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저의 마음을 돌봅니다.
낮에는 누군가의 몸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통증의 원인을 찾고, 작은 움직임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표정은 차분하게, 말투는 조심스럽게.하루 종일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나조차 조금 '단단해진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퇴근하고 나면, 180도 달라진다.
문을 닫고, 음악을 틀고, 말없이 몸을 흔든다.
조금씩,굳었던 감정들이 스르륵 풀리고
치료사였던 나는 사라지고 없다.
그냥 음악에 반응하는 한 사람만 있을 뿐.어쩌면 나는 매일두 가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낮에는 책임감으로 움직이고, 밤에는 감정으로 움직인다.가끔은 이 두 가지가 너무 달라서 내가 나를 헷갈릴 때도 있다.
"이렇게 춤추는 내가, 치료사로 보일 수 있을까?"
"이렇게 진지한 내가, 춤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까?"하지만 결국 나는 둘 다 나였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몸을 돌보는 것도, 혼자만의 방에서 마음을 풀어내는 것도 모두 나를 지키기 위한 일이니까.
낮에는 치료사로, 밤에는 댄서로.
그 사이어딘가에서 나는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