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휴대폰 스피커 거울 술 슬라임 밤기차 전통시장 지프차 도시 카페 바다
최저시급의 천국은 아직 유효하다
휴대폰
하루를 씻어내고 누운 밤 휴대폰을 연다.
습관처럼 들어가 보는 알바 천국.
오늘도 그 천국의 문 앞에서 내 자리를 서치중.
오십 줄에 들어서며 다시는 줄 설일 없을 줄 알았던 천국의 문 앞에 나는 또 서 있다.
잠이 새어들기 전 잠시...
한참 철 지난 기억이 스친다.
술, 스피커, 거울, 슬라임
새벽 4시.
알람의 비명 첫마디를 재빠르게 끊어내며 눈을 뜬다.
전날의 폐기 김밥을 밥버거로 둔갑시켜 놓은 뒤 현관 앞에 차례대로 놓아둔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다. 그리고 잠깐의 의식처럼 한 잠이 든 아이들을 눈에 담고 '...... 주소서'를 잠시 중얼거리다 수분이 흐르기 전에 집을 나선다.
차 시동을 켜면 따라 나오는 라디오 소리. 볼륨을 높인다. 중고차 아저씨가 나에게 모닝을 안기며 그랬다. 딴 건 몰라도 대한민국 모닝에 이런 스피커달린 차는 없다고. 그래서 샀다. 정말 그랬다. 허구한 날 온 데가 아프다고 빌빌대면서도 목청 하나는 좋은 모닝이었다.
아직 깜깜하다. 깜깜한데 환하다.
동트기 전에 먼저 전등이 트는 곳 시장이다.
출근 시간까지 아직 십 분이 남았다. 잠시 더 눈을 붙인다. 알바는 시간, 시간은 돈이다. 모든 것을 한 시간, 십분, 오분 단위로 쪼개 돈으로 환산해 적용한다. 내 시간을 가져가는 자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나 또한 누린 시간만큼 시급을 지불해야 한다.
새벽 시장에 머무는 3카지노 쿠폰.
나는 귀가 없다. 입이 없다. 이곳의 전혀 다른 언어에 지극히 무심함으로 답하며 주문서에 적힌 물건을 넣고 포장하며 박스마다 인내심을 서비스로 넣어준다. 실소가 한계치에 다다랄쯤 다행히 알바는 끝이 난다.
마! 김양아! 오데가노에 덜미를 잡히기 전에 내일 뵙겠습니다를 외치며.
다시, 차 안. 옷을 갈아입는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 옅게 화장도 카지노 쿠폰. 맘에 안 들 땐 볼에 손뼉을 친다. 아프니 생기가 돌고 아프니 웃는다.
학교 잘 갔지?라는 톡을 보내 응! 이란 답이 오면 이제부턴 하루를 잊어버리는 카지노 쿠폰이다.
그레이스 티처는 언제나 생기 발랄하다. 하이톤의 음성은 노래로 이야기로 교실을 가득 메운다. 아가들이 나를 대신해 웃고 울고 화내고 짜증 내고 놀아주다 잠을 잔다. 딱 내가 하고픈 만큼 대신해 준다. 사랑스럽다. 누군가 태어나고 자라는 카지노 쿠폰 어딘가를 내가 지키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천직이다.
해가 까무 넘어가면 또 다음 곳으로 이동카지노 쿠폰.
세븐일레븐 조끼를 입고 카운트에 선다. 담배 자리와 이름을 쭉 훑고 술종류도 다시 확인카지노 쿠폰. 신상 세계 맥주가 들어왔다. 꼼꼼히 살펴본다. 이토록 굉장한 술의 세계, 신세계다.
단골손님들은 늘상 선호하는 담배 이름이나 커피, 술 이름으로 불린다. 체인지 1m 아저씨, 카스 번들 아줌마, 참소주 팩 할아버지 이런 식이다. 며칠 안 보이면 다른 카지노 쿠폰에 다녀갔는지 교대자에게 묻기도 한다. 편순이들의 놀이다.
이제 전날 보아둔 폐기 물품이 팔렸는지 확인카지노 쿠폰.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샌드위치가 그대로 있다. 9시 저녁 식사 확정이다. 그걸 또 시급으로 환산해 본다. 무려 45분 득템.
11시 교대카지노 쿠폰 20분이나 일찍 점장이 왔다.
"오늘은 일찍 가세요~ 맥주 신상 들어온 거 봤죠? 달달하니 괜찮던데 불금에 한 캔 가져가서 마시고 푹 자세요"
맥주에 꿀꽈배기, 애들 주라며 폐기 코너에 있는 삼김, 도시락까지 담아준다.
괜찮아요는 고맙습니다의 동의어다. 말 그대로 개이득이다. 시급 5210원에서 폐기 저녁 + 20분 + 봉다리는 거의 3카지노 쿠폰 득템의 운수 좋은 날인셈이다.
차창을 내리고 음악 볼륨을 높이며 집으로 간다. 득템 한 이십 분을 차에서 음악 듣는데 써버렸다.
알람처럼 늘 정확한 카지노 쿠폰에 오는 아이의 톡.
"엄마 오고 있어?"
"응"
삐삐삐삐 열 자리의 비번 누르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안에서 문을 연다.
아직도 아이가 놀던 슬라임이 그대로 있다.늘상 둘째의 손에는 슬라임이 들어있다.
쫘악 쫘악 늘리다 말고 봉지에 든 것들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카지노 쿠폰.
그 표정은 언제나 산타 선물을 받은 듯하다
"오, 오늘은 뭐가 많이 들었네 어? 이건 뭐야? 엄마 술 마실 거야?"
쌍꺼풀 진 동그란 눈이 더블 원을 그리며 묻는다.
"아니, 그냥 줘서 받아온 거야"
"엄마 술 마실 때는 꼭 나 보는 앞에서 마셔야 돼. 처음 술 마시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신고해 줄게!"
언제고 사랑스러운 아이. 나를 웃게 하는 아이.
나를 살게 하는 아이. 생각 없이 호흡하게 해주는 아이다.
이건 지금 먹고, 이건 아침에 먹고, 이건 점심하며 줄을 세우던 아이는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저녁엔 짜장 떡볶이랑 튀김 싸 올 수 있냐며 묻는다.
주말은 분식집 알바라 아이들에겐 특별식이 기다리고 있다. 떡볶이 각종 튀김 순대 어묵까지... 물론 남는 건 다 싸 올 수 있지만 짜장 떡볶이가 남을지는 미지수.
글쎄...라는 혼잣말이 제법 크게 나와 놀랬지만
아마도 꿀꽈배기의 와싹 소리에 엄마의 대답을 못 들었나 보다.
그렇게 매일의 하루를 씻어내고 몸을 눕혔다.
**찜닭
국*
면**
**인견
**상회
뮤직**
*마트
**청과
**장터
**24
.
.
.
그 뒤로도
아주 오랜 카지노 쿠폰 천국의 순례길은 계속 됐다.
또 다른 천국의 맛, 혼여
밤기차, 전통시장
스물은 넘었던 어느 겨울이었나 보다.
며칠 잠이 들지 않는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신은 애타게 찾을수록 더 숨었고. 나에게 잡히지 않는 술래였다.
심야기도를 마치고 나와 무작정 진주역으로 갔다.
생에 처음 타는 기차였다. 제일 먼저 오는 기차를 타야지 생각했는데...... 밤 기차란 그리 쉽지 않았다.
대합실에 앉아 열차 카지노 쿠폰표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어디든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디도 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돌아가기에도 애매한 마음.
어디까지가 막차이고 어디서부터가 첫차인지 그 경계선이라는 것이 있는 건지, 나는 몇 카지노 쿠폰이고 그렇고 앉아 기차를 맞이하고 보내고 맞이하고 보내며 불거진 마음을 뜸 들이고 있었다.
"아가씨요~ 요 구포 가는 기차가 있는교?"
할머니였다. 표를 사드리며 나도 샀다. 마치 계시라도 받은 듯 할머니의 짐을 들고 같이 기차에 탔다.
타긴 했지만 어디서 내릴지를 몰랐다. 그냥 따라 내렸다. 따라가다 보니 전통시장장날이었나 보다. 할머니는 벌써 보따리를 이고 들고 저만치 사라지셨고 나는 길에 서있었다. 그러다 또 누구를 따라 기차를 타고 내리 고를 몇 번 했던 거 같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 처음 교회를 가지 않았다.
장터에 돌아 앉은 부처님 마냥
그때도 아주 가끔 엉뚱한 용기가 취기처럼 오르곤 했나 보다.
그럼에도 여전한 용기란 없고
미적거리는 인생이, 편승하는 인생이 계속되었다.
지프차, 도시, 카페, 바다
어떤 차가 좋냐고 물을 때 늘 파란색차라고 말카지노 쿠폰.
아니 어떤 차가 타고 싶냐고 재차 물으면 지프차라고 대답카지노 쿠폰.
아직은 마흔아홉!
만 오십을 한 달 남겨두고 한 달간 혼여를 떠났다.
이젠 알바의 천국에서 더 이상 서성이지 않고 해와 같이 출퇴근을 하게 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잠시 지프차 렌터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어느 도시를 갈까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바다를 보고 싶었다.
바다에 서고 바다를 달리고 바다에 머물렀다.
물론 나의 하루 바다는 시급 만원을 넘지 않았다.
충분했고 늘 남았다. 루카스라떼 커피믹스 300원으로 텀블러를 채우면 내 바다는 종일도 가능했고 편의점 1+1은 하루거리를 채우고 다음날까지도 남겨졌다.
가끔 들리는 카페나 식당은 항상 나보다 내 끼니를 더 걱정해 찾아오는 친구의 몫이었다.
친구는 늘 돈을 내고 화를 낸다. 잔뜩 시켜놓고도 왜 이것밖에 안 먹냐고 더 먹으라고 채근카지노 쿠폰.
적어도 친구에게 나는 최저시급이 아니었나 보다.
바다를 원껏 봤던 그 시간.
끊임없이 다르게 밀려드는 내 인생 같아 좋았다.
멈출 수 없어 좋았고. 손에 잡아지지 않아 좋았다.
가끔
바다 같은 사람들이 밀려들곤 한다.
최저시급을 넘는 사람들.
밀려서 다음엔 더 가까워지는 파도처럼
스르르 빠져나간 시점에 큐브에 담는다.
11+1
열한명이 내어놓은 열하나의 단어를 올려
궁상을 차려 냈다.
그 상에 하나를 더 올려본다.
+1 사람
그렇다.
천국에는... 사람이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