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연재를 시작하며
책이 한 권 있었다. 어떻게 내 방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책 한 권. 지금보다 훨씬 책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 '동유럽'이라는 낯선 지명이 적힌 파랗고 큰 책은 단숨에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책 속의 사진에는 나와는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이, 우리 동네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곳에 살고 있었다. 어쩜 그렇게 거리들이 예쁘고, 이국적인 느낌이 좋던지. 따지고 보면 그 때부터 이런 푸념은 시작되었다.
"가 보고 싶어."
그러나 이후에도 나는 꽤 오래도록 그 푸념을 방치해 두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역시 삶은 생각만큼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행에 대한 욕구는 사그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의 흐름과 정비례하며 커져갔다. 퍽 다행스럽게도 요즘의 나는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시간과 생각을 기록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것이다.
"낯선 공간과내가 직접 맞닥뜨리는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서만 깨달아지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앞으로 이곳에 홀로, 꿋꿋이 연재할 글+사진 덩어리들은 그 깨달음의 부산물들이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하지만 진실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