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외로움이 너무 커서 머뭇거리다 들어온 저녁, 혼자 술을 따르다가 택배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술이 들어가는데 눈물이 났다. 내 몸이 알코올을 중화시켜 짠물을 만들고 짠물로 읽은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가 '당신이 더 귀하다'고 한다.
어쩌면 나도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나에게만 골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가난해서 속으로 몇 번도 더 119를 부르며 구질한 삶을 죽음 직전에서 이어 붙이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잘 살 일이지, 왠지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다. 이 책을 읽고 내 가벼운 존재가 그러지 않아도 되나 보다 의심을 한다.
일인칭소방관 시점의 가슴을 저미는 아픈 사람의 이야기들, 깊은 상처를 허무에서 건져내려는 가난들, 나이 든 고독이 곧장 죽음으로 걷다가 멈칫거리는 통증과 한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통해 드러난다. 내 삶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는 견딜 수 없는 무책임이 두 손에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불행과 폭력과 통증, 그리고 무수한 상처들, 그 상처들이 아물기도 전에 무자비하게 흘러넘치는 삶이라는 쓰나미들이 내가 사는 이 세상 곳곳에 있었구나.
내가 한 번쯤 눈길을 주며 손을 내밀었다면 더 좋았을 이웃의 이야기들이 술잔 속 눈물로 떨어져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있었다. 술은 묽어지는데가슴이 더 쓰리고 아프다.
그런 세상으로 들쑤시며 나온 고통들을 바라보는 소방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불안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대신, 그 이야기들을 글로 써 내려갔다고 했다.
문을 고쳐달라는 요청에 머뭇거리다 듣게 되는 죽음, 얼굴로 넘어져 피 흘리는 힘없는 할머니의 '죄송합니다'에 왠지 모를 화가 났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저도 화가 납니다! 대체 그리도 열심히 살아 놓고 왜 죄송한 거예요!' 그렇게 같이 소리치고 있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이유 없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p.171)'를 만드는데 고개를 조금 더 들어보겠노라고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엄마는 '착한 사람들에게 박스 과자가 담긴 선물 꾸러미가 주어져야 한다(p.123)'고 했단다. 없으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만들어서라도 줘야 한다고 믿는다 했다. 내 브런치 소개, '좋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같이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씩씩하게 손을 내민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자신의 삶의 끝을 스스로 단호하게 맺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큰 메시지를 보낸다. 꽁꽁 언 겨울을 지나며 사람들은, 봄이 되면 날이 풀리듯 마음이 따뜻하게 같이 풀리지 않아 그 차이를 견딜 수 없어 자살한다고 한다. 경험이 그렇다고.아이들의 죽음은 너무 슬프다, 특히 자살은 더 그렇다.
나는 겨울이 좋다.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눈이 펑펑 오는 그런 날, 세상이 나를 고이 보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른다. 우울할 때도, 기쁠 때도, 나 자신을 사랑하니까 잘 살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갑자기 우울해질 때 소방관 백경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충고를 들어보려고 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목소리가 담담하다.
'오늘 자살하는 너에게(p.194~200)' 중에서
사실 이 글은 너만 보면 돼. 딱 너만 위해서 세 시간이나 적은 거니까 정성을 봐서라도 오늘은 죽을 생각 말고 밖에 나가서 걸어. 부탁할게. 나 오늘 출근하거든. - p.200
눈처럼 하얀 뼛가루의 사람들이 떠나간다. 그 길을 버티고 서서 묵묵히 듬직하게 서서 지켜본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명을 잇느라 바쁘다. 뼛가루의 온기를 기억해 내려 비장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에 대한 시선과 사람을 바라보는 온기가 큰 차이로 달라진 것을 느낄 것이다.
술 마시며 한자리에서 읽고 나서 정신을 챙기며 정리해 둔다. '당신이 더 귀하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