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여운 것들'과 스타트업 '브레인 브릿지'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세기 그리스, 한 천재 외과의사가 죽은 여인의 몸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영화의 이야기냐고? 맞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에서도 곧 일어날 이야기다. 영화 '가여운 것들'에서 갓윈 백스터(윌렘 데포)는 다리에서 투신한 만삭의 여성 시신을 발견하고, 뱃속의 태아의 뇌를 여성의 몸에 이식하는 기괴한 수술을 감행한다.
자, 한번 생각해보자. 아래의 글에서 벨라는 A인가, B인가. 혹은 제 3자인가?
미치광이 외과의사가 죽은 여인의 신체(A)에 뱃속의 아이의 뇌(B)를 카지노 쿠폰했다. 이렇게 '탄생'한 벨라는 성인 여성의 몸을 가졌지만, 정신적으로는 갓 태어난 아이와 다름없는 상태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녀는 죽은 여인 빅토리아(A)의 신체적 특성(성인)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B의 백지 상태 뇌로 인해 마치 갓난아이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
현실에도 비슷한 일이 곧 발생할 예정이다.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스타트업이 있다. 이름은 '브레인브릿지'. 이 기업은 인간의 머리를 통째로 카지노 쿠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사지마비나 말기암 등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X)의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Y)의 몸에 이식하는 기술이다. 수술 과정에서 두 사람은 냉각 상태에 들어가고, AI 로봇이 X의 머리를 Y의 몸에 이식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호칭이다.그들은 뇌사자의 신체(Y)를 '기증자'로, 이식될 머리를 가진 사람(X)을 '환자'로 지칭한다. 수술 후에도 X의 의식과 기억, 인지 능력이 보존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곧 새로운 신체를 가진 존재의 주체가 X라는 것을 전제한다. Y의 신체는 단순히 X의 새로운 용기일 뿐이다.
영화 속에서 벨라는 최종적으로 '당신 아내 빅토리아는 투신자살했어요'라고 말한다. 빅토리아(A)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부정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선언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와 브레인브릿지는 하나의 전제를 공유한다. 바로 '뇌'와 그 안에 담긴 '기억'이 정체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의식의 연속성, 특히 기억의 연속성이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신체는 정말 단순한 용기에 불과한가? 우리의 감정과 사고는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신경계, 호르몬, 미생물 등과 복잡하게 얽혀있다. 새로운 신체를 가진 사람은 정말 이전과 동일한 사람일까? 기억 없이 새로운 신체를 가진 벨라는 정말 빅토리아와 완전히 무관한 카지노 쿠폰일까?
'가여운 것들'은 정체성에 대해 보다 깊은 관점을 제시한다. '뇌'가 한 인간의 본질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육체 역시 존재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다. 벨라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빅토리아(A)의 살아있는 육체를 가졌으면서 태아(B)의 뇌를 가졌고, B의 뇌와 A의 신체를 가지고 새로운 기억을 쌓아나갔다. 벨라는 자신이 빅토리아의 뱃속의 '아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갓윈 백스터(창조주이자 아버지)가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라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빅토리아로서의 삶을 거부했으니 벨라가 'B'인거 아니냐고 ? 빅토리아의 남편(알피)의 경우는 또 다르다. 그는 의식이 없는 상태, 즉 '뇌'가 없는 상태에서도 그의 육체가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지 않은' 존재로 취급된다. 그의 육체가 살아있는 한, 그 존재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기술은 이제 철학적 질문들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려 하고, '공각기동대'가 상상했던 전뇌화는 점점 현실이 되어간다. 만약 내 기억과 사고방식을 완벽하게 복제한 AI가 있다면, 그것은 '나'의 연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였다. 이제 기술은 이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다. 뇌와 컴퓨터가 연결되고, 의식이 다운로드되고, 신체가 교체되는 시대에, 우리는 '나'에 대한 정의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뇌일까, 아니면 나의 몸일까? 혹은 그 둘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