잊지 않았어요.
낙엽은 삽으로 모아지지요
추억과 회한(悔恨)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북풍은 그것들을 가져가지요
차가운 망각의 밤 속으로
아시지요, 나는 잊지 않았어요.
그대가 내게 불러 준 그 노래를.
그건 우리들을 닮은 노래지요
그대, 그댄 나를 무료 카지노 게임했고 나는 그댈 무료 카지노 게임했지요.
우리 둘은 모든 걸 함께 했지요.
나를 무료 카지노 게임했던 그대, 그댈 무료 카지노 게임했던 나.
그러나 인생은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사람들을 갈라놓아요
아주 부드럽게, 소리도 없이,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남겨진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지요.
Les Feuilles Mortes
Jacques Prévert
Oh ! je voudrais tant que tu te souviennes
des jours heureux ou nous etions amis,
En ce temps-la, la vie etait plus belle
et le soleil plus brulant qu'aujourd'hui
Les feuilles mortesse ramassent a la pelle,
Tu vois, je n'ai pas oublie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a la pelle,
les souvenirs et les regrets aussi
Et le vent du nord les emporte
dans la nuit froide de l'oubli
Tu vois, je n'ai pas oublie
la chanson que tu me chantais
C'est une chanson qui nous ressemble
Toi tu m'aimais et je t'aimais
Nous vivions tous les deux ensemble,
toi qui m'aimais, moi qui t'aimais
Mais la vie separe ceux qui s'aiment
tout doucement, sans faire de bruit
Et la mer efface sur le sable
les pas des amants desunis
이브 몽탕이 낭송하고 노래로 불러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유명한 샹송 ‘고엽’의 가사가 자크 프레베르의 시(詩)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프레베르는 처음엔 프랑스 초현실주의 작가 그룹에 속해 시를 썼지만 나중엔 이들 그룹에서 나와 주로 영화 시나리오와 샹송의 작사가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1946년에 그가 펴낸 첫 시집 ‘말(paroles)’이 폭발적으로 팔리면서 삽시간에 유명해졌습니다. 오랜 전쟁을 겪으면서 답답하고 억눌린 정서적 갈증을 해소해 줄 무엇인가를 찾던 프랑스 사람들에게 프레베르의 시가 그 특유의 친밀하고 대중적인 분위기로 안갯속의 햇살처럼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렇게 유명해진 뒤에도 계속해서 좋은 시를 많이 써냈지만 그는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자처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시집의 제목이 ‘말’인 것처럼 그는 쓴다기보다는 말하듯 시를 썼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쉽게 그의 시에 다가갈 수 있었고 그의 시 안에 담긴 해학, 사랑, 분노, 반항, 그리고 평화를 향한 갈망에 공감하면서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아직도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남아있습니다.
그의 시 고엽(Les feuilles mortes)은 시인 프레베르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의 하나입니다. 시인에게도 우리에게도 깨어진 사랑은 고통스럽습니다. 사랑했던 그 순간들이 잊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사랑의 순간들은 머릿속에서 더욱더 아름다워지고 하늘의 태양마저도 그때엔 더 뜨거웠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떠나간 연인에게 비록 떠나갔지만 그 행복했던 시절을 잊지말고 기억해 달라는 부탁으로 시의 첫 구절을 시작하는 시인의 마음은 너무도 애절합니다.
낙엽 혹은 고엽(枯葉)으로 번역되는‘les feuilles mortes’는 직역하면‘죽은 잎사귀들’이며 지나간 무료 카지노 게임의 파편들을 의미합니다.시간이 흐르면 낙엽이 삽으로 긁어모아져 버려지듯 사랑의 추억과 회한도 낙엽처럼 버려지겠지만 시인은 잊지 않았다고 말합니다.가버린 연인이 마치 앞에 있는 것처럼‘아시지요(tu vois)’라고 강조하며 자기는 잊지 않았다고 말합니다.가슴 아픈 고백입니다.
바람이 불면 지나간 사랑의 추억과 회한은 낙엽처럼 쓸려 나가 깜깜한 망각의 밤 속으로 사라질 것을 시인은 압니다. 그렇지만 시인은 연인이 불러주었던 노래만은 잊지 않았다고 ‘아시지요(tu vois)’라고 강조합니다. 그때 그 노래를 부르던 때엔 서로 사랑하며 모든 것을 함께 했기에 노래마저도 우리를 닮았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러면서도 사랑이 깨어진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는 인생 탓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인생은, 우리의 삶은, 그 넓이와 깊이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도록 크기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가슴 아파하지요. 우리의 작은 가슴은 지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지만 인생이란 바다는 모래 위에 남겨진 발자국을 지워버리지요. 아쉽지만 그렇게 지워지기에 우린 또 계속 살아갈 수 있겠지요.
이 시를 읽고 나면 모든 것이 휩쓸려 나간 텅 빈 모래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사랑을 상실한 시인의 모습과 더불어 이제껏 넘어지고 비틀거리면서 걸어온 내 삶의 모래사장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됩니다.
프레베르의 고엽과 예이츠의 낙엽
프레베르는 낙엽을 소재로 떠나간 연인과 지나간 사랑을 노래했습니다. 같은 낙엽을 소재로 시를 썼지만 영국 시인 예이츠는 그만 사랑하고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같이 읽어 보겠습니다.
낙엽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우리를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긴 나뭇잎 위에 가을이 왔습니다.
그리고 보릿단 속 생쥐에게도:
머리 위 마가목의 잎이 노랗게 물들었어요.
그리고 이슬 젖은 산딸기 잎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시드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지금 우리의 슬픈 영혼은 피곤하고 지쳤습니다.
우리 헤어지지요,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잊기 전에.
그대의 고개 숙인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고.
The Falling of Leaves
by William Butler Yeats
Autumn is over the long leaves that love us,
And over the mice in the barley sheaves:
Yellow the leaves of the rowan above us.
And yellow the wet wild-strawberry leaves,
The hour of the waning of love has beset us,
And weary and worn are our sad souls now:
Let us part, ere the season of passion forget us.
With a kiss and a tear on thy drooping brow.
우리가 사랑하는 긴 나뭇잎이 아니고 우리를 사랑하는 긴 나뭇잎에 가을이 왔다고 말하며 시인은 첫 구절을 시작합니다. 시인이 보고 있는 나뭇잎은 그냥 나뭇잎이 아니라 시인을 사랑했던 누구 아니면 사랑 그 자체입니다. 나뭇잎에 가을이 왔으니 곧 떨어져 내릴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의 제목을 낙엽이라고 번역했지만 시인은 제목을 ‘낙엽(The fallen leaves)‘이라고 하지 않고 ‘나뭇잎의 떨어짐(The falling of leaves)’이라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시인의 사랑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긴 나뭇잎처럼 매달려 있지만 이제 곧 떨어질 것(falling)을 시인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실의 마음으로 주변을 보는 시인의 눈에는 보릿단 속의 생쥐에게도 온 가을이 보입니다. 그런 눈으로 위를 올려보니 마가목의 잎이 노랗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딸기 잎도 노랗습니다.
두 번째 연에서 시인의 눈은 주변으로부터 자신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평생 흠모하였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여인 모드 곤(Maud Gonne)을 생각합니다. 젊은 날 만나 ‘구원의 여신상’으로 평생을 사랑했지만 모드 곤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고 시인은 피곤하고 지친 자신의 슬픈 영혼을 되돌아보며 이제 사랑을 접을 시간이 다가온 것을 느낍니다. 용기를 다 해 헤어지자고 말합니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니 정열의 여름, 즉 우리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지금이 가기 전에 헤어지자고 합니다. 하지만 그냥 떠날 수는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고개 숙인 이마에 마지막 입맞춤과 눈물만은 남기고 떠나자고 합니다.
예이츠의 모드 곤에 대한 사랑은 짝무료 카지노 게임이었습니다. 23살의 나이에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뒤 평생을 거쳐 몇 번이나 구혼했지만 매번 거절당하고 60세가 되어서야 35년 연하의 다른 여인과 결혼하므로 표면상으로나마 모드 곤과의 기나긴 사랑의 여정을 끝냈습니다.
이런 사랑의 아픔이 이 짧은 시 속에 담겨있습니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생각나는 음악가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입니다.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1819~1896)을 연모하며 평생을 혼자 살던 브람스는 슈만이 죽은 뒤 그녀의 곁에서 충실한 보호자 역할을 합니다. 그녀가 죽자 얼마 뒤 이제 내가 할 일이 끝났다는 듯이 훌훌 세상을 떠난 브람스의 삶은 사랑하는 여인을 진심으로 아끼는 남자의 지극한 사랑입니다. 40년 가까이 모드 곤을 짝무료 카지노 게임하다 영혼까지 지쳐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고 돌아선 예이츠와 평생 클라라 슈만을 연모하다 죽음으로 헤어진 브람스의 넓고 깊은 사랑은 그들의 시와 음악을 통해 오늘도 우리 가슴속에서 살아납니다.
2025. 2월 석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