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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바람을 품고

숲속에 숨을 쉬던 나무였다.

새들의 집이었고,

햇살이 내려앉던 푸른 기둥이었다.


내속에 나를 만나던 날,

날카로운 손길이 와서

내 살을 벗기고, 속을 파냈다.

비명을 삼킨 자리엔

침묵만이 둥지를 틀었다.


겉모습만 화려하게

속이 텅 빈 나는

비로소 목소리를 얻었다.

비워야 더 멀리 울리고,

깎여야 더 깊이 떨렸다.


나는 이제 소리로만 존재한다.

부서진 나이테가 모여

시간을 흔드는 메아리가 되고,

한 번 울릴 때마다

누군가의 마음이 깎여 나간다.


나는 알게 되었다.

가득 차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울릴 수 없었다는 것을.

나를 내려놓고 속을 비워야만

온 세상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내 빰을 때린다.

교만했던 명함을 내려놓고 나를 비우는

소리로 다시 채워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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